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23(금)
 
  • 베테랑의 몸, 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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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그 중에는 몸으로 하는 일도 있고, 머리로 하는 일도 있다. 이 책은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재미있게 읽었다. 발췌한 내용은 세신사 아주머니에 대한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남의 몸에 있는 떼를 미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과거에는 ‘떼밀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세신사’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니 내 평생 세신사에 내 몸을 맡긴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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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신사 이야기

이 일을 하려면 손발은 포기해야 한다. "탕 바닥을 락스로 청소하잖아요. 물을 많이 안 뿌리고 그냥 말려서 쓰거든요. 대리석 바닥이라 그래야 안 미끄러져요. 그런데 손님들은 어쩌다 한 번 오지만, 우리는 매일 있잖아요. 락스가 발바닥에 붙어서 발이 터지고 갈라지고 그러는 거예요." 눈에 띄지 않는 존재들이 그곳에서 10시간, 20시간 일하는 사람들의 피부를 벗기고 생채기를 낸다.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렇기에 수업 때 특히 강조하는 내용은 몸이 다쳐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지금 목욕관리사 학원을 운영 중이다. 20년 전, 자신과 같은 심정으로 학원을 찾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떤 사람한테 이 기술을 알려줬어요. 그때 가르치는 걸 처음 했는데 보람을 느꼈던 건, 일을 가르쳐주고 같은 목욕탕에 자리를 마련했단 말이죠. 그 사람이랑 일 마치고 같이 목욕탕을 나가는데, 앞에 그 남편이랑 애들이 데리러 온 거예요. 내가 기술 알려주고 그런게 이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었구나. 저 가족 모두에게 돌아가겠구나."

자신도 300만 원이란 말에 앞뒤 가리지 않고 학원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그 기억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 가르쳐줄 수 있지. 일요일 하루 쉴 때 우리 집에서 가르쳐 볼까. 그냥 생각만 하다가 몇 년이 흘렀어요."

우연한 기회로 학원을 인수하게 됐다. 10년째 운영 중이다. 수업 시간 내내 그의 잔소리가 이어진다. 한 쪽 다리에만 하중을 두지 말고, 허리를 너무 굽히지 말고, 손가락만 쓰지 말고. 최대한 여러 근육을 사용해라.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노하우라고 했다. 왼쪽 오른쪽 다리에 번갈아 가며 하중을 옮긴다. 한자리에서 허리를 굽히거나 팔을 길게 뻗지 말고, 앞으로 옆으로 손이 수월하게 닿는 위치로 이동한다. "어떨 때 양옆으로 움직이니까 리듬에 맞춰 춤이라도 추는 것 같다니까요. 부지런히 움직여야 다치지 않는다. 때수건 속 손도 마찬가지. "손가락 끝을 쓰는 게 제일 편해요. 손바닥이나 다른 데는 좀 둔탁하기 때문에 기술이 없으면 고객도 세신사도 시원하다는 느낌이 덜해요. 그러니까 초보는 손가락만 쓰는 거예요." 하지만 손가락은 약한 부위다. 과도하게 쓰면 인대가 끊어진다. 제대로 배우지 않고 현장에 가면 내 몸 상 해가며 일할 수밖에 없다. 현장 선배로서 하는 말이다. 다른 사람 몸 챙기는 것만큼 내 몸을 챙길 줄 알아야 오래 일한다. 

모든 것이 안정되어가나 보다 했다. 하지만 사는 게 그리 순탄할 리 없었다. 코로나19가 퍼졌다. 하루아침에 세신사를 구하는 목욕탕도, 세신을 배우러 오는 이도 사라졌다. 수강생이 1명 남은 상태에서 학원 문을 닫았다. 탕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했다. 일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목욕탕들이 우후죽순으로 문을 닫았다. 주인이 야밤도주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신사들의 사연이 괴담처럼 퍼졌다(pp. 23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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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몸으로 일해 먹고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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