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 김성은 목사(안양 샘병원 원목, 총신 목회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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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목사 

Well dying(good life, good death) 5 - 기독교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의 증언

(*** 이번 글은 좀 깁니다. 그러나 진료의 현장에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경험한 생생한 나눔이기에 끝까지 읽어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호스피스 사역을 하면서 일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한국 기독병원 협회에 소속된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 중에서 3년 이상의 호스피스 경력을 가진 크리스천 간호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질문을 하였다. 왜냐하면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들의 생생한 증언이 죽음학 연구의 중요한 이유가 되며, 아울러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큰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1) 호스피스에서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① 3년 미만 ② 3-5년 ③ 5-10년 ④ 10년 이상 

2) 다음 중에 기독병원 호스피스 캐어 중에 가장 힘들었던 대상은 누구였나요?

① 불교 신자 ② 기독교 신자 ③ 무교 ④ 가톨릭 신자 ⑤ 기타(이단 등) 종교 신자 

3) 다음 중에 호스피스 캐어 중에 가장 힘들었던 대상은 누구였나요?

①  호스피스에서 세례 받은 분 ② 믿은 지 5년 이하인 환자 ③ 집사, 권사, 장로 등의 평신도 직분자 ④ 목사, 선교사 등의 사역자

4) 호스피스에 입원하는 환자들 중에서 목회자들의 모습이 어떠했는가?

(주관식, 경험을 진솔하게 기록해 주세요.)

5) 목회자들의 입원 기간의 모습과 죽음의 모습에서 얻은 교훈이 무엇인가?

(주관식, 경험을 진솔하게 기록해 주세요.)

 

이 설문에 대한 대답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질문1)에 대답한 간호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인들 근무 연수는 최소 3년 이상의 것만 취합하였다. 

질문2)의 호스피스를 통한 돌봄 중에 가장 힘들었던 환자는 기타(이단 등) 종교 신자, 기독교 신자, 그리고 불교, 가톨릭의 순이었다. 

질문3)의 호스피스를 통한 돌봄 중에 가장 힘들었던 기독교 신자의 순서는 목회자,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례 받은 자 순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질문4,5)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중에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4번 질문에 대한 대답 정리

간호사 A: 죽음 앞에서 심리적 상태와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예민했고, 캐어 제공자들을 평가하며 때로는 훈계하기도 하고, 특권주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환자 개인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 주변의 가족, 교인들에 의해 VIP로 대우해 주기를 바라는 데서 오는 의료진들에게 지워지는 부담감이 매우 컸다. 호스피스 대상자로 일반인에 비해 어려운 대상으로 느껴졌다. 

간호사 B: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목회자들은 호스피스에 입원과 임종시에 평온하기보다는 왠지 더 억울해하고 사소한 것에도 불만이 많아 간호사 및 의료진에게 더 힘든 환자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선교사역지에서 온 젊은 선교사님들은 호스피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고, 사망 시까지 기적을 바라거나 본인의 질병 상태에 대한 의사들의 진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안타깝게 임종을 한 사례가 많았다. 가족관계가 많이 단절 되거나 해결 안 된 선교사님들은 집단치료 및 웃음치료, 환자 및 봉사자와의 친목 등에도 참여율은 없거나 저조했다.

사회복지사 A: 환자의 입장보다는 목회자의 입장에서 신앙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것 같은 모습을 통해서 죽음에 임박해서도 목회적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목회자의 부담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간호사 C: 실제 사역현장에서 보여 지는 목회자와 환자로서의 목회자의 모습은 상반되는 경우가 있었다. 환자의 입장보다는 목회자로서의 권위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호사 D: 호스피스에서 2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다 보니 환자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누자면, 1)인격이 성숙하여 원만한 가정을 이루며 전반적으로 좋은 삶을 살아왔던 목회자, 2)인격은 미숙하고 권위적이면서 가정에서 폭군처럼 군림하여 전반적으로 원만하지 못했던 목회자, 3)정직하고 믿음은 좋지만 성숙 단계는 아니어서 고집이 세고 남의 말에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맹목적인 목회자로 생각해 볼 수 있다. 

1)인격적으로 성숙한 목회자는 겉과 속이 일치하여 가족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었고, 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의료진에게 매사에 협조적이고 원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였으며,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긍정적인 태도로 호스피스완화돌봄을 받아들여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잘 보내었고, 임종 시에도 조용하고 평화롭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아름답게 생을 완성하였다. 

