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사람이 죽은 후 후회한 21가지-오츠 슈이치 저자(글) · 정연주 번역, 경향미디어 · 2015년

80 후반의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입장에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언젠가 부모님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래서 틈틈이 임종에 대한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있다. 볼수록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99세까지 잘 사시다가 고통없이 가시기를 바랄 뿐이다.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는데 현재 이 책은 절판됐다.

병원에서라면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다?
의료진이 가까이 있으면 안심이 될 테지요. 그래서 임종기를 병원에서 보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걱정이 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병원에 가면 나아지지 않을까?" "병원이라면 덜 고통받지 않을까?" 병원은 병을 낫게 해줍니다. 그러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편안한 간호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임종기 간호는 달라야 합니다. 임종기가 되어 신체 기능이 현저히 약해지면 통상적인 치료여도 환자는 고통(p. 13)을 크게 받습니다. 대표적으로 '여명이 별로 길지 않다고 예측될 때 놓는 링거 주사'가 있습니다.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혈관 내 수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알부민) 수치가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링거로 수분을 보급해도 혈관 내에 수분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자의 발이 붓거나 가래 분비가 늘어서 고통만 받게 됩니다(p. 14).
암의 경우 추정되는 여명과 그 증상
① 짧은 주 단위 여명(여명 1~3주 이내)
• 동통 이외에 고통 증상 악화가 판단된다. 전신 권태감이 특히 강해진다. 이들 고통 증상은 스테로이드 투여로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다.
• ADL(일상생활능력: 식사, 배설, 바른 자세, 이동, 입욕 등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동작) 장애가 눈에 띈다. 화장실에 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낸다.
• 성대가 야위어 생기는 사성(쉰 목소리)이나 이관 조절 기능 저하에 의한 귀의 이화감, 이음 의 청취, 체력 저하에 따른 시력 저하(흐려짐, 침침해짐 등의 표현을 함) 등이 출현한다.
•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소재식 장애(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출현한다. 섬망이나 혼란을 겪는 환자도 있다.
• 최저한으로 움직인다면 아직 못다 한 일을 할 수 있는 한계선이다(p. 25). 외출 및 외박이 어떻게든 가능하며 자택 이동, 병원 교체, 일시 퇴원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아슬아슬한 시기이다.
② 일 단위 여명(여명 여러 날 이내)
• 고통 증상이 가장 강하다. 특히 전신 권태감이 강해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이 많다. 고통을 호소하지만 그 부위가 뚜렷하지 않고, 몸을 가누기 힘들어서 아프다고 표현하는 일이 많다. 이러한 고통 증상은 스테로이드 투여로도 완화되지 않는다.
• 여명 24시간 전쯤 되면 고통이 최대로 커져서 진정요법을 (최저한 이며 간헐적이더라도) 고려하게 된다. 몸을 조급하게 움직이거나 다리가 무겁게 느껴져서 간병인에게 대신 움직여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ADL 장애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침대 위에서 움직이는 것도 어렵다. 화장실에 가려고 무리하게 시도하다 힘들어하기도 한다.
• 미간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괴로운 표정을 자주 보인다.
• 수면 상태, 몸도 가누기 힘든 고통, 전신 권태감 등의 상태를 오가며 괴로워한다.
• 의사소통이 곤란하다. 섬망과 혼란이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진다.
• 상태가 급변하므로 임종을 지키고 싶은 가족은 되도록 옆에 머무르는 편이 좋다(p. 26).
③ 시간 단위 여명(여명 1일 이내, 몇 시간 정도로 소위 말하는 '시간 문제')
• 의식 상태가 저하되어 고통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다.
• 뒤척임(자다가 몸을 뒤척이는 등 몸을 움직이는 것)이 없어진다.
• 괴로운 표정이 풀리고 미간에서 주름이 사라진다.
• 무의식 발성(강하게 숨쉴 때 아아 등 간헐적 발성이 동반되는 것)이 생긴다. 괴로워서 내는 소리가 아니므로 그 사실을 가족에게 전달해 둘 필요가 있다.
• 죽음 전 천명(미, 후두부의 골골대는 소리)이 들린다. 무의식 발성과 마찬가지로 의식이 저하된 환자는 괴롭지 않다.
• 요골동맥(손목)이나 상완동맥(팔꿈치 안쪽)을 만져도 박동을 느낄 수 없다.
• 소변 유출이 멈추거나 상당히 저하된다.
• 임종을 지키고 싶은 가족은 되도록 옆에 머무르는 편이 좋다.
