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26(목)
 
  • 융, 중년을 말하다 – 대릴 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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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청년은 15-39세, 중년은 40-64세, 노년은 65세 이상이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정한 중년의 기준은 40~49세이다. 50~64세는 장년, 65세 이상은 노년으로 구분한다. 다만, 통계청은 중장년의 범위를 40~64세로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40세 이상을 중장년, 50세 이상을 장년, 신중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엔은 2015년 평생 연령기준을 대폭 높여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으로 정의했다. 영어권에서는 45~65세를 중년으로 본다. 이 기준을 볼 때 나는 중장년이다. 그래서 이 연령대의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고, 노후 ·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나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융 심리학이 중년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책 내용 중 중년은 이전에 자기가 소홀했거나 억눌렀던 것들이 드러나는 때라고 했다. 그래서 나이들수록 남자는 여성화되고, 여성은 남성화되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이전에 알지 못했거나 무시했던 내면의 것들을 살펴 제2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수많은 사소한 갈등들은 이성에 따라 해결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갈등들은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면 사라진다. 그러나 심각한 갈등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갈등들은 종종 그가 너무 지나치게 이성적이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이성적인 결정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갈등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만약 지나치게 이성적인 태도 때문에 갈등이 발생했다면, 그럴 때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그동안 멈추어져 있던 감정의 기능을 작동시킨다. 감정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평가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사고와 감정의 기능이 분리되어 한쪽으로 치우칠 때 우리는 심각한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만약 우리가 평상시에 감정의 기능을 너무 소홀히 했기 때문에 갈등에 빠졌다면 우리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감정의 기능에 대해 처음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평상시에 사고의 기능을 너무 소홀히 했다면 역으로 우리는 사고의 기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융은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는 독특한 방법을 밝혀냈다. 그에 따르면, 만약 한 사람이 내면에서 상반된 요소들이 갈등하는 것을 견뎌낼 수 있다면,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그의 ‘심혼’ Pasche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갈등이 해결 된다고 해도 외부 환경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외부 환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태도가 달라진다. 태도의 변화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언제 일어나는지 예측할 수도 없다. 그렇게,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그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전혀 낯선 것으로 다가온다. 그러면 갈등 상태에 있던 에너지가 풀려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융은 상반된 요소가 충돌하는 긴장을 견뎌냄으로써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이러한 방법을 ‘초월적 기능’ transcendent funcion 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이 방법을 통해서 갈등하는 두 요소를 초월하는 관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월적인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마치 산꼭대기에 서서 산 아래 폭풍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우리가 자신에 대해 객관적일 수 있다면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채 자신이 놓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초월적 관점을 갖는다면 우리는 무슨 일에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반되는 두 세력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긴장을 견디기 위해서는 인내와 더불어 강한 자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긴장을 피하기 위해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어느 한쪽을 선택해버리고 말 것이다. 이럴 경우 변화는 일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선택은 충분히 긴장을 견뎌낸 후에 내려진 것이 아니라 미숙한 상태에서 내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반동이 형성되어 선택받지 못한 다른 한쪽이 전보다 강력하게 자신을 주장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갈등 속으로 돌아가고 만다(pp. 34-36). 

 

우리는 이 세상은 우리가 보는 그대로일 것이고, 사람들 또한 우리가 상상하는 그대로일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배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우리가 그럴 것이라고 기대했던 바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알던 사람이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고민에 빠진다. 만약 나와 아주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사람이 었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완전히 충격에 빠진다. 융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신의 무의식의 내용을 환경에 투사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 속에서 본다. 투사를 통해서 우리는 실제 그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채 자신이 상상한 그 사람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는다. 누구도 이런 투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의식의 내용이 외부 환경에 투사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로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투사를 아주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투사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투사의 공정적인 면은 부사가 사람들 사이의 호의적인 관계를 맞게 만들고 우정을 생성시키고 의사소통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투사는 관계라는 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기름을 친다. 콤플렉스도 그렇지만 투사가 없다면 인성은 매우 지루한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무의식의 내용을 사람들이 아니라 물건에 투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것을 ‘페티쉬’ fetish 라고 부른다. 흔히 페티쉬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으로 취급받는다. 만약 누군가가 과거에 신발이나 단추에 매혹된 적이 있다면 주위 사람들은 분명히 그를 비웃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페티쉬에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어떤 사람이 한 물건에 열광하는 것은 그 물건이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어떤 요소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pp. 96-97). 

 

"우월 기능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다른 기능보다 더 편하게 사용하는 기능을 말합니다." "만약 한 기능만 발달하고 다른 기능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당신은 네 가지 기능들 때문에 고생하게 될 겁니다. 그것들이 당신이 하는 일을 방해할 테니까요. 그것들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튀어나올 겁니다. 특별히 당신이 가장 잘 사용하지 못하는 기능인, 열등 기능이 말입니다. 열등 기능은 항상 우월 기능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고 기능이 무척 발달되었다면 감정 기능은 항상 그의 열등 기능이 됩니다. 그리고 감각 기능이 무척 발달되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직관 기능은 닫혀 있을 가 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되고요."

"이런 성격 유형들이 선생님이 말한 중년의 위기라는 것과 연관이 있나요?" 노만이 물었다. "나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중년에 찾아오는 위기의 문제는 부분적으로 그동안 소홀히 했던 기능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제껏 무시를 받던 기능들이 자신을 알아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 겁니다. 열등 기능을 인정하고 그것을 발달시킨다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통 그 열등 기능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해버리지요. 그러나 그 열등 기능은 우리가 인정하고 수용해야만 하는 우리의 일부입니다. 기억하세요. 우리가 자신에 대해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 바로 그림자라는 것을. 그래서 그림자는 열등 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년의 위기는 자신에게 이런 열등 기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발달시킬 좋은 기회입니다."(pp. 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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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중년의 내적 반란...자기를 찾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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