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 - 토머스 조이너 저자(글) · 김재성 번역, 황소자리 ·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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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내가 관심 있는 주제 중 하나이다. 그래서 종종 자살에 대한 책을 읽는다. 왜 사람은 100년도 안 되는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그것도 다 살지 않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가? 저자는 소속감과 효능감이 없을 때 자살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자살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해야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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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남성은 여성에 비해 자살로 사망할 확률이 약 4배 높다. 그런가 하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자살을 기도할 확률이 약 3배 높다. 남성 자살 시도자들의 치사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폭력 성향이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흔히 나타난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즉, 여성의 자살기도는 더 빈번하지만 폭력 정도는 더 낮다. 미국의 남성 자살사망자의 3분의 2가 총기를 사용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 총기 사용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여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살 방법은 약물 과다복용이나 독극물 중독이다. 단 하나의 예외를 빼고 세계 모든 나라에서 남성이 여성 보다 자살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 그 예외는 바로 중국이다. 이 나라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자살사망률이 엇비슷하다. 자살사망에 관한 설득력 있는 이론이라면 남성 치사율의 전반적인 패턴과 중국이라는 흥미로운 예외를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p. 51).

 

대다수 인간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이 공포가 침식될 때 행동 및 심리상의 변화가 일어난다. 행동 측면에서 죽음의 두려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극단적인 형태의 자해 능력을 얻게 되고, 심리적 측면에서 죽음을 매혹적일 뿐만 아니라 생명을 북돋워 주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죽음에 극도로 익숙해져서 더는 혐오감을 느끼지 않고, 나아가 죽음을 고통과 괴로움이 사라지도록 해주는 존재이자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그 무엇으로 간주하며 매혹될 때만 발생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우리 대부분이 이 같은 관념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은 심각한 자살행동 능력을 개발할 때까지 행동과 심리 양면에서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하는가를 반증한다(p. 126). 이 책이 제시하는 이론모델은 치명적 자해를 가할 수 있는 습득된 능력은 심각한 자살경향성, 그중에서도 완성된 자살에 꼭 필요한 선결 요건임을 예증한다. 이 습득된 능력은 고통과 부상,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 없는 대담성을 포함하고, 반복적인 자해에 내포된 강화적 속성도 포함될 수 있다. '자연 최강의 본능을 뛰어넘는' 이 능력은 어떻게 습득되는 것일까? 이 책의 이론모델에 따르면 고통스럽거나 도발적인 자극, 그중에서도 특히 (그뿐인 것은 아니지만)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자해 경험을 통해서라는 것이 답이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심한 부상을 초래하는 행동에 기꺼이 노출되며 죽음 및 죽음과 관련된 것들을 각별한 시각으로 보게 된다(p. 127).

 

슈나이드먼은 자살에 관해 쓴 글에서 "실질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자살은 각기 다른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는 다섯 가지의 좌절된 심리(p. 132)적 욕구 중 하나에 기인한다."라고 말했다. 좌절된 사랑, 단절된 관계, 공격받은 자아상, 손상 입은 통제력, 그리고 좌절된 지배욕과 관련 된 과도한 분노가 그것들이다. 이에 대한 나의 해결책은 다른 대부분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좌절된 욕구들까지 보상할 두 개의 기층욕구를 가정하는 것이다. 이 두 개의 기층 욕구가 모두 좌절될 때 죽음에의 욕망이 싹튼다.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의 좌절된 욕구는 모두 중요하지만, 좌절된 소속감 (좌절된 사랑, 단절된 관계), 그리고 짐이 된다는 느낌(공격받은 자아상, 손상 입은 통제력, 좌절된 지배욕과 관련된 과도한 분노)이라는 두 가지 주요 범주로 뭉뚱그릴 수 있다. 첫 번째 기층욕구는 소속감이다. 소속에 대한 이 욕구는 '빈번한 상호작용과 지속적인 보살핌의 결합'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서 소속욕구의 완전한 충족은 타인과의 교류 및 보살핌을 받는 느낌 등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소속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이 빈번하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안정된 관계 내의 상호작용은 대상이 자꾸 바뀌는 관계보다 훨씬 온전하게 소속욕구를 충족시켜준다(즉, 높은 수준의 안정성). 보살핌을 받는 느낌은 있으되, 대상과 대면 교류가 없다면 소속욕구는 일부만 충족된다(즉, 더 가까운 거리). 이 책이 제시하는 자살행동 이론모델에 따르면 충족되지 않은 소속욕구는 자살욕망을 유발한다. 자살경향성이 높은 사람들은 그들의 소속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상호작용을 경험하거나(예를 들어 불쾌하거나 불안정 하거나 뜸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 타인들과 유대를 맺고 보살핌을 받는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p. 133). 두 번째 기층욕구는 효능감이다. 유능하다는 느낌에 대한 이 욕구가 좌절되면서 스스로를 무용한 존재로 느끼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스스로가 쓸모없는 나머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협과 짐이 된다는 느낌은 더욱 고통스럽고, 따라서 죽음에의 욕망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이론모델의 시각은 쓸모없다는 느낌이 자살욕망을 부추기고, 타인들에게 짐이 될 만큼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은 모든 자살욕망의 가장 강력한 원천 중 하나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타인들에 대한 짐으로 보는 사람은 부정적인 자아상을 지니고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느낌을 갖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무능함이 타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유발하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린다(p. 134).

