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젊은 나라다.
거리를 걷다 보면 느낄 수 있다. 한국과 다르게 어딜 가나 젊은이들이 훨씬 많다.
우리 동네도 항상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은 아이들이 놀다가 자꾸 우리 집 앞에
널어 놓은 빨래 속에 숨어 숨바꼭질을 해서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심하게 앓고 있다.
7월 8일에는 38,391명이 확진 되었고, 사망자가 852명이다. 그러나 실제 숫자는 발표된 것보다 10배는 많을 것이라고 한다.
환자 급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병원에서는 병실이 부족해 33도에 이르는 뜨거운 날씨에도 병원 마당에 대형 텐트를 치고 환자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뉴스에는 연일 중환자를 위한 산소통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제는 사망자 폭증으로 묘지가 부족하여 새로운 공동묘지를 여러 곳에 조성하고 있단다.
결국 Lock Down에 준하는 조치들이 내려졌다. 이동제한령을 내려 지역 간 이동을 어렵게 하고, 야간에는 통행 금지를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백신 접종 증명서 없으면 국내선 비행기도 탈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식당을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수가 없다. 배달과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 쇼핑센터도 문을 닫았는데 그래도 생필품을 파는 슈퍼와 약국은 영업이 가능해 식료품 구입에는 문제가 없다.
언제 다시 아이들 뛰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
드디어 정식 비자를 …
인도네시아 사역을 위해 계속 기도하던 것은, 교회를 깨우고, 인도네시아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 첫 발걸음으로 중국에서 했던 것처럼 교회 지도자들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드디어 보르네오 섬의 폰띠아낙이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신학교에서 교수로 초빙을 받았다. 할렐루야!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나를 초청한 것은 인도네시아 사역 18년차이신 서춘화 선교사님이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셔서 가능했다. 동역자를 위해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동역자이자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게 해 주셨다.
초청이 결정되자 마자 미리 준비해둔 모든 서류를 보냈다. 한 순간도 지체하기 싫었다.
갑자기 인도네시아어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밤 11시까지 해도 질리지 않는다.
너희도 길이 참고…
중국에서 단기 선교 팀이 현지에 도착하면 사전 교육을 했었다. 청년들에게 몇 가지는 구호로 만들어 외치게 했다.
왜냐고 묻지 않는다! 주는 대로 먹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시키는 대로 한다!
모두가 현지에 잘 적응하고, 단기 선교를 통해 뭔가를 배우게 하려는 장치였다.
선교지에서는 한국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힘들어진다.
“도대체 여기는 왜 이래,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러냐”
이렇게 묻기 시작하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나중에는 짜증이 나고, 그들을 사랑하기 힘들어진다. 처음에는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게 이 구호가 필요하다.
어제 비자 진행 상황을 체크했는데 3주 전과 비교해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나는 너무 일이 잘 풀려 빠르면 다음 주쯤 비자를 손에 쥘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학교는 에이전시가 요구한 서류가 이해되지 않아 보내지 못했고, 에이전시는 필요 서류가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고 3주를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다시 현지 학교에 확인하여 필요 서류 진행 여부를 확인하고, 에이전시를 재촉하고서야 다시 진도가 나간다.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고, 하루 밤 자고 나니 속에서 뭔가가 올라온다.
“도대체…왜…”
여기 핸드폰은 선불제다. 한 달이 시작되기 전에 정해진 돈을 넣어야 한다.
그런데 통신사 앱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선불을 할 수가 없다. 며칠 끙끙 대다가 갑자기 뭔가가 또 올라온다. 아니 뭘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해 놓았나.
“도대체 말야…”
인도네시아는 수도 보급률이 낮아 지하수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우리 집도 지하수를 모터로 끌어 올려 쓰는데, 지금 인도네시아 재입국 후 5주째 매일 두 번 모터 펌프에 마중물을 붓고 있다. 지하수를 뿜어 올리는 파이프에 미세한 구멍이 있어 수리를 해야 한다는데 이 시국에 집안에서 바닥을 파고 다시 메꾸는 공사를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모터 소리가 이상하면 가서 물을 채우고 있다.
기쁨으로 감수하려 하지만 때로 속에서 뭔가 올라온다.
“도대체…”
그러고 있는데 오늘 묵상 말씀이 야고보서 4장. “너희들도 길이 참고 마음을 굳게 하라.”
말씀은 어쩜 이렇게 정곡을 찌르실까.
‘왜’냐고 따지지 않고 먼저 더 많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훈련은 현재 진행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