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8(토)
 
  • 유언노트 - 유성호 저자(글), 21세기북스 ·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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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에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있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것이다. 그 앞에는 한 마디가 더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항상 기억하라'는 뜻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 두 개념을 연결하면 '사람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그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가 된다.

살아가는 동안 이 두 문장을 늘 잊지 말고 기억하자. 그러면 죽음 앞에서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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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수많은 죽음의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물론 죽음의 슬픔은 한 순간 쉽게 전환될 수 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죽음 을 배우고 또 받아들이며 삶 속에서 가까이 둘 수 있다면, 죽음 이야말로 우리 삶의 방향성을 가늠하고 되새기게 하는 강렬한 계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을 두려워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삶(p. 20)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자신과 타인에게 더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되돌아보고 싶은 것도 결국 '인생'이다. 누구나 언젠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고, 꼭 나누고 싶은 3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나에게 그랬듯이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깊어지고 넓어질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원고를 써 내려갔다.

첫째, 죽음을 배우는 과정은 삶의 유한함을 깨닫는 과정이다. 유한한 시간을 인식할 때, 우리는 매 순간을 귀하게 여길 수 있고, 선택과 행동에 신중해질 수 있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삶의 순간은 고유하고 특별하다. 죽음을 의식하면 삶에 더 겸손해지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 유한한 생 앞에서 더 열심히 사랑하고, 더 깊이 이해하며, 더 온전히 살아가려는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간과하는 것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단순한 일상의 기쁨 등을 새롭게 조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삶에서 중요한 것은(p. 21) 진정 무엇인지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우리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를 극복하게 돕는다. 죽음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임을 이해하게 된다면, 불안보다는 평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타인의 죽음을 이해함으로써 사랑과 연대의 가치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게 한다.

셋째, 삶을 기록하는 과정은 자신이 살았던 삶의 흔적을 남기고, 다음 세대에게 삶과 죽음의 가치를 전하는 행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과 지속적으로 연결되며,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삶의 마지막 준비를 도우며,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평안을 주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장례, 연명의료, 유산 등 죽음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정리하고 준비한다면, 남겨진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죽음을 존엄하게 받아들이는 행위이면서 남겨진 이들을 위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1년 6개월 전,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그 이별은 감당하기 어려운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애도의 시간을 지나며 어머니의 삶이 내게 남긴 크나큰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p. 22).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이해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때 비로소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삶이 남긴 흔적을 통해 계속 이어지는 여정임을 깊이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삶과 죽음에 대한 무거운 고민이 짓누를 때,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할 때,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픔 속에서 길을 헤맬 때, 그리고 삶의 목적이 흐려졌다고 느낄 때, 독자 여러분께 따뜻한 위로와 방향을 건네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죽음을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여겼다면, 이 책을 통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또한,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삶의 목표와 방향성을 다시금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배움의 기회로 삼아 현재를 더욱 충만하게 살아갈 동기를 얻었으면 한다. 우리는 죽음을 상상할 수 있기에,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다(p. 23).

 

사별로 인한 분노와 화는 결국 직접 쓰는 글, 감정의 표현 등 언어로 바꿔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 역시 친구나 가족, 심리상담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외부 자원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가능하다면 분노를 신체적 에너지로 승화해 대화를 통한 표현, 운동, 춤 또는 노래 등으로 해소하는 것이 좋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와의 영원한 이별 후 공포나 불안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에 의미가 없다고 지속적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일상에 빨리 복귀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에게 애써 괜찮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자신이 감정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려 그들의 수용과 이해를 구할 수 있도록 하자(p. 54).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애도의 과정을 보내야 할까? 

먼저 상실 그 자체를 현실로 인정했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오랫동안 인간이 경험해온 사건으로, 인류에게 주어진 보편적 인 운명이다. 상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초기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부정과 회피에 사로잡히게 되면 애도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슬픔의 심연에 빠지게 될 수 있다. 결국 누구나 언젠가 겪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p. 61)

둘째, 상실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겪어내는 것이다. 애도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과 슬픔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고통을 억누르는 경우, 신체적 통증이나 부적응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충분히 애도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이별 앞에서 더 깊이 절망하게 된다. 꺼이꺼이 울어도 괜찮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슬퍼해도 괜찮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충분히, 그리고 깊게 슬퍼하는 용기가 중요하다.

