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1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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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토크】 마약이 만연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은 ‘마약청정지대’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더는 그렇지 않다. 마약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유통되고 있다. 이제 마약에 대해 알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익한 책이다. 그럼 누가 주로 마약을 할까? 우리가 뉴스에서 주로 접하는 마약 사범은 연예인이나 재벌 2세다. 하지만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2022)를 보면 마약 사범이 대부분 무직자나 농업인임을 알 수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1만 8395명 가운데 무직자가 31.5%에 이른다. 회사원이 6.2%이고, 예술/연예계 종사자는 0.4%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 보도로 인해 연예인이나 재벌 2세가 많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몇 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마약을 더 많이 한다. 가난은 만성 통증처럼 마약에 중독될 확률을 높인다. 여러 연구에서 가난과 마약 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서도 마약 투약자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거나 무직이다. 정규직은 30.9%에 불과하다. 마약 투약자 중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 비율은 54.4%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 한 달간 수입이 50만 원 미만인 비율은 절반이 넘는 52.2%에 달한다. 가난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약만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이 더 아프고 알코올 등에도 더 취약하다. 가난하면 치료를 받지 못해 더 아프고, 아프니까 일을 할 수 없어(p. 95) 더 가난해진다. 뭐가 먼저인지 알 수 없는 악순환이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가난해서 마약을 하고, 마약을 하니 가난해진다(p. 96) 우리 몸, 정확히는 뇌에서 소량의 도파민이 나온다. 섹스를 하거나. 상을 받거나, 게임에서 이기거나, 로또에 당첨되면 도파민이 증가한다. 우리 몸은 쾌락을 느끼게 되고, 도파민을 분비하는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 그래서 도파민이 나오는 정도를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 용량하기도 한다. 그래서 각종 중독 하면 도파민이고, 도파민 하면 마약, 그중에서도 필로폰, 그러니까 히로뽕이다. 상자 속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도파민을 초콜릿은 55%, 섹스는 100%, 니코틴은 150%, 코카인은 225%, 메스암페타민, 즉 히로뽕은 1,000% 증가시키는 것으 로 나타났다." 마약을 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나올 수 없는 도파민이 한꺼번에 폭발하듯이 터져 나온다. 도파민이 쏟아지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쾌감을 맛본다. 많은 이들이 천국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p. 105). 안타깝지만 많은 약물중독자들이 스스로 중독을 깨닫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2021년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과 재활기관에서 마약 치료를 받거나 심지어 법으로 치료 보호를 받는 사람조차도 10명 중 3명은 자신이 중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최근 1년간 특수 시설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12세 이상의 물질 사용 장애 환자 중 975%가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1.9%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노력하지 않았고, 0.5%만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의 마약 사용자들 은 자신이 중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p. 118). 약의 효과가 강하면 강할수록 금단 증상이 심하다. 즉 코카인보다 히로뽕이, 모르핀보다 헤로인이 더 그렇다는 말이다. 업 계열인 코카인이 보통 상태에서 사람을 홍분시켜 쾌락을 느끼게 한다면, 다운 계열인 헤로인은 보통 상태에서 고통 등을 억제해 쾌락을 느끼게 한다. 코카인을 끊으면 몸이 피곤하고(그동안 계속 몸이 흥분해 있었다), 잠이 쏟아지며(그동안 잠을 안 잤다), 식욕이 폭발한다(그동안 밥도 안 먹었다). 하지만 헤로인을 끊으면 오랫동안 약이 억제한 고통과 통증이 치밀어 올라와 매우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업 계열의 약을 하지 않으면 보통으로 돌아가지만, 다운 계열의 약을 중단하면 즉시 고통과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업 계열의 약도 앞서 말한 신경구조의 파괴로 얼마 못 가 심한 금단 증상을 일으킨다. "헤로인을 하면 어머니의 품같이 따뜻하고, 헤로인을 하지 않으면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의 주먹처럼 아프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하고, 즐거움을 위해서 하다가, 결국 아프지 않으려고 한다. 