• 최종편집 2025-03-18(화)
 
  • 다르면 다를수록,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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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동물은, 인간을 제외하고, 더불어 살줄 안다. 더불어 살아야 자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동식물은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단순한 원리를 무시하고 자신의 배만 채우며 살고 있다. 최 교수가 이 책을 2017년에 쓰며 나눔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 이후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탐욕이 자신과 사회, 국가, 지구를 망가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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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품의 지혜

오래전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현관문이 비스듬히 열려 있고 방마다 남의 흔적이 역력했다. 가난한 학자의 집에 값나가는 게 있으랴마는 근 20년간 함께 살며 기념일 때마다 조촐하나마 내 정성을 담았던 아내의 반지며 귀걸이 등 장신구 서랍을 고스란히 털어 갔다. 어려운 유학생 시절 장학금을 모아 마련한 작은 약혼 다이아몬드 반지를 비롯하여 깜짝 선물로 내가 혼자 산 것, 세계 이곳저곳을 함께 여행하며 예쁘다고 같이 산 것 등 너무나 많은 추억들을 깡그리 앗아가 버렸다.

조서를 꾸미던 경찰관은 추석을 앞두고 이런 일이 중 시 법제 어하게 가게 아주머니도 예전보다 좀도둑이 부쩍 늘었다 한다. “도적이 만일 주릴 때에 배를 채우려고 도적질하면 사람이 그를 멸시치는 아니하려니와”란 잠언 6장 30절의 말씀으로 다스려야 할 것 같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상위 20퍼센트의 소득이 하위 20퍼센트의 소득보다 무려 5배가 넘는다고 한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듯싶다. 부의 고른 분배는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어떤 체제든 완벽하게 평등한 분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들의 경우 적절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 나왔다. 이른바 ‘비대칭 이론’에 따르면 한 수컷이 모든 암컷들을 혼자 독차지해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후궁을 많이 거느리기로 유명한 북방코끼리바다표범 수컷들도 기껏해야 100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릴 뿐이다. 삼천 궁녀는 허상일 뿐이다. 붉은큰뿔사슴 총각들은 종종 떼를 지어 다른 수컷들의 영역으로 쳐들어가 폭동을 일으킨 후 암컷들을 홈치기도 한다.

나는 어렸을 때 구슬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었다. 1960년대만 해도 설탕이 귀하던 시절이라 명절 때면 하얀 설탕이 가득 든 둥근 양철통을 서로 선물로 주고받곤 했다. 나는 한때 그런 양철 설탕 통 대여섯 개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구슬을 가졌던 구슬 재벌'이었다. 수전노 돈 긁어모으듯 동네 구슬을 몽땅 따 들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도 더 이상 구슬 놀이를 하려 들지 않는 것이었다. 나만 빼놓고 친구들은 모두 다른 놀이로 옮겨 간 것이다. 생각하다 못한 내가 친구들에게 각각 구슬 100개씩을 거저 나눠 준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못 이기는 척 나와 놀아 주었다.

비대칭 이론에 따르면 적절히 베풀어야 베풀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가진 이들은 너무나 베푸는 일에 인색하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서양의 거부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 그들이 천성적으로 남에게 베풀 줄 알아서가 아니라 베풀지 않으면 그들의 기반이 밑바닥부터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폭동 때 흑인들이 집중적으로 약탈한 민족도 바로 우리 한인들이었다. 움켜쥐기만 하다 보면 전부를 잃을 수 있다(pp. 196-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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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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