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은 목사(안양 샘병원 원목, 총신 목회상담학 박사)

Well Dying(good life, good death) 11 - 죽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 연구
붉은 단풍이 한창이던 11월 중순부터 가을을 타는지, 울적한 마음에 한 동안 쉬었던 Well Dying(good life, good death)에 대한 글을 다시 시작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우리 인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철학, 심리학, 그리고 각 종교의 죽음에 대한 관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알아보고, 다음으로 나의 신학적 배경에 근거하여 성경적 관점에서 죽음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역사 이래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죽음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일차적인 모습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성경 히브리서에서 말씀하는 것처럼 사람에게 한 번 죽은 것은 정한 이치이다. 곧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필수 단계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죽음을 부정하고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믿음을 통해서 죽음으로 인한 불안을 떨쳐버리고 영원에 대한 분명한 소망으로 죽음에 응전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죽음과 대면해야 할 존재이므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마음속에 죽음에 대한 준비 및 생사관을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사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요시노리는 "우주나 생명 전체의 큰 흐름 속에서 자신의 삶과 죽음이 어떤 위치에 있고 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나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죽음에 중점을 두고 현재의 삶의 방식을 생각해 보는 철학적 관점"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제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각자가 가진 인생관과 죽음관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아주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죽음의 문제는 철학·심리학·의학·종교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다루고 있는 주제이며, 각 학문 분야의 체계 내에서 고유한 관점에 따라 정의되고 있다.
1. 죽음에 대한 다학제적 관점
인간의 삶에 다양한 의미를 갖고 복잡한 영향을 미치는 죽음의 문제는 철학, 심리학, 종교학, 의학 등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각 학문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다루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각 학문 분야에서 다루는 죽음이 특징에 대해 이이정은 “각 학문 체계 내에서 통용되는 독특한 사고 유형과 접근 방식에 따라 각각 정의되며, 아울러 해석도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우리 목회자들이 교회 내에서 죽음에 대한 사역을 위해서 꼭 알고 있으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는 철학, 심리학, 그리고 의학 분야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1.1. 철학적 관점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은 곧 현재의 삶을 향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질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대로부터 죽음은 철학자들의 주요한 주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죽음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리고, 사람들에게 분명한 대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정달용은 “오히려 의학에서 죽음을 부정하는 것과 같이 철학과 형이상학에서도 이 죽음의 문제를 주제화 하는 것을 소홀히 하거나 회피해 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양 철학에 있어서 인간의 죽음의 문제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철학의 주요 주제로 논의 되어 왔다. 중요한 것만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쾌락주의’라고 알려진 고대 헬라의 에피쿠로스학파의 죽음관에 대해서 정달용은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고 감각도 고통도 없으며 영혼의 원자도 모두 분해되기 때문에 이후의 세계를 무라고 단정한다. 그래서 죽음은 우리가 생존하는 한 우리와 함께 하지 않고, 죽음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순간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의한다. 아울러 강동효는 “에피쿠로스학파에서는 영혼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변을 버리고 오직 현재의 삶에만 충실할 것을 당부하면서 죽음을 문제로 삼는 것조차 회피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둘째, 소크라테스나 플라톤과 같은 고전 형이상학파들은 물질 혹은 신체와 대비되는 영혼, 혹은 물질과 대비되는 정신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들은 죽음 후에도 우리 인간의 정신은 다른 형태의 삶이 계속된다는 불멸성의 개념을 주장하였다. 곧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죽음관에 대해서 김귀룡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육신의 속박과 고통으로부터 정신의 해방과 치유로 보았고, 플라톤은 죽음을 영혼이 신체로부터 불사의 세계로 옮겨가는 일이라고 보았다.” 곧 고전 형이상학파에서는 인간을 정신적 존재로 규정하고 영혼은 육체와 달리 영원하다는 불멸성을 강조하였으며, 당연한 귀결로서 죽음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취급하였다. 이와 같은 고전형이상학파의 죽음과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 확연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중세 시대에는 대표적으로 어거스틴과 아퀴나스 등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죽음에 대해 성찰하였다. 중세철학의 특징에 대해서 김정우는 영혼이 신과 인간을 이어 주는 중간 매개체가 되고, 이 세상의 육체적 삶이 끝난 후에도 영혼은 지속된다고 믿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중세시대에 죽음은 이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다른 존재로의 비약과 영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두렵기보다는 긍정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고,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넷째, 근대에 들어 유신론적 세계관이 붕괴되면서 감각적으로 확인되지 않거나,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세계를 거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김열규는 “근대철학부터는 내세나 초월계 보다는 자신의 현실적 삶이나 내면적 확신에 바탕을 둔 철학적 작업을 중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죽음을 철학적 문제에서 배제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근대철학에서는 경험적으로 입증될 수 없는 모든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죽음은 육체적 영역에 한정되는 생물체의 생물학적 종말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근대철학에서 죽음의 문제를 철학적 관심의 영역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이유는 죽음, 특히 ‘나의 죽음’이 검증 가능한 경험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데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죽음의 외적인 현상, 밖으로부터 이루어진 간접적인 경험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외적이고 간접적인 경험은 확실성과 논리의 필연성을 기반으로 하는 철학적 지식의 원천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19세기 실존 철학과 실존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죽음의 문제는 다시 철학적 관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제1,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은 삶의 의미와 더불어 죽음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전쟁과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 살았던 실존주의 철학의 죽음관의 특징에 대해서 최재락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 이해에 있어서 의미있고 중요한 것을 발견 했는데, 한 개인의 삶은 특별한 것이며 따라서 개인의 죽음도 특수하다는 것이다. 곧 죽음은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점에서는 보편적인 사건이지만, 한 개인이 경험하는 죽음은 특수한 사건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곧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관찰 가능한 객관적 사실로서의 죽음의 의미가 아니라 삶의 종말로서 죽음이 개인의 현실적인 삶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진홍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충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즉 실존적으로 볼 때 삶과 죽음 사이에는 큰 괴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실존주의에서는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죽음에 대한 철학적 관심의 대상은 외부로부터 관찰되는 죽음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의 죽음과 맺게 되는 관계와 그 관계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달용은 “실존주의에서 죽음은 우리가 도달할 종착역이 아니라 우리가 실존으로서의 자기를 자각하는 적극적 계기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므로 인간은 신의 존재와 내세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더라도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 자체가 죽음을 향한 존재로 보았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철학에서는 죽음을 죽음이 가져다 주는 정서적 불안과 공포를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극복하려는 입장에서 죽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