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4(금)
 
  •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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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다 소개받은 책이 이 책이었다. 책 서문에서 처음으로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라는 시를 보고 마지막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시를 읽어주니 마지막 부분에 아내가 맞아 죽었다는 결론을 예측했다. 여자였기에 가능한 촉이었던 것 같다.

 

한국사회의 여성에 대한 차별, 아내에 대한 폭력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매맞는 아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성경은 “아내를 귀히 여기라”고 했다. 목사나 장로 중 아내를 구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내를 귀히 여기고 대등한 한 인격으로 존중하자. 나와 함께 30년째 살아주는 “아내님”이 고맙다!(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는데, 인터넷 교보문고를 검색해 보니 2001년에 나온 이 책은 절판됐다)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서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 하는 것도 말한 그대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지요 온몸이 아프고 멍 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 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날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드려 팼지요 그런데 그전의 어떤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서운데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 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요 바로 제 장례식날이었거든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지요 저를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했지요 제가 좀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서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오늘 꽃을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pp. 15-16). 

 

 

"아내 폭력"이 가족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개인의 인권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이유는, 가족을 기반으로 하는 성별 제도가 여성이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권은 정치적 투쟁의 결과라는 과정의 의미로 생각되기보다는 선언적 진실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 사회에서 인권은 관념적으로는 긍정적, 진보적 가치로 간주되지만, 여성 인권처럼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한국 사회의 주류 가치인 가족주의와 경합할 때는 사소하고 부차적인 것이 된다(김은실, 2000). 이러한 문화적 상황이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이유이다. 이처럼 성차별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은 폭력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하여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다"는 인권 개념이 모순적인 명제가 되어 버린다.

 

폭력당하는 아내가 가정에서 어머니, 아내이기 이전에 사회적 개인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이 글의 요지는, 모든 문제는 인권 문제라는 식의 당위적 선언이 아니다. "아내 폭력"이 인권의 문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사회의 기본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불가피하다. 국가주의, 민족주의, 가족주의 등 남성 중심의 공동체적 질서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개인성, 시민성을 획득하는 문제는 곧 가족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되어 왔다. 

 

"아내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필연적으로 가족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중재가 요구된다(조주현, 2000). 이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편을 통해서만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획득해 왔던 여성이 직접 국가/사회와 협상하는 주체, 사회적 시민으로 나서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최근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담론이 모색 되고 있긴 하지만 이제까지 여성 운동 진영조차 가족/아동 중심의 관점, 가정 폭력의 관점에서 "아내 폭력을 논의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아내 폭력"을 비롯한 모든 가정 폭력 현상은 가족의 성격과 기능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동성애 커플의 가정 폭력과 남편으로부터 구타당하는 여성이든 그렇지 않은 여성이든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를 구타한다는 사실은 여성주의자에게 폭력과 권력, 가족과 친밀성, 성과 성별, 성별 제도와 결합한 다른 사회적 모순과의 관계에 대해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pp. 2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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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아내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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