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 김성은 목사(안양 샘병원 원목, 총신 목회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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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목사 

Well dying(good life, good death) - 4, 원목사역을 통한 임상적 경험

병원 사역 중에 가장 가슴 아프고, 목회자로서 힘든 일은 동료 목회자들이 과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말기 암에 걸려서 입원하는 것이다. 목회사역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40대, 혹은 30대나 50대에 말기 암으로 인해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을 하게 되면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 아울러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평생을 목회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죽음 앞에서 전혀 준비 되지 못한 모습으로 오직 병이 낫기만을 원한다거나 죽음을 부정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전했던 복음을 부정할 때이다(그러나 일반적으로 긍정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가끔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지난 15년 동안 병원에서 경험한 여러 사건들이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 준비되지 못하고, 부정적인 모습 속에서 임종을 맞이한 목회자들, 입술로 전한 말씀과 삶이 괴리된 안타까운 모습의 목회자들, 이 땅에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오직 죽어서 가는 천국만 생각하는 목회자들은 나의 가슴 속에 아픔과 믿음과 사역에 대한 숙제로 남아 있다.  

 

① 목사 A씨: 목사인 A씨는 말기 암으로 인해 임종을 맞으면서 마지막 유언을 “하나님은 안 계시니까 하나님을 믿지 말라”고 남겼던 죽음에 대한 극단적 부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말기 암으로 인한 마음과 육체의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원망과 실망감,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 그리고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 무엇보다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교차하면서 그런 극단적 부정의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영생과 부활의 복음의 믿고 그 복음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목회자가 자신의 뜻하지 않은 죽음 앞에서 하나님을 부정하는 모습은 같은 목회자로서 우리가 입으로 전하는 복음의 능력이 무엇이며, 과연 목사가 되었다고 해서 죽음을 넘어 영원을 바라보는 참 믿음이 있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② 선교사 B씨: 선교사로 해외에서 사역을 했던 B씨는 젊은 40대의 젊은 나이에 말기 암으로 인해 우리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분은 또 다른 형태로 죽음을 거부한 경우인데, 날마다 친분이 있는 여러 목사님들을 초청하여 쉬지 않고 예배를 드리는 것을 원했다. 물론 원목인 나에게도 하루에 두세 번씩 꼭 자기를 찾아와 기도해 주고 예배 인도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든 예배와 말씀 그리고 기도는 오직 병이 나을 것이며 다시 회복시켜 더 큰 선교(본인의 표현)를 하게 하실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나에게 묻는 질문은 단 한 가지였다. “목사님, 하나님이 나는 미워하시는지 아무 말씀도 안 하시지만 목사님에게는 말씀하실 것 같은데, 오늘은 하나님이 나를 살려주신다고 말씀 안 하셨나요?” 그분은 임종하는 날까지 죽음을 철저히 배제한 채 그렇게 사는 것만 소망하다가 아무런 죽음에 대한 준비도 없이 임종을 맞이했다. 

③ 선교사 C씨: 선교사이며 미혼이었던 50대의 C는 하나님 앞에 섭섭함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자기 앞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말 것이며, 예배를 비롯한 기도조차 하지 못하게 막았다. 독신으로 살면서 평생을 하나님과 복음만을 위해 살았는데 이렇게 모진 질병에 걸리도록 한 하나님이 싫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씀을 통한 권면과 믿음의 형제들의 방문에 대해서 입을 꼭 다물고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질병과 함께 점점 마음이 닫히면서 급기야 모든 면회와 방문마저 거절함으로 인해 임종의 순간까지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을 경험하였다. 

 

이상의 내용은 병원 사역을 통해 직접 경험한 많은 사례 중에서 대표적으로 목회자(선교사)들과 관련된 몇 가지 사례이다. 병원에서 사역을 하면서 목회자들이라고 해서 꼭 모두가 부활과 영생에 대한 신앙이 분명하며,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히려 현대의 과학과 의술을 맹신하면서 성경의 주님은 오직 질병을 치유하고 죽은 자도 살리는 주님, 곧 나에게 이 땅에서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분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상 죽음의 문제는 어떤 사람이든지 직접적으로 겪어볼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도무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 최재락은 “죽음은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점에서는 보편적인 사건이지만, 한 개인이 경험하는 죽음의 특성과 상황이라는 측면에서는 특수한 사건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정진홍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고 이야기 한다. 즉 실존적으로 볼 때에 삶과 죽음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죽음이 다가오면 두려움 속에서 부정적이며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에 대해서 최재락은 “인간의 존엄성은 자기 자신의 삶의 특수성과 죽음의 특수성을 실현시킬 때 가능하다. 곧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 주체로써 적극적인 자세로 죽음을 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오늘 우리 시대의 특징은 죽음을 터부시하고 두려워하는 현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총체적 죽음의 위기 속에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것에 대해서 김균진은 “인간의 세계는 생태학적 위기의 차원을 넘어 총체적 죽음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더 잘살기 위해서 과학을 발전시키고 경제 발전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그리고 물질 생활이 편리해지고 풍요해 짐에 비례하여 죽음의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라고 주장한다. 곧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사회적인 분위기는 죽음을 우리 인간의 삶에서 점점 몰아내고 배제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목회자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 연구가 필요한 것이며, 아울러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바른 이해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요소로 설명할 때에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① 죽음 앞에 선 인간이 누구나 존중 받으며,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의료적이며 사회적인 결정에 대해서 자신이 직접 결정하고, 부활과 영생에 관한 소망과 기대 가운데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데 있다. 

②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성경적 깨달음이 있을 때 사람들은 죽음의 건전한 철학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게 될 것이며, 아울러 삶의 만족도도 매우 높아질 것이다. 

③ 목회자들로 하여금 죽음에 대해서 분명한 성경적 관점과 신앙을 갖고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④ 목회자들로 하여금 목회를 하는 중에 임종에 임박한 성도에게 죽음을 잘 맞이하도록 목회상담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죽음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늘 차지하고 있었던 존재이기 때문에 무서워하고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에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는 영적인 돌봄의 사역을 해야 한다. 아울러 죽음으로 말미암아 가족 간에 용서와 화해가 일어나고 새로운 천국 소망을 갖도록 하는 사역을 해야 한다. 인간적으로 볼 때에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되는 죽음을 하나님께서 가장 선하게 사용하셔서 가장 중요한 축복의 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을 넘어서는 부활의 신앙이 바로 우리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진정한 소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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