마약이 아니면 그 무엇으로도 안 된다. 이제 삶에서 마약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내성에 이어 금단 증상과 의존성마저 생겼다. 마약이 없으면 고통스럽다 못해 너무 아프다. 앞서 히로뽕을 하다 경찰에 온 50대 남자가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몸에 벌레가 기어다닌다고 한 것은 전형적인 금단 증상인 '콜드 터키 cold turkey'와 '코카인 버그(p. 122) cocane bug' 또는 '메스 버그meth bug' 다. “뼈에 소름이 돋아Goose-pimple bone” 마약을 하던 비틀스The Beatles의 존 레넌이 아이를 가지기 위해 마약을 끊을 때의 고통을 노래한 〈콜드터키〉의 한 구절이다. 마약을 하지 않으면 안색이 파랗게 되고 온몸이 떨리며 소름이 끼치며 닭살이 돋는다. 이를 영어권에서는 냉동 칠면조의 피부와 같다고 해서 '폴드 터키' 라고 한다. 금단 중상을 뜻하기도 하며, 단번에 약을 끊으려는 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금단 증상은 단 순히 식은땀과 소름에 그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천만 마리의 개미가 내 몸을 기어다니는 것 같다. 피부 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린다. 아무리 긁어도 계속 가렵다. 코카인이나 메스암페타민으로 인한 환각 증상으로 코카인 버그 또는 메스 버그라고 한다. 온몸을 긁기에 피부가 성한 날이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긁었던 것 같다. 이렇게 흉터가 많은 것도 이번에 알았다." 재활 중독 치료를 받고 있던 사람의 증언이다. 잠을 잘 수도 없다. 눈 만 뜨고 있어도 눈앞에 뭔가가 아른거리고,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자꾸 소리를 낸다. 나를 비난하고 모함하는 것 같다. 초조, 불안에 빠지고 심하면 망상에 사로잡힌다. 말 그대로 미쳐버리게 된다. 온몸이 불에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너무 아프다. 차라리 안 아프게 죽여달라고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약을 달라고 사정하게 된다(p. 123). 마약을 시작하게 되면 삶이 송두리째 추락한다. 얼마 안 가 돈이 바닥나고, 살이 빠지다 못해 근육까지 사라지고, 친구는 물론이고 가족마저 모두 떠나간다. 감옥, 치료 시설, 재발을 반복한다. 떨어지고 떨어져서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곳까지 떨어진다. 결국 마약의 끝은 감옥, 응급실, 약물 과용으로 인한 사망, 그것도 아니면 자살이다. 마약은 저주받은 마법이다. 몸이나 마음이 아파서, 혹은 호기심이나 유혹 등의 이유로 시작해 잠시 천국을 경험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헤어 나올 수 없는 지옥이다(p. 152).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언제 금연을 결심할까? 주로 50대에 몸이 아프거나 심각한 질환에 걸렸을 때다. 그러면 마약 하는 이들은 언제 약을 끊을 결심을 할까?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에 따르면, 새 삶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앞으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어서)이 들 때가 36.9%(복수 응답 포함)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정신이 이상해졌거나 몸이 너무 망가진 것 같아서가 29%, 징역형을 피하기 위해서(교도소가 지겨워서)가 188%였다!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렵다. 담배는 평생 참는 것이라고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은 말한다. 담배를 끊고 잘 지내다가도 술을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p. 156) 어울리면 '딱 한 번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뇌에는 '술=담배' 로 입력되어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담배가 생각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마약은 담배보다 더 심하다. 욕구와 갈망이 수시로 치솟는다(이를 '똥 마렵다'고 한다). 마약의 쾌감은 워낙 강렬해 단 한 번으로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다. 게다가 고통스러운 금단 증상까지 있다. 그렇기에 약을 끊는 것이 쉽지 않다. 국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매년 35~40%에 달하고, 마약 사범의 재복역률은 45.8%로 범죄자 평균 재 복역률(26.6%)의 2배에 이른다. 마약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범해지는 특성을 보인다. 그만큼 마약을 끊기가 쉽지 않다.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마약을 한다. 심지어 구속되고 풀려나서도 마약을 끊지 못한다(p. 157).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17세에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로 사용되는 향정신성 약물인 세코날Seconal에 중독되었다. 세코날은 당시 유행하던 대마초에 이어 자연스럽게 필로폰으로 이어졌다. 마약 하는 것을 숨기고 결혼했고, 성인 디스코 바와 룸살롱, 가라오케 등 유통 사업도 성공해 30대에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압구정 한양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은 전혀 없었다. 