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7-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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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별로였다. <오징어 게임>은 흥미진진해서 다음 편이 기대되고 또 기대되었지만, <지옥>은 플롯의 전개가 밋밋하고 진행이 느려서 지루했다기대를 뒤엎는 반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깊은 감동을 주는 장면도 없고그냥 연상호다운 괴기스러운 장면들만 펼쳐질 뿐이었다늘 한국 영화에서 느끼는 스토리의 부재가 문제였다겨우겨우 1편을 참아가며 마친 후에는 더 이상 볼 동력이 내 안에 없음을 발견하고 이만 접으려고 했다.

 하지만 끝까지 다 본 친구들의 강력한 권유 때문에그리고 <오징어 게임>에 이어서 또다시 1등을 했다는 소리에그리고 주제 자체가 종교적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무슨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끝까지 보았다. 2편부터는 그래도 1편보다는 진행이 좀 빠르긴 했지만 지루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종교적 질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아니었더면 안 보았을 것 같다하지만 <지옥>이 다루고 있는 주제만큼은 관심이 갔다.

 아무튼 연상호의 <지옥>은 왜 전능하고 선하시며 공평하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이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도록 내버려두는가라는 문제인 신정론(theodicy)을 다룬다드라마에서는 새진리회라는 이단종파를 내세웠지만사실은 기독교에 대한 비난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나 죽을 날짜와 시간을 예고한다그리고 정확하게 그 시간이 되면죽음의 사자가 나타나서 그 사람을 태워버린다그 장면을 보면서 정진수 의장(유아인 분)은 그건 그 사람이 죄를 지어서 그 죄의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해석한다신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것이다그리고 그러한 해석은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다()이 있다면 분명 공의로운 신()일 것이고그런 신()의 사자(使者)들에 의하여 죽음을 당한다는 것은 분명 그 사람이 악한 사람일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죽음을 고지당한 사람들은 혼란스럽다자신이 정말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그렇다면 나보다 더 악하게 산 다른 사람들은 왜 멀쩡하게 살아가는가죽음이 신()의 심판이라는 해석이 그럴 듯 하면서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그러한 사실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태어나자마자 죽음의 고지를 받은 송소현의 아기이다변호사 민혜진은 송소현의 아기 케이스야말로 종교단체 새진리회의 주장이 엉터리라는 것을 밝혀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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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는 이 드라마를 통해이 세상에 신(따위는 없는 것이라고 외치는 셈이다그냥 자연 현상일 뿐인데 사람들의 약한 심성을 이용해 종교권력을 사용하는 자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라고 훈계하는 셈이다드라마에서 묘사되고 있는 사자에 의한 죽음의 고지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사람의 고통들이다누구는 교통사고를 당하고누구는 암에 걸리고누구는 이혼을 하고누구는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누구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고 결국 어느 때인가는 죽는다도대체 그런 불행한 일이 그 사람에게 왜 일어나는 것일까연상호는 말한다그거 그냥 일어나는 것뿐이라고 말이다()이 있어서 우리들의 잘못을 책벌한다는 것은 저 새진리회라는 사이비 종파나 화살촉 회원들과 같은 사악한 무리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종교를 비웃는다사실은 그가 이해하고 있는 기독교를 까는 셈이다그는 하나님이란 없다고 외친다그러니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나면죄책감에 시달릴 것도 없고 그냥 무덤덤하게 그게 인생이려니 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연상호의 메시지는 들을 게 있다종종 탐욕적인 종교인들이 "신의 뜻"이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자신에게로 종속화시키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신의 뜻은 종종 사람의 탐욕을 위해 봉사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데그건 이단종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통 교회 안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종교지도자에게 대들어서 병에 걸렸다느니헌금을 충분히 바치지 않아서 사고가 났다느니종교적 의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옭아매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해석"에만 무조건 맹목적으로 추종할 게 아니라정말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사실 그게 종교개혁의 정신이다성경의 해석을 교회로부터 일반인에게로 돌려준 것이 바로 종교개혁이었다.

 <지옥드라마는 우리의 고통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참된 사랑뿐이라고 제시한다송소현의 아기는 죽음의 고지를 받았지만죽음의 사자들이 죽이러 왔을 때 배영재와 송소현은 아기를 감싸 살리고 아기 대신 죽는다이 세상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는 것 같아도결국은 사랑만이 소망이란 메시지를 전한다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자녀들을 위해 자신에게 죽음의 고지가 온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박정자가 부활하는 것일까그는 억울한 죽음이었으며사랑만이 소망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C. S. 루이스는 영화나 소설 같은 것들은 우리 안의 절대자(메시야)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메시야를 영화나 소설에서나마 그려냄으로써 그러한 갈망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했다그런 점에서 모든 영화는 – 심지어 반기독교적 영화라 할지라도 – 메시야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그런 점에서 연상호의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이기적이고 이율배반적이고 황당한 엉터리 개독교에 소망이 없다고 묘사하면서동시에 어디 우리를 구원할 참 사랑이 없는가를 외쳤다자신의 것을 포기하면서 너만은 살아 나가라” 했던 그런 지영이와 같은 사람 어디 없느냐고 외친다그런데, <지옥>도 마찬가지다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사람들을 구원한다고 표방하지만사실은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는 새진리회같은 엉터리 종교를 고발하면서동시에 아무런 힘도 없이 죽어나가게 되어 있던 아기를 위해 자신들이 희생을 당하면서까지 아기를 지켜낸 그런 부모만이 우리들의 유일한 소망이라고 외친다그런 참 사랑만이 우리를 살린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현실 속에서 부모는 어설픈 사랑뿐이다사랑으로 한 일인데오히려 아이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정말 우리를 살릴 수 있는 참 사랑은 어디 없는가그게 <지옥>이 부르짖는 메시지이다.

 그런데 여기 참 사랑이 있다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다우리를 살리시기 위해서 그분은 저 높은 곳에서부터 낮고 천한 이 땅으로 오셨다그리고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내어 주셨다자신의 살을 내주고 피를 내주어 우리가 살게 되었다그게 참 사랑이다.

 전능하시면서 동시 선하신 하나님께서 계시다면왜 이 세상이 이 모양 요 꼴로 흘러가는 것일까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새진리회식 섣부른 대답은 조롱만 당할 뿐이다우리는 잘 모른다다만 하나님은 참고 기다리시는 것이며결국에는 모든 것을 바로 잡으실 것을 믿는다고난을 당하는 자에게 함부로 정죄할 것도 아니고고난을 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만할 것도 아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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