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은 목사(안양 샘병원 원목, 총신 목회상담학 박사)

Well Dying(good life, good death) 14 - 죽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 연구(4)
1. 죽음에 대한 다학제적 관점
1.4. 법학적 관점
죽어 가는 사람이, 곧 죽음 앞에 홀로 선 고독한 당사자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병원에서 호스피스 사역과 많은 임종에 처한 환자들을 돌보면서 경험한 사실은 죽어가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최종적 결정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지막에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진통제는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얼마나 가질 것인가? 등등 환자 본인이 결정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죽음에 처한 자신의 운명을 자신 결정 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서 죽음 앞에 선 환자들은 더욱 고독하고 육체적 고통과 함께 정신적 고통까지 겪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환자의 사망과 관련하여 그 전후의 전 과정에서 가족 간에 불화하는 일도 많고, 법학적으로도 많은 논란과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아울러 현대의 과학과 의료기술은 이전 시대에는 분명히 죽었을 사람들, 곧 자력으로 호흡을 할 수 없는 사람, 심한 뇌 손상을 입은 사람, 인공호흡기나 인공급식튜브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사람, 장기와 조직의 이식, 그리고 그밖에 다양한 의술을 통해 사람들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그러나 이이정의 말처럼 “이런 기술들은 인간의 삶은 연장시켰지만 때때로 죽음의 과정에서의 고통의 깊이나 그 정도를 증가시킨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현대 의학과 기술을 이용한 생명의 연장이 정신적·육체적·사회적·경제적으로 더욱 큰 고통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런 의학과 과학의 발달은 질병 치료와 생명 연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분명하게 환자의 의견이나 여러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가운데 단순히 생명 연장으로 이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도덕적 문제들을 안게 된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일찍부터 연구한 김균진은 “현대의 병원은 환자들에 대한 의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비인격화시키고, 임종에 임박해서도 개인들의 모든 특성과 의지를 무시하며 탈사회화 혹은 탈문화와의 과정에 복종시키는 경향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곧 현대 의학과 병원의 구조는 죽어가는 사람이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의료적이며 법적인 어떤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는 환자의 비인격화, 특히 임종의 과정에서의 비인격화에 대해서 김균진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음을 서술한다.: ①환자는 임종이 다가올수록 평소 자신이 살고 있던 삶의 환경에서 신체적으로 격리된다. ②환자는 평소에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에서 병실(중환자실 등)로 격리된다. ③환자는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와 위치에 있었든지 간에 임종이 다가올수록 의료진에 의해서 모든 행동과 신체적 활동이 사회적으로 격리된다. ④환자는 인격적으로 오직 임종이 다가온 환자로만 대접 받으며, 모든 인격적 대우를 포기하고 병원의 규칙과 모든 의료적 과정으로 격리 된다. 그리고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 한 사람과 관련된 이런 문제들은 임종에 직면한 환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 공동체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임종과 관련하여 병원과 의료진의 의사를 거의 따라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임종과 관련된 현대의 문제는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와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법학적으로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정의를 내리게 된 것은 아무래도 장기 이식과 관련하여 뇌사에 대한 판정의 범위와 시기에 관한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과 폐의 기능이 완전히 멈춘 상태, 그리하여 이미 몸의 많은 세포와 장기가 그 기능을 완전히 멈춘 상태를 죽음의 상태로 인정할 때에는 법률적으로 그렇게 많이 논란이 될 