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처음 시작하는 비평 수업 - 기타무라 사에 저자(글) · 구수영 번역, 지노 ·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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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은 비난이 아니다. 작품에 대한 가치 판단이다. 우리는 비평을 비난으로 알고 흥분부터 먼저한다. 비평이 없으면 어떻게 자신의 부족을 알고 발전할 수 있겠는가? 그저 좋은게 좋은거라고 한다면 개선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건전한 비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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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비평이란 무엇을 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양하고도 복잡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간략히 정리하면 작품을 한 번 본 것만으로는 단번에 알기 어려운 숨겨진 의미를 끌어내는 것(해석)과 그 작품에 어떤 가치가 있고 어떤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것(평가)이 비평이 성취해야 할 가장 큰 역할로 볼 수 있습니다(p. 9).

 

기본적으로 작품은 세상에 나온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세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독자가 작품을 수용하고 다른 해석을 만들어내는 점이 비평의 묘미입니다. 독자가 자유롭게 해석하면 족하며, 뛰어난 비평은 작가가 생각지도 못했을 법한 참신한 해석을 끌어내기도(p. 63)합니다. 여러분의 손에 건네진 순간부터 텍스트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작가의 권한을 깨부숴야 합니다. 이렇게 작가를 죽이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작품의 유형에 따라서 '작가와 '화자를 동일시해도 좋은지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픽션 철학 연구자인 기요즈카 구니히코는 앞서 해설한 '믿는 체하기 게임'의 개념을 작가에도 응용하여, 픽션을 읽을 때는 작가도 '믿는 체하기 게임'의 무리에 들어와 있고, 독자는 '가공의 이야기에 접하는 가공의 경험'을 하게 되며, '이야기가 작가로부터 이탈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합니다(『피션의 철학』). 즉 기본적으로 픽션을 분석할 때는 작가와 이야기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편이 좋다는 말입니다. 다만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에 한한 이야기로, 한편으로는 완전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 없는 작품도 존재합니다. 문학 작품 중에서도 에세이, 일기, 기행문은 작가가 자신의 생각이나 체험을 쓴 것으로, 작가와 화자는 비교적 동일성이 높으며 화자에게 벌어진 일은 대개 작가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여성 화자를 만들어 『도사 일기』를 쓴 기노 쓰라유키처럼 가끔 기교를 부린 자기 연출을 하는 작가도 있으니 방심은 금물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시나 이른바 사소(p. 64)설(작가 자신의 체험이나 심경을 바탕으로 쓴 소설-옮긴이), 또한 뮤지션의 자작곡이라면 작가와 작품의 화자를 어느 정도로 동일시하면 좋을지 미묘해지기도 합니다(p. 65).

 

대부분 글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몰라 고심합니다. 기본적으로 비평을 쓸 때는 『폴 클리포드』처럼 그저 분위기를 내기 위한 문구로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무척이나 재치 있는 첫머리를 술술 적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굉장히 드뭅니다. 보통 사람은 첫 문장을 쓰는 것만으로도 고생하며, 몇 시간이건 새하얀 컴퓨터 화면을 앞에 두고 굳어 있기도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일단 작품의 정보를 간단히 적으며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소설이라면 작가가 누구고 언제 출간되었는지, 영화라면 감독이 누구고 몇 년도에 개봉되었는지 같은 기본 정보를 우선 씁니다. 이어서 작품 내용을 설명하는 문구를 한 문장 정도 적어 첫 단락으로 삼습니다(p. 145).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자신이 바깥 세계에 노출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배양해온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일단 의식적으로 벗겨내고, 모르는 것이나 들은 적 없는 것을 접함으로써 세계를 확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몸에 익힌 편견의 울타리 속에서 제아무리 '자유롭고 편하게' 한다고 해도 울타리에서 나와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 방법은 배울 수 없습니다. 훈련을 동반하지 않는 '자유롭고 편하게'는 개성을 없애는 적입니다. 자신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확신을 버려야 즐거운 비평이 시작됩니다. 스포츠든 음악이든 기술 향상을 위해서는 일단 기존의 형태를 배우고 많은 연습을 해야 합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을 거치고 나서야 처음으로 새로운 것이 태어납니다(p. 164).

 

어느 작품에 무척이나 감동했을 때는 어느 부분에 감동 했는지, 그것은 어째서인지, 애초에 자신이 느낀 '감동'이라는 감정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비평을 씁시다. 재미있었다면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세요. 비평은 학술 논문 등과 비교하면 주관적 표현이 허용 되는 분야지만, 그래도 주관적으로 '감동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만으로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어째서 감동했는지, 어째서 재미있었는지를 구체적인 표현을 증거로 제시하면서(p. 172)분석해야 합니다(p. 173).

 

비평은 인격과는 관계없습니다. 어느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비평가의 인격은 관계없으며, 작품을 비판했다고 해서 작가의 인격을 헐뜯는 것도 아닙니다. 작품을 비판하는 것은 작가의 기교를 비판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만, 예술적인 기교는 인격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이 작가는 이런 테크닉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거나 무언가 결여된 스킬이 있다는 식으로 지적하는 것은 인신공격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신공격이 아니더라도 작품을 쓰레기라고 말하거나 작가의 기법을 비판하면 그 작가나 작품의 팬들은 싫어할 수 있겠죠. 이때는 현실을 직시하고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합시다. 이것은 비평에 한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좋고 싫음을 확실히 말하는 솔직한 사람이 언제나 사랑받지는 못하죠. 버지니아 울프가 지적한 것처럼 여러분이 여성이라거나 젊다거나 무언가의 순종을 기대받는 처지라면 특히 더 그럴 테고요. 하지만 주변의 기대에 응해서 순종적이고 좋은 사람을 연기하며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않고 살다(p. 186)보면, 스트레스가 가득 차고 해나갈 마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비평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을 억눌러서 우울해지기보다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세요. 그것이 작품을 즐기는 길입니다(p.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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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317】 비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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