단, 딱 하나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필로폰이었다.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로 잘 조절하면서 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끊고 조절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마약이 천사의 탈을 벗고, 악마의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매일이 되었고, 어느 순간 하루에도 대여섯 차 레 필로폰을 투약했다. 사업은 사장인 자신이 없어도 순풍에 돛을 단 듯 잘 굴러갔다. 마약을 하다 보면 충동적이 된다. 그는 사업장 대신 도박장을 찾기 시작했다. 카지노, 경마, 경정 가리지 않고 모두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뚜벅뚜벅" 구두 소리가 들렸다. 아내 옆에 한 남성 이 보였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었다. 그가 흉기를 들자 그 남성은 침대 밑으로 들어가 숨었다. 쫓아갔지만 그 남성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모두 환청이자 환시였다. 마약으로 인한 환각 때문에 피해망상에 사로잡혔던 것이다(p. 162) 약을 끊길 바라는 아내가 7번, 자신이 1번, 함께 마약 하던 후배가 그의 증상이 너무 심각해서 1번, 총 9번을 신고했다. 10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100억 원의 재산은 도박과 약값으로 모두 사라졌지만, 그는 약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된 아내가 그에게 말했다. "여보, 이제 마약, 도박은 조금만 하고 나 맛있는 것 좀 사주면 안 돼?" 흘려들었던 그 말이 도박장에서 배팅하는데 떠올랐다. 도박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아내와 함께 한밤중에 중국집으로 향했다. 새우를 좋아하던 아내였지만, 돈이 없어 자장면밖에 사줄 수 없었다. 자장면을 먹던 아내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는 정신이 들었다. 그의 앞에는 한 때 모델을 하던 젊은 아내 대신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중년의 아내가 있었고, 중학교 때부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식들이 있었다. 더는 인생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는 1999년 국립법무병원(옛 공주치료감호소)에서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했고, 10년의 세월 동안 노력해 2009년 마지막 출소 이후 간신히 단약에 성공했다. 그는 주차 관리 요원과 대리 기사로 하루 4시간만 자고 일하며 10년간 돈을 모았다. 그리고 국립법무병원 조성남 원장님의 지원과 일본 다르크 센터장인 마쓰우라, 마사르 씨의 도움으로 2019년 4월 20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약물중독재활센터인 경기도 다르크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DARC를 열었다. 오랜 시간 마약을 했던 그는 누구보다도 마약의 폐해와 단약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약(p. 163)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마악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기관을 직접 설립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마약중독 자에서 마약 치료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마약은 사람의 삶과 가정을 망쳐놓는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삶이 바뀐다. 가정도 회복된다. 절망의 끝은 희망의 시작이다. 마약, 함께 노력하면 끊을 수 있다. 그리고 마약을 끊은 당신은 중독에 빠진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p. 164). 모든 상품은 원산지가 가장 저렴하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코카인이 가장 싼 곳은 어딜까? 코카인의 원산지인 콜롬비아다. 미국에서 120달러(15만 원)인 정제된 코카인 1g은 골롬비아에서는 2~10달 러(8000원에서 1만 3000원) 수준이다. 코카인을 포함한 마약중독이 가 장 심한 나라는 어디일까? 콜롬비아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콜롬비아가 코카인을 생산한다는 것과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뿐 콜롬비아 마약중독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미국 정부도 콜롬비아 정부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 마약을 얼마나 압수하고 몇 명을 처벌했는지 업적을 자랑하는 데만 바쁘다. 콜롬비아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마약으로 죽어가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최근 등장한 필라델피아 마약 거리가 특별할지 몰라도 콜롬비아에서는 오래전부터 흔한 일이었다. 콜롬비아의 제3의 도시이 자 카르텔로 유명한 칼리시에는 예전부터 '헤로인 거리'가 있었고, 제2의 도시이자 마찬가지로 카르텔로 유명한 메데인에는 800개 점포에서 각종 마약을 24시간 팔고 있다. 2019년 콜롬비아에서 불법 약물을 사용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10명 중 1명꼴인 9.7%에 달했다(p. 206) 하지만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콜롬비아 정부도 자국 내 마약중독자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콜롬비아에서는 마리화나 20g, 코카인 1g이하를 가지고 있으면 처벌조차 받지 않는다. 