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4(금)
 
  • 문학스캔들, 세계문학비교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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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이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많다.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친구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를 포함한 무리에게 암살당하면서 브루투스를 보고 "브루투스, 너마저?"(라틴어: Et tu, Brute?)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예수님도 12제자 중 하나인 가룟 유다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러므로 가까운 사람을 때로 경계해야 한다.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배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이 뒤통수를 치고, 배신을 하면 더 아프다.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상종하면 안 된다. 언젠가 또 기회가 되면 그런 짓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 백석도 친구에게서 그런 일을 당했다. 사람을 너무 믿지 말자.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은 더더욱 굳게 믿지 말자. 서글프지만 그것이 인간사인가보다!

 

백석의 슬픔과 사랑

1936년 4월, 백석은 경성 생활을 정리하고 함흥으로 건너갔다. 이듬해인 1937년 4월 7일, 짝사랑한 박경련은 하필이면 통영으로 함께 여행을 떠났던 친구 신현중과 결혼을 하게 되고, 백석은 충격에 휩싸인다. 신현중은 파혼남이었다. 신현중이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파혼까지 하며 결혼한 상대가 하필이면 백석이 오매불망, 짝사랑한 박경련이었던 것이다.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과 결혼한 상대가 친구였으니 이 소식은 그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위에서 마른 팔뚝의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 오던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뜰하던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러 다닐 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세상사'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중에서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 오던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 그렇게도 살뜰하던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라는 시구를 통해 백석의 상심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시는 1938년 〈여성> 4월호에 발표된 시인데 시인은 밖이 아닌 하이얀 이불 위에서 ‘마른 팔뚝의 /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 가진 것’을 생각하며 울분을 삭히고 있는 중이다.

백석의 생각에는 박경련 모친이 백석과의 결혼을 반대하고 신중현에게 시집을 보낸 것이 다 자신의 가난 때문인 듯하고, 갑자기 마른 팔뚝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 온기 없는 마른 인생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누구보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백석이 신간서 하나도 없는 시절을 견뎌야 하고, 편시춘의 서두에서 노래하는 ‘아서라 세상사’로 시작하는 판소리 단가조차 들을 수 없는 가난이 새삼 슬퍼진다. 너무나 가난했던 백석에게 짝사랑하는 여인이 떠나가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슬픔인지도 모른다. 박경련의 모친 입장에서는 백석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보다 신현중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경남 하동 출신 신현중은 경성제대를 입학한 수제였는데 시국관련 저항운동에 가담한 죄로 3년형을 살다가 조선일보사 사회부 기자로 지냈지만, 결혼 후 통영에 정착하며 다양한 활동을 재개하였다. (pp.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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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뒤통수는 아는 사람이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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