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4(금)
 
  • 모두 변화한다, 모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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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의 자전 에세이다. 1955년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그가 많은 우여곡절 속에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는지를 담담히 보여준다. 아울러 초등학교 동창인 '허즈우'가 어떻게 큰 부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루원리'라는 여학생이 두 번의 사별 후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중년의 여인으로 변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아래에 인용한 글은 책의 마지막 부분으로 딸을 위해 청탁하러 모엔을 찾아온 루원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추석 명절에 작은 조카가 결혼할 여자와 찾아왔다. 조카 나이가 벌써 34살이다. 아기 때 본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이처럼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그 속에서 우리 모두는 늙어가며 추억만 쌓인다. 몇 시간만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책은 또 다른 책으로 나를 인도한다. 독서가 취미인 것이 다행이다(인터넷 교보문고를 보니 이 책은 2012년에 나와 절판됐다. 나처럼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어야 할 듯하다.)

 

모옌

중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프란츠 카프카, 윌리엄 포크너, 찰스 디킨스와 비견되며 환각적 리얼리즘의 정수를 창조한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2007년에는 중국 문학평론가 10명이 선정한 중국 최고의 작가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본명은 관모예로 글로만 뜻을 표현할 뿐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모옌이라는 필명을 쓴다. 1955년 산둥성 가오미 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학업을 중 단하고 시골 생활을 하다가 1973년, 열여덟 살이 되던 해부터 목화 가공 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했다. 1976년, 고향을 떠나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문학에 눈을 돌려 해방군 예술 단과대학에 입학해 1986년에 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베이징 사범대학과 루쉰 문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단편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로 등단한 그는, 1984년 발표한 「투명한 홍당무」를 통해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7년 대표적인 장편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고, 그 작품의 일부를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해 198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중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마오둔 문학상과 다자 문학상을 비롯해 프랑스 루얼 파타이아 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노 문학상, 홍콩 아시아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국국적 작가로는 첫 수상이라는 영예까지 안았다.

이 책 『모두 변화한다』는 그의 작품세계와 더불어 지난 30년간 중국의 사회 변화를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첫 자전에세이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집 『달빛을 베다』,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장편소설 『열세걸음』, 『개구리』,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술의 나라』, 『풀 먹는 가족』, 『풍유비둔』, 『맹그로브 숲』, 『탄샹싱』, 『사십일포』, 『인생은 고달파』 등이 있다.

 

 

"류 선생님은 잘 지내셔?"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갔어."

나는 깜짝 놀라 말했다.

"어쩌다가. 류 선생님은 이제 예순 살을 겨우 넘었을 텐데."

"나는 과부 팔자인가 봐. 내가 기가 세서 사내를 잡아먹는 건지."

"무슨 그런 말을"

그녀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눈동자에 눈물이 어리어리 비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다.

"내 팔자가 사나워서..."

순간 나는 그녀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해 다만 술잔을 들어 올려 가볍게 그녀의 잔에 부딪칠 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잔 안에 든 술을 몽땅 비우며 말했다.

"그런 말은 하지 말자. 내가 당신을 찾아온 건 사실 부탁이 있어서야."

그녀는 품속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내 딸이야. 류 환환이지. 마오창 소년반 시험에 등록했고 벌써 2차까지는 시험에 붙어서 60명 안에는 들었어. 학부모들이 저마다 아는 사람을 찾아가 부탁하는 모양인데... 그래서 나도 이 늙은 얼굴이 부끄러운데도 당신을 찾아온 거야." 나는 손으로 사진을 받쳐 들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류 환환, 입이 크고 눈도 큰 것이 류 선생님을 빼닮았다.

그래도 루원리 쪽을 훨씬 더 많이 닮은 듯했다. 그러고 보니 심사위원들로부터 류 환환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루 국장에게 문자를 보내 물었더니 그는 이런 회신을 보 내왔다.

'모든 조건이 좋은 아이예요. 아마도 두 학생이 끝까지 남을 것 같은데, 그중 한 아이가 그 학생입니다."

나는 루 국장의 문자를 루원리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가 말했다. "이제 안심해도 되겠지?"

그녀는 목이 메는지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고마워.., 고마...." 내가 말했다.

"누구한테 뭘 고맙다는 거야? 당신 딸아이의 조건이 원래 좋았던 거야. 재능도 있고 표현도 잘했고. 시험도 아주 잘 봤다던데!"

그녀가 말했다.

"요즘 일들 나도 알아. 고마워, 친구." 그녀는 가방 속을 더듬어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옛 친구, 내 동창, 고마운 친구야. 이거 만 위안이야. 약소하다고 거절하지 말고 루 국장이랑 다른 분들에게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해줘."

나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말했다.

"알았어, 친구. 내 받아두지."

(pp. 16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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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세월은 빠르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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