소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뇌사의 문제는 신원하가 신학자로서 지적하는 것처럼 “뇌기능은 정지 되었으나 심장이나 폐는 계속 뛰고 있고 다른 장기들도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상태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많이 포함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영적인 일을 담당하는 목회자들도 목회상담적 입장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의학적·법률적 상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 ‘대학의학협회’에 구성된 ‘죽음의정의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죽음의정의및뇌사판정기준’을 통해 죽음을 심장 및 호흡 기능과 뇌반사의 불가역적 정지 또는 소실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대한의학협회의 ‘뇌사판정기준’을 더욱 많이 인정하여 1993년에 개정한 ‘뇌사판정기준’이 거의 그대로 장기 이식에 관한 법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1999년에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심장사와 함께 뇌사 상태를 법률적으로 죽음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뇌사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특별위원회의 보고서에 기초한 하버드 기준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1998, 10)에서 그것을 그대로 인용하며 발표한 뇌사판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빛 소리 접촉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한 가장 아픈 자극 등 외부 자극에 대한 무반응 ② 자발적 근육 운동의 부재, 자발적인 호흡의 부재(적어도 한 시간 동안),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는 호흡기를 끈 후 적어도 3분 동안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야 한다. ③ 빛에 대한 눈동자의 수축의 부재, 눈 깜짝임의 부재, 귓속에 얼음물을 부었을 때 눈의 움직임의 부재, 가볍게 두드렸을 때 근육수축의 부재, 하품이나 말을 할 수 없는 등 뇌 반사와 척추 반사를 포함한 모든 반사의 부재. ④ 적어도 10분 이상 평탄한 뇌파
⑤ 위의 모든 항목을 24시간 후에 반복 검사해도 같은 결과를 나타낼 것 ⑥ 환자가 저체온증(32.2이하)이 아니고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진정제의 영향하에 있지 않을 것 등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인정하는 죽음의 확증의 기준 및 확인의 기준은 6세 이상인 자에 대한 뇌사 판정 기준인 「장기이식등에관한법률」의 별표 뇌사판정기준(제16조 제2항 관련)에 따르고 있다. 그 내용과 절차 등은 다음과 같다. ① 선행조건: 원인질환이 확실하고 치료 가능성이 없는 기질적인 뇌병변이 있고, 깊은 혼수상태로서 자발적인 호흡이 없고 인공호흡기로 호흡이 유지되며, 약물 중독(마취제, 수면제, 근육이완제 등에 의한 중독)이나 대사성 또는 내분비성 장애(간성혼수, 요독성 혼수, 저혈당성 뇌증) 등의 가능성이 없어야 하며, 저체온이나 쇼크 상태가 아니어야 한다. ② 뇌사 판정 기준과 판정 절차: 이것은 모두 현대 의학의 발달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현대 의학적으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에 뇌사로 인정을 한다.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상태, 자발적 호흡이 되살아날 수 없는 상태까지 소실된 상태, 두 눈의 동공이 확대되어 고정되었으며, 뇌간반사가 완전히 소실되어 있는 상태, 자발적 운동 현상이나 경련 등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 무호흡검사 결과 자발 호흡이 유발되지 않으며 자발 호흡이 되살아날 수 없다고 판단된 상태, 이런 모든 판정 결과를 6시간 후에 재인확인 하여도 그 결과가 동일할 때, 재확인 후 뇌파건사를 실시하여 평탄 뇌파가 30분 이상 지속될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검사에 적합할 때이다.”(장기이식에 관한 법률 뇌사판정기준, 제16조 2항). 이상과 같은 의학적 판단이 이루어졌을 때에 전문 의사 2명 이상과 비 의료인 1명 이상을 포함한 뇌사판정위원회의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뇌사 판정이 확정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뇌사가 죽음으로 완전히 인정된 것은 아니다. 장기 기증자에 한해서 뇌사가 죽음으로 인정된 것일 뿐이며, 뇌사자라 할지라도 장기 기증을 하지 않으면 심장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인공호흡기를 임의로 떼면 불법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원하의 말처럼 “아직까지 뇌사를 장기 이식을 위한 의학적 목적을 제외하고 형법에서는 살인죄의 적용 여부, 민법상 권리 능력 상실 시기의 기점, 부검과 장례 등의 시점과 관련하여 일관되게 심장사를 죽음으로 인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