치료는 고사하고 약물중독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나 통계조차 없다. 방송을 보면, 콜롬비아와 관련해서는 범죄자 아니면 부패한 경찰관과 정치인, 그것도 아니면 미녀만 나온다. 하지만 마약중독자나 마약과 관련된 폭력과 살인, 마약 카르텔 간의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콜롬비아의 보통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폭력과 살인에 시달리며 사는 것도 억울한데 마약중독자나 범죄자로 낙인까지 찍힌다. 코카나무가 콜롬비아 농부에게 축복이자 저주인 것처럼, 마약 산업은 콜롬비아 젊은이들에게 희망인 동시에 절망이다(p. 207). 펜타닐의 장점인 '극소량의 강력한 효과'는 생산자에게는 복음과도 같지만 소비자에게는 저주와도 같다. 퍼듀 파마가 생산한 옥시콘틴의 경우, 약물 과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에 포함된 양은 일정하고 불순물이 없었다. 하지만 멕시코의 여러 마약 카르텔마다 제각각의 방법으로 생산한 펜타닐은 양이나 농도가 들쭉 날쭉한 데다 각종 불순물까지 첨가되었다. 펜타닐은 치사량(2mg)도 매우 적어서 헤로인 1회 투여량의 5분의 1, 필로폰 1회 투여량의 15분의 1만 투여해도 호흡 마비로 사망에 이르렀다. 마약 중에서 펜타닐이 가장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2년 11월에 미국 마약단속국(p. 277)은 펜타닐이 들어간 가짜 처방약 10개 중 6개가 치사량의 펜타닐을 함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3차 펜타닐 파동이다. 실제로 2021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0만 7,522명 중 무려 3분의 2가 펜타닐 사용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22년 18~49세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자살, 교통사고, 총기사고가 아닌 펜타닐 오남용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국의 마약 파동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돈에 눈이 멀어 타락한 제약회사가 1995년 미국 땅에 옥시콘틴을 퍼뜨렸다. 1996년에 시작되어 2010~2011년에 정점을 찍은 옥시콘틴의 1차 파동이었다. 옥시콘틴 공급이 줄자 옥시콘틴에 중독된 사람들이 헤로인으로 갈아탔다. 2010년에 시작해 2015~2016년에 정점을 찍은 헤로 인의 2차 파동이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멕시코 카르텔은 펜타닐을 자체 생산했다. 이렇게 옥시콘틴과 헤로인에 이어 펜타닐의 3차 파동이 2013년에 시작되었고, 이후 사망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7분에 한 명씩 펜타닐로 사망하고 있다. 더 끔찍한 것은 이 파동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 제약회사의 탐욕이 결국 펜타닐이라는 지옥을 불러왔다. 죽지 않아야 할 수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p. 278) 생산과 밀수를 하는 해외 마약상에게 한국은 '신세계'와 같다. 히로뽕 분말 1kg은 우크라이나에서 6,000달러, 미국에서 1만 달러, 홍콩에서 2만 3000달러이지만 한국에서는 8만 4,000달러이다. " 한국에서 히로뽕은 미국에서보다 8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코카인 또한 한국에서 18당 341달러(45만 원)인데 미국에서는 101달러로 한국이 3배 이상 비싸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국산 야바는 현지에서 3000원 이지만 한국에서는 3~5만 원에 거래된다.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처럼 한국은 전 세계에서 마약 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마약상 입장에서는 마약 밀수에 성공만 한다면 돈을 가장 많이 벌 수(p. 312)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또한 마약 조직에게 한국은 경쟁이 적고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블루오션이다. 호주나 유럽, 미국의 마약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미국 12세 이상 인구 중 1년간 마리화나를 피워본 적이 있는 사람은 17.9%(일생 동안은 45.7%)이고, 코카인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1.9%(일생 동안 142%)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마약을 경험한 사람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생 동안 그야말로 '마약'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동남아시아나 북한 등의 마약 조직이 한국에 마약을 들여오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이미 같은 국적의 사람들이 상당수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마약류 밀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이 한국인과 손잡고 대규모로 마약을 밀수, 유통, 판매할 경우 국내 마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p.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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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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