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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토크】 글을 잘 쓰는 구체적인 방법
    글쓰는 것은 나의 오래된 관심사항이다. 기회 되는대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이 책도 그러한 관심에서 봤다. 유익하다. 특별히 이문재 교수는 글쓰기에 대해 매우 잘 설명하고 있어 전문을 게재한다. 잘 읽어보면 많은 유익을 얻을 것이다. 이문재 (시인,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정확해야 아름다울 수 있다 왜 저널리즘적 글쓰기인가? 글쓰기의 장르는 매우 다양합니다. 사적인 글쓰기/공적인 글쓰기, 사적인 글쓰기: 일기, (자서전) 편지, 이메일, 공적인 글쓰기: 시와 소설, 희곡, 에세이, 기행문 등 문학적 글쓰기, 기사, 칼럼 등 저널리즘적 글쓰기, 광고 문안, 연설문, 안내문, 보고서, 기획서, 청원서 등등. 글쓰기는 더 이상 문인, 저널리스트 등 몇몇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것과 아울러, '문자시대는 가고 영상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봅시다. 영상 이미지 역시 최종적으로는 문자 언어로 번역되어야 이해와 소통이 가능합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와 같은 뉴 미디어 역시 문자 언어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언어를 버리지 않는 한 인간이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문자 문화는 영원할 것입니다. 언어는 대중의 합의에 의해 정착되고, 또 동시에 대중에 의해 변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어에 일정한 규범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역설적이게도 언어가 대중(언중)에 의해 생성소멸하고 유통되고 기록(저장)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말하기와 쓰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문자 시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자는 영상 혹은 구술 문화에 의해 위축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문자 시대를 능동적으로, 그리고 당당하게 영위하는 교양인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교양인이라면, 적어도 대학교를 졸업한 교양인이라면 전공을 불문하고 정확한 글쓰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의 개별적 삶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행위의 연속입니다. 이 중에서 쓰는 행위가 가장 논리적이고 또 정확해야 합니다. 글쓰기의 일차적 목표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한 것을 그대로 쓰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무의식이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생각 자체가 정돈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돈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은, 설계도도 없이 집을 짓는 경우와 다르지 않습니다. 생각이 잘 정돈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정확히 표현(건축으로 치면 시공 능력)할 수 없다면 글쓰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널리즘적 글쓰기가 갖고 있는 몇 가지 미덕 우리가 저널리즘적 글쓰기(기사 쓰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저널리즘적 글쓰기가 정확한 사실에 바탕해, 정확하게 표현하는 글쓰기의 모범이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즘적 글쓰기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자기 주장이 강하게 드러나는 칼럼(사설)이든, 쓰는 이의 관점이 가능한 한 배제되는(이른바 '객관적'이라는 스트레이트 기사에 이르기까지 저널리즘적 글쓰기는 무엇보다도 정확성이 강조됩니다. 저널리즘적 글쓰기는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글쓰기 방법입니다. 저널리즘적 글쓰기에서 아름다움은 미덕이 아닙니다. 미사여구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데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화려한 수사는 사실(fact)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장애물일 수도 있습니다. 저널리즘적 글쓰기를 주목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다른 글쓰기와 달리 취재와 구성이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설이나 드라마 시나리오를 쓸 때에도 취재 과정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널리즘에서처럼 구체적인 현장(인물)과 정확한 사실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저널리즘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취재기법은 우리가 다른 장르의 글쓰기를 할 때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습니다. 기획서나 평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꾸밀 때에도 저널리즘의 취재기법을 동원하면 글이 훨씬 입체적이고 풍성해집니다. 셋째, 저널리즘적 글쓰기는 사건이나 사고, 사태나 현상 등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고 심층적인 보도 못지않게, 남과 다른 시각에서 분석하려는 태도 역시 저널리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넷째, 저널리즘적 글쓰기는 독자 대중의 알 권리를 기본으로 하지만, 인물이나 사건 사고, 사태 등에 대한 독자의 기본적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적 글쓰기는 여론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사회 변화와 그 변화의 방향성을 파악하는 데 시야를 넓히고 시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다섯째, 저널리즘적 글쓰기는 표현뿐 아니라 전달에 큰 비중을 둡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새로운 지식과 정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독자(수용자)에게 전달되고 소통(커뮤니케이션)되지 않는다면 저널리즘적 글쓰기는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우리가 저널리스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정보를 송신하고 수신하는 환경 속에서 진행됩니다. 송신자이면서 수신자인 우리가 소통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그 삶은 심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소통 능력이 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는 저마다 '1인 미디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 이어, 사용자 제작 컨텐츠(UCC, User-created content)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듯이, 우리는 저마다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의견과 주장이 분명하다면, 그 사람은 어디에 있든, 그 의견과 주장을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든 이미 저널리스트인것입니다.