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19(목)
 
  • 혼돈의 시대를 기록한 고야, 조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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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살다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법이다. 인간세상에서 복(福)이 화(禍)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그 변화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매사를 길게, 좋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물론 남에게는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자기와 연관되면 또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18세기 화가 고야에 대한 책을 보면서 그가 중년에 청각을 잃어 귀머거리가 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고야에게 전적으로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로인해 그림 그리는 일에 더 몰두 할 수 있었고, 정치적인 격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세상만사를 좋게 보며 살고 싶다. 하늘에 이 세상 모든 것의 주관자가 계시니 그 분을 믿고 평안을 누리자. 잘 모르던 작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좋은 교양서이다. (나는 이 책을 우연히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는데, 교보문고를 검색해 보니 아쉽게도 절판되었다.) 

 

귀머거리가 된 화가(pp. 81-84) 1792년, 평소에도 몸이 별로 좋지 않다고 느꼈던 고야는 안달루시아에 잠시 머물 때 심하게 앓아눕습니다. 친구 세바스티안 마르티네스를 방문하던 중에 발병한 것이지요. 그는 물을 마실 수도, 뭔가를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쓰러진 친구를 보고 마르티네스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그는 고야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야의 친구와 친척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온몸은 마치 돌덩어리처럼 굳었고 수시로 발작을 했으며 자기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왜 자신이 그곳에 있는지, 자기 직업이 무엇인지, 그 무엇도 기억할 수도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귀에서는 끊임없이 환청이 들렸기 때문에 자기 머릿속에 귀신이 산다고 믿을 지경이었지요. 균형 감각이 완전히 상실되었고 착란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고야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자네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우리가 물속에 있는가?"라고 헛소리를 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고야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몇 주를 보낸 고야는 기적적으로 서서히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조금씩 먹고 마시는 일도 가능해졌고, 비록 친구의 부축이 필요 했지만 천천히 걸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귀머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청력과 더불어 시력도 약해진 고야는 그 병을 앓고 난 이후 안경을 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장애를 만난 고야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그와 같은 처지에 있어 본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겠지요. 그러나 이 일로 인 해 고야는 좀 더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청각을 잃은 고야는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살아남을 느꼈습니다. 아프기 전에 고야는 자기가 얼마나 휴식이 필요한지 친구들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일에 몰두하기 위해서 나는 정말로 휴식이 필요하네. 진정한 휴식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지. 평화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게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 남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도 진력이 났다네. 난 정말 내 심장을 울리는 것들을 그리길 원한다네." 그렇게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위해 평화와 휴식을 원하던 고야는 귀머거리가 되어 세상과 고립됨으로써, 드디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참 오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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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불행이 행운으로...오묘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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