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12-0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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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티아낙에 계신 GMS 선교사 가정들, 원래 3가정이었는데 최근 4가정이 합류했다.


폭풍 속의 일주일

비자 상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교수 비자 발급까지 15가지 서류가 준비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러다가 지금 갖고 있는 방문 비자 기간이 끝나도록 새 비자를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최악의 경우 비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코로나 시국에 국경을 한 번 더 넘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갖고 있는 방문비자의 연장을 위해 이민국에 또 방문했다. 최대 4번 연장해서 6개월까지 머물 수 있는 방문비자를 3번째 연장하려는데 이민국 직원이 이해되지 않는 요구를 한다. 혼인관계 증명서를 떼서 대사관 공증을 받아오라고 한다. 우리가 부부임을 증명하는 서류로 주민등록 등본과 가족 관계 증명서를 한국에서 영문으로 떼어 왔었다. 이제까지 그 서류로 부부가 비자를 내고 연장하는데 아무 문제없이 처리되었었는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내가 준비한 서류가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는 공식 증명서라고 설명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대사관 공증을 받으려면 비행기 타고 1시간 40분 거리의 수도 자카르타까지 가서 떼야만 한다고 읍소해도 통하지 않는다.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민국이다. 어제 이미 연장 접수가 끝났는데 다시 묻는다. 왜 방문비자를 계속 연장하느냐? 도대체 왜 장기 체류 비자로 바꾸지 않느냐? 혹시 불법으로 이미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 아니냐? 질문을 쏟아낸다. 나의 비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을 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사실 나도 교수비자가 제 때에 나오지 않고 이렇게까지 늦어지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생활이 너무 불편하다. 인도네시아는 정식 체류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생활에 제약이 많다. 비자 진행이 잘 안되고 있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있는데, 이민국이 아픈 내 마음을 한 번 더 후벼 파고 있다. “왜 교수비자가 안 나오고 있습니까?”

미뤄진 등판

이민국의 의심을 사고 있다는 판단에 신학교 학장, 폰티아낙 시니어 선교사님과 급히 모여 대책 협의를 했다. 일단 이번 학기 강의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직 비자가 나오지 않았으니 방문 비자의 목적에 맞지 않는 활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전혀 예상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자의 마지막 퍼즐인 학교 납세번호 발급이 늦어졌던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학교의 오랜 내부 갈등 때문이었던 것이다. 학교가 속해 있는 비영리재단 대표와의 10년도 더 된 갈등과 분쟁으로 학교는 매년 세금 신고도 제대로 못했고, 그래서 납세 번호도 받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측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졌던 것이었다. 이런 사정들을 미리 알려주었으면 진작에 다른 루트로 비자를 받았을텐데 끌고 끌다가 눈 앞에 최악의 상황이 닥치고 나서야 밝히고 있다. 믿고 기다렸지만... 뒤통수를 심하게 맞은 기분이다. 어찌되었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존 방법은 그대로 계속 진행하고 새로운 길도 모색해 보는 투 트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중간에 더 빨리 되는 것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새로운 방법은 신학교가 속한 교단의 총회를 통해 목회자 비자를 받는 방법이다. 그 자리에서 노회장과 통화를 하고 노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노회장과의 상의 결과 노회장 이름으로 추천서를 쓰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총회를 통해서 해야 하지만 총회는 자카르타에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니 컨설팅회사와의 상의 결과 노회장 추천서로 진행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니 급하게 대책을 찾고 문제에 집중하느라 눌러 놓았던 감정이 폭발한다. 화가 머리 끝까지. 이제까지 몇 번에 걸쳐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었는지 모른다. 마치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계속된다. 처음부터 모든 문제를 말해주었으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을텐데. 이런데도 따지거나, 화를 낼 수가 없다. 그러는 순간 이들과는 끝이고, 사역이 힘들어질 뿐 아니라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다. 이번주에는 현지인과 갈등이 있던 선교사가 현지 제자의 고발로 이민국의 조사를 받고 추방 조치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하튼 한 삼일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길을 가야 하는 이유

왜 초기 주력 사역을 신학생 교육으로 잡았는가? 한국 교회의 희망은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믿었기에 젊은이들에게 집중했었는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신학생! 이들이 변화되고 바로 설 때, 오래 걸리지만 가장 확실하게 이 땅의 교회가 바로 서고, 힘있게 설 수 있을 것이다. 미약한 힘이지만 보태고 싶다. 최선을 다해 이 나라 교회의 미래를 위해 일하고 싶다. 본격적인 데뷔가 조금 미루어졌고, 또 인내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다시 한번 “사바르!”