• 호흡은 얕고 빠르다. 하악호흡(턱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쉬는 호흡-옮긴이)이 되고 1분당 호흡 횟수가 두서너 번 정도로 적어지면 여명은 분 단위이다(p. 27).
마지막 시기에는 입으로 뭔가를 먹거나 마시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마지막 시기 중후반여명 주-일 단위)에 발생하는 탈수 상태는 뇌 내 마약이라고 할 수 있는 B엔도르핀과 케톤체를 증가시켜 환자에게 진정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약 20~30% 암환자에게 '진정요법'(꾸벅꾸벅 졸게하여 고통을 제거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행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진정요법을 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의식이 저하되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가장 괴로운 시기는 역시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24시간 전후입니다. 딱 잘라 말하자면 죽기 전날입니다. 살면서 임종자가 사망하기 몇 시간 전부터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옆에서 지켜보는 일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몇 시간 이내에 사망하게 될 사람의 상태를 상상하기는 더욱이 어려울 것입니다. 여명이 시간 단위가 되면 환자의 표정은 평온해집니다. 그런데 호흡이 빠르거나 가래가 끼는 등의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쭉 병간호를 해왔다면 환자가 죽기 직전에 심신의 피로가 극에 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가 약간만 변화를 보여도 금방 괴로워 보인다고 판단해버립니다.
고통의 판단 기준 두 가지
명확하게 고통의 증거라고 볼 수 있는 증상 두 가지를 알려드리겠습(p. 44)니다. 바로 '괴로운 표정'과 '많은 뒤척임'입니다. 특히 암환자의 임종기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여명 24시간 전후 부터(또는 여러 날 전부터) 몸을 가누기 힘든 괴로움을 표현합니다. '몸을 가누기 힘든 괴로움'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옆에서 관찰해보고 가늠하건데 서지도 않지도 못하는 상태인 듯합니다. 어떻게 괴로운지 물어보았을 때 "표현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몸이 무거우신가요?"라고 물어보았을 때 "무겁다"고 답했습니다. 즉 '전신이 서지도 않지도 못할 정도로 무겁고 그야 말로 몸을 가누기 힘든 괴로움'이라고 추측해봅니다. 그러한 시기에 '괴로운 표정과 많은 뒤척임'이 보입니다. 우선 '괴로운 표정'이란 말 그대로 괴로운 얼굴입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 특징입니다. 내내 미간에 주름 짓는 정도부터 신체를 움직일 때 잠깐 인상을 쓰는 정도까지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 쪽이 더 괴롭다고 판단하면 됩니다. 뒤척임은 신체를 움직이는 증상입니다. 몸을 가눌 수 없기 때문에 신체를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며 조금이라도 편한 자세를 잡으려고 뒤척입니다. 이 또한 계속 움직이는 환자부터 가끔 움직이는 환자까지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 쪽이 더 강한 고통에 시달린다고 판단하면 됩니다. 괴로운 표정과 많은 뒤척임은 주로 함께 나타나지만 한쪽만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그런 증상이 존재한다면 고통이 있으며 의식이 완전히 저하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완전히 고통에서 해방되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괴로운 것입니다(p. 45).
암 환자의 여명이 여러 날 이내라고 판단되고 상시 괴로운 표정이나 많은 뒤척임이 관찰된다면, 진정요법이라는 처치로 고통을 줄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요법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다만 진정요법이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몸을 가누기 힘든 증상은 이외에도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다리가 무겁다며 빈번하게 발의 위치를 바꾸거나 간병인에게 다리를 옮겨달라고 부탁하는 걸 보면 다리가 납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같은 이유로 다리에 덮인 모포를 걷어차거나 양발 위에 이불을 덮는 것을 싫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편해지려고 다리의 위치를 바꾸는 행동도 '많은 뒤척임'에 해당합니다. 다리가 극도로 무겁게 느껴지는 증상이 계속 이어져서 뚜렷하게 괴로움이 드러난다면 진정요법을 처방하는 쪽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무겁고 나른함이 다리에 한정되어 나타난다면 족욕을 하거나 가볍게 마사지를 하며 살짝 문질러주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몸을 가누기 힘든 증상 중 하나로 '전신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 고통은 여명 여러 날 이상일 때 느끼는 고통과 달리 어디가 아픈지 확실히 전달하지 못합니다. 대답할 수 있더라도 "어디인지 모르겠어." "아무튼 온몸이 아파'"라고 표현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어디가 아프신지 손가락으로 가리켜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봐도 짚어 내지 못하고 "아프다, 아파"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러한 고통에는 그전까지 효과가 있던 의료용 마약 등 통상적인 진정제가 전혀 듣지 않습니다. "투여하던 의료용 마약을 늘렸지만 좋아(p. 46)지지 않았다."라는 말이 들리는 게 막연한 전신 고통의 특징입니다. 대부분 전신과 함께 몸이 무겁다고 느낍니다. 전신 고통이 강하다면 진정 요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몸이 무거워서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아." "손발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
