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 김성은 목사(안양 샘병원 원목, 총신 목회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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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목사 

Well Dying(good life, good death) 8 -- 죽음학의 역사

( 언어적으로 죽음학을 의미하는 ‘thanatology’의 접두어 ‘thanato-’는 고대 그리스도의 죽음을 의인화한 신 ‘thanatos’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죽음학은 1908년 노벨생물 화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사람인 러시아의 생물학자 메치니코프가 1903년 출간한 <인간의 본성>에 ‘죽음학’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시작되었다.)

누가복음 7장 31-32절에서 예수님께서 당시 사람들을 지적하신 말씀이 오늘 우리시대를 향한 말씀으로 다가온다. 

“또 이르시되 이 세대의 사람을 무엇으로 비유할까 무엇과 같은가,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서로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하여도 너희가 울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질병이나 고통 그리고 죽음과에 관한 문제가 감추고 멀리한다고 해서 우리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죽음의 문제는 우리의 인간의 삶과 결코 분리 될 수 없는 실제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죽음은 우리의 삶에서 늘 인식 되고, 또한 교육을 통해 준비되어야 하며, 아울러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삶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할 때에 삶을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답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영적으로 인간의 유한함과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갖고 영원과 부활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더욱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학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줄 것이다. 이 항에서는 죽음학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외국의 죽음학 역사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는 우리나라보다 죽음에 관한 연구가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도 우리나라보다 죽음학이 훨씬 발전해 있는 상황이다. 이 점에 대해서 대만 학자인 부위훈(傅偉勳, 푸웨이쉰)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최근 30년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죽음학에 과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 의학 지식의 발달과 보급, 의약 설비의 완비, 경제생활의 점진적 개선, 생활의 질의 끊임없는 상승과 요구, 대중 매체의 보편화, 오락산업의 발달, 사회 고령화 현상 등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현재 우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독일, 일본, 대만 등의 죽음과 관련된 학문적 연구의 역사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의 죽음을 다루는 죽음학(thanatology)의 태동은 대체적으로 1956년 미국의 헤르만 파이펠(H. Feifel)이 새로운 관점에서 죽음을 보는 운동과 다학문적 접근으로 죽음을 연구할 것을 제창한 <죽음의 의미, The Meaning of Death>를 통해서 죽음 현상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로 본다. 이에 대해 임기운 등은 “파이펠은 죽음 연구와 교육을 정당화 한 최초의 책을 저술한 학자로 인정되는데, 그 이유는 죽음과 그 과정의 연구가 과학적 탐구, 특히 행동과학자들에게 타당하고 필요한 것임을 최초로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 후 1963년 로버트 풀턴(R. Fulton) 교수가 미네소타 대학에서 죽음을 주제로 한 최초의 정규 강좌를 개설하면서 미국에서 죽음학이 발전하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작된 미국의 죽음학의 이어지는 발전에 대해서 곽혜원은 자신의 책 <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1966년에는 죽음학의 실천적 과제를 다루는 죽음 교육 분야의 최초 뉴스레터라고 할 수 있는 <오메가>가 창간됨으로써 죽음 교육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1969년에는 미국 전역의 많은 대학교가 죽음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한편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가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죽음학에 관심을 두는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그녀는 죽음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크게 이끌어냄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죽음 인식 운동의 확산을 가져왔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1970년대에는 미국의 20여개 대학에서 죽음 관련 교과과정이나 학과가 개설되었고, 죽음교육이 학교 강의실 안팎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둘째, 독일은 몇 백 년에 걸친 풍부한 죽음교육의 전통을 지닌 국가로써 학교 정규교육 이외에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종교 수업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 나누어 실시하고 있으며,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은 이 수업 중에 다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독일인으로써 일본 죽음학의 기틀을 세운 데켄(Deeken.)은 “독일에서는 1980년대 이후 죽음 교육 프로그램이 학교 교과과정에 정식으로 포함되었으며, 모든 학교에서 실시되는 종교 수업과 함께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4학년까지 13년 동안 학생들의 성장 과정에 맞추어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각적으로 다루는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의 예배를 비롯한 여러 행사와 교육을 통해 죽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신자라면 누구나 교회 공동체를 통해 죽음을 맞이할 준비에 대해 배우면서 사후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을 갖는다”고 소개한다. 

 

셋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죽음학과 관련해 상당히 앞서 가고 있다. 사실 일본은 죽음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서 죽음학·생사학 연구의 활성화가 어려울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선각자, 곧 독일에서 귀화한 세계적 죽음학자로서 일본 죽음학의 대부라고 하는 알폰스 데켄 교수에 의해 죽음학이 괄목할 만큼 발전하게 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최준식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데켄 교수는 1975년 일본 조치 대학에 ‘죽음의 철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한 후 1982년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세미나’와 1983년에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을 결성하였다. 이를 통해 그는 일본인들에게 죽음학을 소개하고 죽음교육이 일본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또한 우리 정부의 장학금을 통해 일본에 가서 죽음학 연수를 한 김옥라는 일본의 죽음학 상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본에서는 1999년 웰다잉 교육을 보급하기 위한 ‘죽음교육연구회’가 결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벌리고 있으며, 2004년부터 학교 교육에 죽음교육이 포함되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죽음교육이 전국의 학교 기관과 다양한 평생교육 시설에서 30년 넘게 시행되고 있다.”

 

넷째, 대만은 우리와 같은 체면문화와 유교가 중심이 된 국가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담론과 연구를 터부시하였기 때문에 죽음학에 대한 연구가 1990년대까지 매우 미진한 상태에 있었다. 그런 대만에서 죽음학에 대한 결정적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1999년 약 1,500명의 사상자를 낸 대지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임기운 등이 연구한 것처럼 “대만은 1999년 대지진 후에 정부가 그동안 학자들의 연구와 각종 세미나 정도에 머물던 죽음에 대한 교육을 중고등학교까지 확대하여 실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에서 죽음학이 태동된 시기는 1999년 대지진보다 앞선 1993년으로 대만 학자들을 주장한다. 왜냐하면 미국 템플대학교 종교과 교수인 푸웨이쉰(한국식, 부위훈) 교수가 자신의 10년간의 죽음 관련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생명의 존엄과 사망의 존엄>이란 출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전병술은 “부위훈은 동양 전통 철학(특히 중국 전통의 생명학)의 기초 위에 서양의 죽음학을 결합해 삶과 죽음을 포괄하는 생사학을 제창하였며, 이 책의 출간은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죽음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고 말한다. 

 

다섯째, 미국이나 독일 이외에 근대적 호스피스가 탄생한 영국은 물론 캐나다, 프랑스,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국가에서도 죽음학에 대한 학문적 접근과 그 실천인 죽음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 서구 사회의 많은 대학이 죽음학을 필수과목으로 책정하고 있으며, 죽음에 관한 많은 연구 문헌이 발행되고 있다. 최근 서구 신학계도 이러한 일반 사회의 흐름에 부응하여 비교적 적극적으로 죽음에 관한 연구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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