오늘 큐티 말씀에 예수님이 유대인들을 피해 다니신다. 두려워서 그러시는 것이 아니심이 분명한데 하나님의 때가 아직 아니기에 잠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신다. 예수님도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셨다. 그를 위해 절제하시고 조심하시고. 지금 나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물러서는 훈련을 하고 있다. 내 생각, 간절함, 내 계획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다. 빨리 해치우는 것이 내 성격에 맞는데 너무 답답하다.

확진자 접촉

매주 3일 2시간씩 현지인 자매가 집에 와서 나의 인니어 공부를 도와준다. 최근에는 내가 만들고 있는 인니어 선교학 강의안을 함께 교정한다. 강의안을 읽고 발음을 점검하고 내용을 인도네시아인의 시각으로 교정한다. 지난 주 금요일에도 2시간가량 한 테이블에서 교정 작업을 하고 돌아갔는데 토요일 밤에 연락이 왔다. 그때 나는 교단내 헤브론 교회 18주년 기념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주머니에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이 계속 울린다. 예배 후 식사가 시작되기 전 확인을 해보았는데 어제 우리 집에 왔었던 인니어 선생님이 확진이 되었다고 한다. 둘 다 기본적으로 공부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음료나 다과를 먹을 때는 벗었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있었다. 아내는 자매를 맞이하고 간식을 내오고 대화를 하는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았었다. 우리는 이렇게 밀접 접촉자가 되었다. 예배가 끝나고 식사 시간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식사 전에 이 사실을 확인 했다. 일단 주최측에 양해를 구하고 급히 빠져나왔다.돌아가는 길에 상황을 자세히 확인하고 귀가 후 안티겐 검사를 해보았다. 아내와 나 모두 긴장하며 15분을 기다렸는데...음성!위음성 확율이 높은 안티겐 검사여서 일단 일주일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요즘 왜 이러나 싶다. 비자가 늦어져 학교 강의도 미루어지고, 이제는 확진자 접촉으로 집안에 갇히게 되었다. 그동안 힘들어도 주변의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 그나마 위로를 받았는데 이제 그마저도 할 수 없다.

고마운 동지들

그래도 이곳에 함께 어려운 길을 가는 동지들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기에 외로울 수 있는데 그나마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 든든하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더 자주 만나고 함께 식사한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격려하며 함께 헤쳐나간다. 나의 비자문제도 함께 걱정해주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 고마운 동지들.

헤브론 교회 창립 18주년 기념예배에서 선교사와 현지인으로 구성된GBT 성경번역선교회 팀을 만났다. 인도네시아에는 30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있다. GBT는 그들이 자기 언어로된 성경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뜻 모르는 부족의 언어로 찬양을 하는데, 나는 이들의 찬양을 통해 힘을 얻는다. 이 외진 땅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기도제목

1. 건강

저와 아내는 격리를 풀었지만, 주변에 몇 분의 선교사님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또 몇 분은 확진자 접촉자로 격리 중에 있습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폰티아낙 지역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저와 이곳에 계신 선교사님들 모두의 건강을 위해 기도 바랍니다.

2. 비자

모든 장애물이 제거되고 빠른 시일 내에 발급되도록 기도 바랍니다.

3. 강의안 작업

선교학 강의안을 잘 마무리하고, 몇 가지 중요한 강의안들 번역 작업이 잘 되도록. 번역 작업에 참여할 준비된 현지인을 잘 만날 수 있도록.

4. 화인지부

화인(华人) 선교를 위한 지부를 인도네시아 안에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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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이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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