임종기 환자에게는 섬망 상태, 즉 의식이 변화하고 정상적으로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증상도 자주 일어납니다(치매 악화는 아님). 임종기의 섬망은 대부분 개선되지 않으며 몸을 가누기 힘든 괴로움처럼 자주 몸을 뒤척입니다. 섬망 상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진정요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막연한 전신 고통'이나 '섬망 상태'에도 '괴로운 표정'이나 '많은 뒤척임'을 동반합니다. 정리하자면 마지막 시기에 '몸을 가누기 힘든 괴로움'은 무거운 몸, 진통제가 듣지 않는 고통, 섬망 등이 원인이며, 공통적으로 '괴로운 얼굴'과 '많은 뒤척임'을 표현합니다. 이런 증상이 강하게 나타나면 진정요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진정요법 외에도 가능한 일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은 말하자면 '마지막 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대를 넘기면 자연스럽게 평온한 얼굴이 되고 잠든 듯한 상태로 바뀌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의사, 간호사, 간병인, 가족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는 길어도 며칠입니다. 일주일까지 이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그 시간 동안 각각 자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p. 47).
하악호흡 자체는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모습에는 개(p. 52)인차가 있습니다. 1000여 건 넘게 죽음을 지켜본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 하학호흡이 된 후 10분 이내에 마지막 호흡을 맞이했습니다. 제일 긴 환자로는 간경변증을 앓던 환자로 2시간 가까이 하악호흡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일이며 대부분 수분 정도입니다. 괴로운 얼굴과 뒤척임이 나타나는 시기는 지나갔고 의식도 저하되어 있어서, 이런 호흡이나 상태 때문에 환자가 고통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호흡 정지가 일어나면 대략 수분 이내에 심정지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때 동공산대와 빛 반사 소실(대광반사 소실)이 있으므로, 호흡 정지가 일어난 환자의 심정지를 확인하면 사람이 진단상 '사망'하게 됩니다. 사망의 세 가지 징후인 심정지, 호흡 정지, 동공반응 정지(동공산대•대광반사 소실)가 갖춰지기 때문입니다(p. 53).
저는 임종기 환자의 상황이 졸음이 쏟아져서 비몽사몽인 상태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잠이 들었을 때 멀리서부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임종기 환자와 마지막 말을 전할 때는 떨어진 거리에서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것보다 귓가에서 천천히 차 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난폭하게 의식을 깨우기보다 의식에 살며시 닿을 듯이 말하는 자세가 최선입니다. 안타깝지만 의료인조차도 '마지막까지 듣고 있을 가능성‘에 무심합 니다. 방에 의료인만 남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위험하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혈압이 떨어졌네" 등의 말을 주고받습니다. 때로는 의식이 없는 듯이 보이는 환자 옆에서 사망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필요한 내용이 있다 면 병실을 벗어난 후에 전하세요. 환자의 반응이 없으면 가족들은 "이제 듣지 못하는구나.", "내 말 들려요?" 하며 슬퍼합니다. 이때 의사나 간호사는 환자의 청력이 살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환자 옆에(p. 57)서 유산 분배, 장례 준비 등 환자 본인이 듣지 않는 편이 좋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언뜻 보기에 반응이 없는 것 같지만 어쩔 때 보면 마치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처럼 평온한 표정을 짓거나 수긍하는 듯한 숨소리를 냅니다. 기분 탓이든 실제로 그렇든, 여명이 수 시간 단위인 임종기 환자를 대할 때는 목소리가 전해진다고 전제하세요. 그리고 가족이나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환자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세요. 환자의 청각은 남아 있을 테니까요(p. 58).
괴로운 얼굴이나 뒤척임이 수반되지 않는 무의식 발성 쪽이, 괴로운 얼굴이나 뒤척임을 수반하여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무의식 발성보다 훨씬 많습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무의식 발성은 임종기 환자보다 가족이나 지켜보는 사람 쪽이 괴로워하는 증상입니다. 물론 진정요법을 쓰면 잦아들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괴로워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세요(p. 62).