셋째, 애도의 단계에서 원망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원망의 대상은 사랑하는 이를 마지막에 돌본 의료진일 수도 있고, 주변 가족일 수도 있으며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내면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마음껏 발산해 감정을 정화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슬픔이 분노로 전이되면서 다듬어지지 않으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누적되어 증오의 마음이 될 수 있다. 증오는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기 때문에, 애도의 단계에서 원망의 감정을 잘 인지하고, 보살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넷째, 사랑하는 이가 없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가 없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어느 날 떠난 이가 떠오르는 일을 막을 길이 없기에 마음속 깊은 곳의 슬픔을 일 깨우기 일쑤다. 그러한 순간들을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p. 62)지 보여주는 결과로 받아들이자. 일상생활에 적응하다 보면 떠난 이에 대한 슬픔이 점차 그리움으로, 또 애틋한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만일 떠난 이의 생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면,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거나 상담을 받는 등 다양한 자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애도의 과정에서 마지막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자신의 삶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고인에 대한 사랑과 기억을 끊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떠난 이를 잊을 방 법'이란 없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게 삶의 유한성을 인지하고, 내 삶을 소중히 다루고 유지하는 것이다(p. 63).

 

미국의 유명 드라마인 〈CSI : 라스베이거스〉에서 주인공 그리섬 반장은 "마지막에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과정으로 암을 선택한다. 신체적 기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서서히 그 기능을 상실해가며 생을 보낼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사망 전 항암 치료를 받는 비율이 미국에 비해 3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연명의료 직전까지 치료를 고집하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마지막 준비를 할 여력 없이 보내(p. 69)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의 마지막을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수많은 튜브가연 결된 자신의 신체를 바라보며 고통 속에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지막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가족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 어서 현재도 병원에서 여생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p. 70).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에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있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것이다. 그 앞에는 한 마디가 더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항상 기억하라'는 뜻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 두 개념을 연결하면 '사람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그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가 된다.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그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을 건네는 구절이다(p. 75). 우리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다면, 적어도 죽음이 찾아올 때 후회할 일이 적지 않을까? 탄생에서 죽음으로 완결되는 것을 삶이라고 본다면, 죽음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지루한 영원성에 갇혀 삶의 모든 행위에 허무와 공허만을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자아를 실현하는 것도 언제까지나 미룰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기에 현재의 삶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삶에서 그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좋은 삶'의 끝에는 '좋은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p. 76).

 

그렇다면 죽음을 능동적으로 맞이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특히 죽음이 멀게 느껴지는 젊고 건강할 때, 생의 마지막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길 권한다.

먼저, 오늘의 삶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오늘의 삶을 잘 준비 하는 것이 곧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사(p. 79)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오늘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보자. 하나는 몸과 마음의 건강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재정적 건전성이다. 몸의 건강은 근력, 유연성, 그리고 지구력에 의해 좌우된다. 이 세 가지를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또한 긍정적 태도를 지니고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있다면 마음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명상, 묵상, 심리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재정적 건전성은 욕구 충족의 삶을 살 것인지, 혹은 소욕지족의 삶을 살 것인지와 같이 삶의 태도를 어떤 방식으로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실적으로는 젊고 건강할 때부터 저축과 건전한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차근차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내가 하고 싶은 것bucket list과 하고 싶지 않은 것duck-it 1ist을 정리해보자.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두 가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해보지 못한 것과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을 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는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시기부터 자신의 삶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들'과 '하(p. 81)면 후회할 일들'의 목록을 정리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하나씩 실천해보자.

셋째,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발전시켜 새로운 경력이 되도록 하자. 생활인으로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직업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이럴 때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불만을 품고 소홀히 하기보다는 현재의 직업에 충실 하면서 동시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런 일을 취미로 병행하면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되 본업 못지않게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보자. 취미를 발전시키다 보면 어느새 그 취미는 제2의 본업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배우는 삶을 살게 될 때 죽음을 향한 여정에 더 큰 의미가 생긴다.