 

자살이라는 비극이 내포하는 특별한 성질 한 가지를 들면 바로 이 점이다. 이 느낌들은 치명적이지만 적절한 치료로 교정될 수 있는 것 들이었다(바로 앞 장에서 설명했다). 나는 자살로 인한 죽음이 다른 사유로 인한 죽음과 달리 이해될 수 없거나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통 스럽고 충격적인 특성을 가진 비극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암은 종류에 따라 현재의 의술로는 죽음으로의 경로를 되돌리기가 불가능한 데 반해 자살의 경우 그 경로를 충분히 되돌릴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야말로 더할 수 없이 끔찍한 비극이다(p. 285).

 

에필로그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쓰던 어느 날 나는 아버지를 꿈에서 보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거의 14년이 되던 시점이었고, 공교롭게도 편집자에게 원고를 넘기기로 한 2004년 8월 1일이 정확히 14주기 기일이었다. 14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곤 한다. 가장 최근 꿈에서 아버지와 나는 내가 태어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애틀랜타에 있었다. 우리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물을 함께 바라보면서 지금도 이미 멋진 이 건물이 완공되고 나면 더욱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이 꿈은 나의 개인적•직업적 삶이 구축되어가는 모습을 아버지가 보고 나누고 즐겨주실 수 있다면 하는 동경을 의미한다.

내 신념에 따르면 그것은 어떤 식으로도 현실화될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현세는 물론 내세에서도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 상실이 자살이었다면 이 책에서 제시(p. 293)한 이유들로 인해 더욱 처절할 수 있다. 아버지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들을 어느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의 뒷좌석에 앉은 채 혼자 보내셨다는 것이 슬프다. 아버지가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상 모두로부터 버려졌다는 (잘못된) 생각을 안고 돌아가셨다는 것이 슬프다. 어머니와 여동생들과 내가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하다 진실을 발견하고 더욱 괴로웠던 것이 슬프다. 한 가닥 의식이 남아 있던 마지막 순간, 아버지가 뒤늦게 그 결정을 뉘우치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아버지가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셨다는 것이 회한이 된다. 이 모든 고통을 잘 알기에, 내세에 대한 온갖 입장들이 왜 그리 많으며 또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가 되는지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나야 그런 의견들 그리고 그로 인한 위로가 환상일 뿐이라고 믿지만, (제대로 된 과학자라면 그래야 하듯)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만일 내 생각이 틀린 것이라면, 내세에서는 아버지가 조지아주 레이니어 호수의 보트 위에서 할아버지랑 짐 삼촌이랑 함께 농어 낚시를 하셨으면 좋겠다. 물이 잔잔하고 농어들이 미끼를 연신 물어대면 좋겠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세월이 좀 흐르고 나면 나도 맥주와 미끼를 더 들고 와 합류할 것임을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짐 삼촌이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p.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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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286】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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