임종기의 '마중 체험'
여명 수일 단위가 되면 환자가 주변 사람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 시기에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가장 힘든 경험을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일 등이 일어납니다. 본인도 암투병을 했던 고 오카베 켄은 소속한 그룹에서 마중 체험(임종기 환자가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나 풍경에 대해 말하는 증상)을 연구했습니다. 여명 수일 단위가 되면 환자는 마중 체험처럼 본래 보일 리가 없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이 현상 때문에 돌보는 사람들이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환자가 감각을 잃어가는 순서는 갓난아이가 능력을 획득하는 순서(p. 65)와 대칭형입니다. 갓난아이는 청각이 시각보다 먼저 발달하는데 마지막 시기의 환자도 청각이 시각보다 오래 유지됩니다. 또한 유아는 태어나서 반년 정도까지 엉뚱한 방향을 보고 미소를 짓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마치 뭔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임종기 환자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마중 체험에서 보이는 사람이나 물건은 불쾌한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양친이나 그리운 풍경이 보여서 죽은 다음 느낄 고독을 다독여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력 자체는 떨어졌지만 여명 수일 단위가 되면 이런저런 '마음 따뜻한 물건'이 보이면서 안정을 찾습니다. 결코 공포영화처럼 불길한 존재나 사신이 보이는 것은 아닌 듯하니 안심하세요. 환자가 마중 체험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부정하지 말고, "보이는군요"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세요. 그게 가장 좋은 대응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시야가 흐려져서 그러한 증상이 일어나는 것이므로 환자가 잘 볼 수 있도록 환자 가까이에 다가가세요. 사람을 착각하는 현상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니 되도록 충격을 받지 말고, 강하게 정정하지 마세요. 예컨대 부인에게 "아버지!"라는 말을 들어도 "아니, 남편인 000야."라고 차분하게 말하세요. 그래도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그대로 중립적인(아버지인 척하지 말고, 부정도 정정도 하지 않고 평소대로) 대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종기 환자는 애초에 잘 보이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서 착각할 때도 많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물론 잘 보이지(p. 66)않아 흐릿한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도 마찬가지이므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가까이 두는 등의 배려가 필요합니다(p. 67).
제 경험상 주로 임종기에 골골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는 의식이 저하 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마다 '환자는 괴롭지 않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괴로워 보인다고 인식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판단 기준을 참고하여 의식이 있고 괴로운 듯하다면 가래를 제거하고, 의식이 저하되어 괴로워 보이지 않는다면(고통이나 태동이 눈에 띄지 않으면) 가래 제거를 삼가세요. 의식 여부로 괴로운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호흡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명 수일 단위에 빠른 호흡을 할 때도 대부분 의식이 저하되어 있어 괴롭지 않습니다. 잠들었거나 의식이 저하되어 있을 때는 무호흡과 빠른 호흡을 반복하더라도 거의 괴로움을 호소하지 않습니다. 여명 수 분 단위에 출현하는 하악호흡도 의식이 저하된 상태라 괴롭지 않은 증상입니다(p. 88).
떠나보내는 장소는 따뜻하고 포근하게 하라
사망자를 떠나보내는 공간은 가능한 한 평온하고 따뜻한 곳이 좋습니다. 환자가 안심하고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장소를 제공하고 싶겠지요. 안타깝게도 일반 병원이나 대형 병원은 개인실이라 하더라도 그다지 평온한 공간을 제공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시설이 좋고 의료진이 훌륭하여 충분한 자질을 갖춘 공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충분히 훌륭하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호스피스나 완화치료 병동은 평온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암으로 입원하여 마지막 시기를 보내려고 생각하는 장소로는 적절한 선택지입니다. 다만 저는 역시 집, 오래 생활해온 노인센터, 간호시설 등이 생활공간에 가장 가까우며 마지막 장소라 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는 익히 봐온 친한 사람이 있고, 친숙한 물건이 있으며, 익숙한 소리가 들리고, 낯은 공기가 흘러옵니다. 이는 다른 곳과 비교가 안 되는 장점입니다. 집에서 사망한 한 환자의 방에서는 그가 사랑한 클래식 음악이 조용하게 흘러나왔습니다.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가족에게 둘러싸인 채, 그 이상은 없다고 할 정도로 평온한 얼굴로 숨을 거뒀습니다. 이처럼 집이라면 음악을 켜둘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만족스러운 표정에서 죽음이 인생의 완결임을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큰 병원 병실에서는 느끼기 힘든 흡족한 임종이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p. 158). 사망 징후가 확인됐다고 죽음인 것은 아닙니다. 죽음이란 무엇보다도 가장 의미가 풍요롭습니다. 죽음이 마냥 불행한 것만은 아닙니다. 간호한 사람이나 유족 등 환자의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에게 새로운 세상을 사는 힘을 선사합니다(p. 1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