넷째, 식탁 위에서 죽음을 이야기하자. 일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대화의 주제로 삼는 일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죽음만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주제도 없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고 죽음을 에둘러 표현하며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삶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죽음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평소에 마음을 터(p. 82)놓고 지내는 가족, 친구들과 나누는 것이 편한데, 그러한 분위 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가족 중 연장자가 솔선수범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자녀들에게 자신의 죽음관을 알리고, 가족들이 식사를 하면서도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라면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기초가 단단하다고 본다.

다섯째, 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해보자. 죽음은 일생에 단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간접적인 경험이라도 그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력은 크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음으로써 나의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이외에도 죽음을 주제로 다루는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토론의 소재로 삼기에 더없이 좋다. 죽음학을 공부하는 모임이나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죽음을 직시할 힘을 키우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묘비명이나 부고를 직접 써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호스피스 기관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을(p. 83) 돕는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간접적인 죽음 경험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은 물론, 세상에 남게 되는 가족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호스피스 기관의 봉사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도움을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봉사를 통해서 배우고 얻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여섯째, 죽음과 관련된 서류를 미리 작성해두자.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자기(운명)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해서는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 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해두면 도움이 되는 서류로는 유언장,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기증 서약서, 법적 대리인 지정서 등이 있다. 유언장 작성은 물질적 유산뿐 아니라 장례식 절차, 자녀들에게 남기는 글 등 정신적 유산까지 모두 유언에 포함하도록 한다. 이런 서류를 작성할 때는 법적 요건을 갖추어 작성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공증 절차를 밟아야 사후에 법적 효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p. 84).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작성할 수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정한 의료기관과 사회단체를 방문하여 정확한 설명을 직접 듣고 작성해야 하고, 작성 후에는 국가기관에 등록된다. 장기기증을 원하는 경우에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사랑의장기기증 운동본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에 등록할 수 있다. 이같은 서류들은 온전히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토대로 하는 것이므로 언제라도 그 내용을 바꾸거나 철회할 수 있다.

일곱째, 의료 문제를 의논할 주치의를 정하고 의료대리인 제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 현재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주치의 제도는 있으나 일반 주치의 제도는 없다. 따라서 누구든 진료를 받고자 하면 가장 적절한 전문 진료 의원이나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1,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확인서를 받아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이같은 의료전달체계 때문에 환자들이 여러 병의원의 전문 진료과를 방문하는 의료 쇼핑과 소수의 3차 의료기관에 환자가 집중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와 같지만 가까운 의원이나 병원에 자신의 건강 전반을 상담할 수 있는 주치의를 정해두었으면 한다(p. 85). 평소에는 소소한 건강 문제까지도 모두 의논할 수 있고, 위급한 의료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보다 효율적으로 상급병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주치의를 통해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대리인이란 의료 문제와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대리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법적으로도 의료 대리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핵가족화가 가속화되고 1인 가족이 급증하는 실정에서 앞으로 의료대리인의 필요성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의료대리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 도입이 사회적으로 논의되었으면 한다.

여덟째, 자신이 원하는 마지막 모습을 그려보고,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자. 죽음을 이야기하기도 어려운데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편안하고 안정된 장소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죽음을 맞이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삶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마지막 시간을 평안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인 관계가 원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또 집이든 요양시설이든 의(p. 86)료기관이든 어디에 있든지 가장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해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경제적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생의 마지막 시간을 준비하게 된다면, 언제 어떻게 맞닥뜨릴지 모르는 죽음을 더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삶 속에 녹아 있는 죽음 준비를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p. 87).

 

행복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적인 태도이다. 삶을 어떻게 살아왔든, 마지막 순간은 우리가 그간의 여정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연결되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마무리를 지을 기회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준비된 마음과 계획이 필요하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공유하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기증 서약, 자산 정리, 그리고 유 언 작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남겨진 사람들이 상실 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삶을 충실히 사는 자세가 요구된다. 삶을 진심으로 살며 사랑하고, 감사하자.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행복한 마무리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결국, 삶의 마무리는 살(p. 230)아온 방식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죽음을 앞둔 순간에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사랑하지 않은 시간, 연결되지 않은 관계, 미루어 둔 감사일 것이다. 행복한 마무리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셋째, 죽음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죽음을 피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죽음을 삶의 적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여길 때 우리는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삶의 일부로서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가족이나 친구와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죽음을 배우고 준비한다는 것은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누구와 연결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통해 삶의 가치를 재발견한다면, 지금 보다 더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p.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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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320】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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