2)인격이 미숙한 목회자는 남들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 아무리 성공적이고 대단한 목회나 선교를 하였더라도 폭군처럼 사람들에게 군림하여 그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존경을 받지 못했고 그의 언어적 및 행동적 폭력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대화가 불가능하였고, 매우 교만한 태도로 그 자신조차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고 폐쇄적이고 방어적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남을 하나님처럼 판단해 왔으므로 자신도 타인들에게 판단을 받을까 두려워서 공동체에 자신의 질병을 알리지 않으려는 폐쇄성을 보이기도 하였다. 임종 시까지 회개하지 않았을 때는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분들에게 호스피스완화 돌봄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자신만의 독선적 주관을 가지고 소통과 대화를 거부하고 일방적인 지시만을 하고, 모든 이들이 굴복하기를 바라며 요구하므로 가장 힘들었다. 

3)믿음은 좋지만 인격적으로 미숙한 목회자는 병이 들었을 때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맹신적인 모습으로 의료를 거부하고 기도원을 전전하다가 악화되어 오는 경우들이 많았고, 반면에 어린아이처럼 가족들을 의지하면서 큰 부담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님이 살려 주실 거라는 기적만 바라는 중에는 의료진과 소통이 어려웠고 자신의 주장만 하였으며 상대적으로 말기를 수용하고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가족들이 많이 힘들었지만 임종 시에는 결국 받아들이고 천국을 소망하며 하나님과 가족에게 감사를 전하고 떠났다.

 

(2) 5번 질문에 대한 대답 정리

5번 항목에 대한 대답을 소개 해 보면, 4번에 비해서 훨씬 더 진솔하게 호스피스 담당자로서 목회자들에게 느낀 점을 기술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 내용을 그대로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간호사 A: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죽음을 수용하고, 천국을 소망하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과 가족, 의료진들을 격려하고, 축복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목회자이기에 반드시 죽음을 잘 수용해야 하고, 천국을 소망하기에 마지막 삶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낮에는 의연한 모습이지만, 밤에는 홀로 고민하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많이 경험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솔직한 인간적 모습은 하나님 앞에서 있을 때만 표현할 수 있었던 목회자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목회자 이기에 어떠해야만 한다’, ‘내가 누구이기에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고, 어떤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런 압박에서 벗어나 오롯이 하나님 앞에서 한낱 인간임에 지나지 않은 그런 모습으로 정직하게 서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간호사 B: 사후의 세계에 대한 확신이 있기는 하는가 싶을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내려놓지 못한 모습을 가끔 대하게 되면, 본인이 가장 힘들 때 남한테 상처를 더 준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사회복지사 A: 확실한 것 같았던 믿음이 죽음 앞에서 목회자들조차도 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사람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신앙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 C: 죽음의 대한 이해가 실제적으로는 깊지 않은 모습이었고, 일반인이 죽음을 대하는 두려워하는 모습은 목회자들도 비슷해 보였다. 죽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이며, 누구나 죽음 관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고, 오늘 주어진 삶 속에서 소중히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하겠다는 교훈을 받았다.

간호사 D: 목회자 역시 하나님 앞에서는 인간으로서 동일한 모습이었고, 죽음 앞에서 믿음의 시험을 겪는 모습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인격의 성숙도와 신앙의 성숙도에 따라, 얼마나 영적으로 바른 중심을 가지고 전인적으로 삶을 통합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임종 시와 내세의 삶에 대한 태도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목회자이기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목회자나 평신도나 동일하였고, 각 자의 성품이나 인격, 신앙의 성숙도에 따라 입원기간이나 죽음의 모습이 다른 양상을 나타내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목회자들 중에서도 인격과 신앙이 일치된 분들의 모습은 자신의 직함이나 성공적인 사역을 내세우지 않았고, 자신의 가족이나 의료진 등 그 누구를 대할 때에도 늘 겸손한 모습으로 상대방을 배려하였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으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위로와 축복을 전해주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영적인 고뇌와 내적 갈등은 하나님과 단독 대면하여 해결하였기에 자신의 문제로 인해 주위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고, 자신이 이룬 업적들을 내려놓으면서 가족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을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늘 자신의 부족함은 없는지 돌아보고 회개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가족들의 헌신과 의료진을 비롯한 주위사람들의 섬김에 감사하는 모습이었고, 같이 입원한 환자와 가족들을 배려하며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증상이 악화되어 힘들고 어려울 때도 영적인 성숙함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잘 견디고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잘 대처하였으며, 자신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오히려 안심시키고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바른 영성은 현실과도 조화롭고 지혜롭게 대처함을 보여주었다. 현실적으로도 잘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요행이나 기적만 바라지 않았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면서 자신의 죽음 이후의 가족의 삶에 대해 실질적으로 미리 준비하였으며,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역을 위해 후원하거나 생전에 미리 기부하거나 유언을 남기셨다. 이런 분들의 안정된 모습은 환자 본인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삶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며 가장의 말기라는 가족의 위기상황에서도 가족이 서로 단합하며 잘 대응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족의 체계도 개방적이어서 믿음의 공동체에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으며 기꺼이 교회 안에서 영적 지지와 함께 실질적인 지지를 받는 모습이었다. 

