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7(일)
 
  •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우치다 타츠루 저자(글) · 박동섭 번역, 유유 ·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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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던지는 책 이야기. 종이책과 전자책, 도서관과 사서, 학교 교육, 출판계, 독립서점 등 책을 둘러싼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이야깃거리를 총망라한다. 깊은 성찰을 토대로 한 선생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화두가 된다-교보문고

 

책과 도서관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흥미로웠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당연한 것이지만 말이다. 책과 도서관은 우리의 무지를 깨닫게 하고 열린 창을 내어주기에 늘 가까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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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를 가시화하는 장치

도서관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무지'를 가시화하는 장치입니다. 다시 말해 도서관은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를 가르쳐 주는 장소이지요. 거기서는 숙연하게 자세를 바르게 하고 '1초를 아까워하며 배워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됩니다. 도서관의 교육적 의의는 그것이 전 부일 겁니다. 만약 도서관 서가가 '자신이 이미 읽은 책과 앞으로 읽어야 할 책'으로 채워져 있다면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자신이 세상 대부분의 일을 대충은 안다고 굳게 믿는 인간만으로 구성된 사회가 얼마나 답답하고 정체 되고 바람이 안 통하는 곳일지, 상상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짐작할 겁니다. 도서관에 "모두가 읽고 싶어하는 베스트셀러만 비치하고 읽히지 않는 책은 버려라. 그렇게 하면 도서관 방문자 수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는 지성과 인연이 없는 인간입니다(p. 31).

 

잠시 있다 보면 숨쉬기가 힘들어져서 왠지 빨리 나오고 싶어지는 집이 있는데요. 저의 경우는 책이 없는 집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집이 깨끗해도 오래 있으면 숨쉬기가 힘들어집니다. 산소 결핍 상태가 되는 거죠. 책이 없으면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책이란 '창'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세계로 난 창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와 통하는 창입니다. 그래서 책이 있으면 한숨 돌릴 수 있습니다. 밖에서 시원한 공기가 불어오는 느낌이 들죠. 제 친구 집에 가면 대체로 그런데, 화장실에 책이 있습니다. 우리 집에도 화장실에 책이 굉장히 많이 쌓여 있 습니다. 화장실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책이 몇 권쯤 놓여 있는 것만으로 어딘가 널찍한 곳으로 나가는 느낌이(p. 59)듭니다. 넓은 곳에서 배설 작업을 한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러므로 화장실에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는 화장실에 가기 전에 책을 찾습니다. 집 책장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앗, 앗...." 하면서 "음·····. 이것도 아니고 저 것도 아니고" 하며 책을 고릅니다. "오, 이거다!" 하고 정하면 그대로 화장실로 돌진합니다. 책이 없으면 화장실이 좁게 느껴집니다. 책을 펼치면 왠지 해방감을 느끼고요. 책이 가진 외부 세계로의 개방 효과가 아닐까 합니다(p. 60).

 

도서관이 거기에 들어온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은 아마도 무한이라는 개념일 겁니다. 거기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인생의 유한성'과 '앎의 유한성'을 자각하죠. 이 이상 교육적인 일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얼마큼 자신이 세상을 모르는가, 세상을 모르는 채로 일생을 마치는가. 앞으로 평생을 바쳐서 아무리 똑똑해지려고 노력한들 이 거대한 앎의 저장소 가운데 끄트머리 한구석밖에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죠. 다만 끄트머리 한구석 이라고 해도 '내가 이 무한한 장소의 일부만큼은 닿을 수 있고 잘하면 그 일부가 될 수도 있겠구나' '이 무한한 장소에 내가 만들어 낸 것을 보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지적' 상태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을 한마디로 하면(p. 64) '조심스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삶에 대한 '예의 바름'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 내 앎이 닿을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좁은지에 관한 '유한성의 자각'이 지적 상태입니다.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이렇게 '무한한 앎을 향해 열린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고요. 저는 도서관에게서 제대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저와 도서관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 거죠(p. 65).

 

책이란 외부로 통하는 문입니다. 책은 독자를 '지금이 아닌 시대'와 '여기가 아닌 장소'로 데려가는 힘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이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닫힌 공간에 자그마한 구멍이 생기고 그로부터 신선한 바람이 불어 들어옵니다. 그 바람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책 주위로 모여듭니다. 이것이 21세기 코뮌 부활의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p. 135).

 

도서관의 본질적 기능은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읽은 적 없는 책, 읽을 일 없는 책에 압도당하는 체험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우리는 자신이 이만큼이나 앎이 부족하다는 사(p. 153)실에 놀라게 됩니다. 이 놀라움이 도서관에 다니는 보람 이죠. 고대의 철인이 가르쳐 주듯이 모든 배움은 '무지의 자각'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오로지 거기서밖에 시작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얼마큼 모르는가를 아는 사람만이 배움으로 향합니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에 관한 목록을 빼곡히 만드는 것이 지적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은 결국 배움과는 인연이 없습니다(p.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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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385】 책 앞에서 겸손함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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