 

목회자이거나 평신도이거나 누구든지 동일하게 죽음의 과정에서 시험을 받지만 전인적으로 성숙하고 통합된 분들의 반응과 대처 양상은 달랐다. 임종의 과정이나 임종의 순간에 있어서도 성숙된 목회자나 평신도는 죽음 앞에서 부활 신앙을 잘 적용하였고, 믿음의 시험을 잘 감당하여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가족들에게도 믿음의 확신을 유산으로 남겨주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정직하고 올바른 관계를 맺으며, 영적인 성숙이 자신의 전인적인 삶의 조화와 통합성으로 나타나 주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품위 있고 아름다운 삶의 완성과 내세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었다. 또한 끝까지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죽음을 부인하거나 거부하지 않았고,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죽음조차도 삶의 과정으로 수용하고 영원한 내세를 믿으며, 성숙한 신앙의 모습과 함께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온전한 믿음과 본을 보여주었다. 

죽음이 임박하여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영적 현상에서도 신앙과 인격이 성숙된 분들에게는 천국의 모습이나 하나님의 빛을 본다든지 하는 믿음의 영적 보상이나 확신을 강화시켜주는 체험을 하였고, 구원의 확신에 대한 테스트를 받는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영적 지지와 도움을 받아들이고 잘 감당하였으며,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평과 원망이나 남의 탓을 하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고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와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에 감사하는 모습이었다. 시험을 이겨내고 체험적인 신앙을 나타내며 구원의 확신과 성경에 있는 말씀이 진실됨을 삶으로 보여주었다. 

제가 경험한 환자 중에는 죽음이 임박하여 성경말씀대로 생명의 면류관을 주리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은 분들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부활의 확신을 가진 분들은 기쁨으로 천국을 들어가시며, 임종 전 까지 남아있는 시간 동안 앞으로 자신과의 사별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을 위해 격려하고 축복기도를 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호스피스완화간호를 오랫동안 제공해 왔던 간호사로서 말기 질환을 통해 앞서 가신 믿음의 선배님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하나님 말씀이 살아 역사하심과 부활의 신앙을 ‘여기서(HERE)-지금(NOW)’ 적용할 수 있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호스피스사역을 통해 기독의료인으로서 기독교의 핵심 신앙인 부활의 신앙을 화석화된 관념이 아니라 지금 당장 어디서든지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믿음으로 삶 속에서 가르쳐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린다.

사람은 누구나 끝(죽음)을 보기까지는 끝이 아니기를 바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경험해 보지 못한 죽음에 대해 성경적인 종말론적 관점을 갖고 있어도 확실한 자세를 갖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곧 상담적 입장에서 본다면 목회자들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어렵고, 말기 질병과 죽음 앞에서 당당하기가 쉽지 않은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끝과 죽음은 항상 막연한 존재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목회자들에게도 상담적·심리적으로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자신들이 지식으로 알고 사역으로 전하고 있는 성경의 내용과 자신의 삶에 실제로 적용하는 말씀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죽음이라는 문제는 목회자들조차도 자신들의 삶에서 배제된 주제로 은연중에 멀리하면서 오직 이 땅에서의 삶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은연중에 성경의 하나님도 성공과 현세 그리고 살아 있는 자들만의 하나님으로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경의 하나님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의 하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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