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면서 단순한 지식 정보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지식과 정보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동시에 지식과 정보, 의견을 개성적으로 생산하고 소통하기 위해 우리는 저널리즘적 글쓰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저널리즘적 글쓰기를 체득하면, 보고서뿐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집필할 때에도 시간과 노력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한 편의 기사와 한 권의 논픽션의 구조와 글쓰기 방법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기사, 노력한 만큼 잘 쓸 수 있다. 1. 저널리즘적 글쓰기의 유형: 스트레이트 기사, 인터뷰 기사, 스케치 • 분석 및 해설 기사(feature story), 르포르타쥬, 칼럼, 논설 등 2. 기사를 잘 쓰기 위한 몇 가지 방법: 1) 주제를 분명하게 설정합니다.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가령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고 하면 각 분야에서한국을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하는 기획일 것입니다. 기사의 주제는 분명한 계기가 있어야 하며,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어야 합니다. 정보성이 부족하다면 흥미를 끌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2) 주제를 뒷받침할 자료와 전문가, 현장(사례), 관련 기사를 찾습니다. 주제가 정해졌다면 가장 먼저 관련 기사를 검색해야 합니다. 한창 취재하다가 비슷한 기사가 몇 년 전에 나온 사실을 알고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를 검토하다 보면, 주제를 바꾸거나, 취재 영역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3)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역피라미드형: 전문(요약)중요한 사실-흥미 있는 이야기 순으로 구성합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AP통신이 개발한 기사 구조로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흔히 사용합니다. ◎피라미드형: 도입-중요한 사실-서스펜스 형성-클라이맥스 순입니다. 피라미드형은 피처 기사에서 자주씁니다. 독자의 관심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학적이고 연대기적인 서술 방식입니다. ◎혼합형: 클라이맥스(요약)-서론-본론 결론 순. 4) 1), 2), 3)이 충분하게 준비되었다면, 기사 작성에 들어갑니다. • 간결하게 써야 합니다. 국내 신문은 일반적으로 5행 이상(65~75자)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문을 쓰라는 것입니다. • 가능하면 구어체를 씁니다. 이야기하듯이 쓰라는 것입니다. ·주어와 술어를 분명히 합니다. • 매력적인 언어를 찾습니다. ・쉽게 씁니다. 좋은 기사의 첫째 조건은 쉬운 문장입니다. 이상은 언론학 입문서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지침입니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기사를 잘 쓰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를 유념 해야합니다. 먼저, 앞에서 말한 대로 기사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십시오. 이것이 나중에 기사 제목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획과 취재의 매 단계에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민물낚시,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기획 기사를 준비한다면, 바다낚시의 오염 문제에 관한 자료는 읽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둘째, 기획과 취재 단계에서 기사의 첫 문장, 즉 리드를 구상하십시오. 첫 문장이 결정되지 않으면 기사를 쓰기 어렵습니다. 취재를 충분하게 해놓고서도 첫 문장, 즉 도입부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기자들이 제법 많습니다. 어디 기사뿐인가요. 모든 종류의 글쓰기가 첫 문장 에서 좌우됩니다. 오죽하면, 작가들이 "첫 문장은 신의 선물이다" 라고 말하겠습니까. 필자는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기획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제목과 첫 문장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시를 쓸 때에도, 산문이나 논문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셋째, 복잡한 사안을 취재할 경우, 취재한 내용을 주위 동료나 가까운 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흥미로운 인물을 인터뷰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취재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상대방의 반응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가령 상대방으로부터 더 취재해야 할 부분, 더 강조해야 할 부분 등 의외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넷째, 관련 서적을 찾으십시오. 인터넷 검색은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가장 새롭고 신뢰할 만한 정보와 자료는 책에 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필자는 특집 기사를 쓸 경우, 기사 검색을 한 다음 대형 서적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관련 서적 한두 권만 읽으면, 그 분야의 권위자가 누구인지, 그 분야와 관련된 최신 이론은 무엇인지 장악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취재해서 기사를 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떤 책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섯째, 소설을 많이 읽고 영화, TV 드라마를 자주 보십시오. 소설은 어휘력을 풍부하게 해줄 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시각을 갖게 해줍니다. 문학 분야가 아니더라도 베스트셀러 책은 따라 읽어야 합니다.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와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베스트셀러 책과 영화, 드라마에서 한 줄 인용하면서, 혹은 등장인물을 끌고 들어가면서 기사를 시작하면 독자들의 눈길을 더 많이, 또 오래 붙잡을 수 있습니다. 기사의 궁극 목표는 좀 더 많은 독자들이 읽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늘 기사만 생각하십시오. 기자는 늘 기사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에도 기사를 생각해야 합니다. 카페 옆자리에서 얻어들은 한 마디가 대형 기사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찬반양론이 팽팽한 기사일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의 의견을 청취해보면, 취재나 기사 작성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는 혼자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기사가 아니라 다른 장르의 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 읽고 느끼고 생각한 만큼 글은 달라집니다. 개성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 정확한 문장이 관건입니다. 정확하지 않은 문장은 특히 저널리즘에서 문장이 아닙니다.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에서도 정확성이 우선입니다. 아름다운 문장은 그 다음입니다.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는 작가는 아름다운 문장, 개성적인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정확하고 개성적인 쓰기를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를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는 필자의 체험적 방법론을 소개합니다. 1. '나쁜 버릇'부터 찾는다 어떤 글이든 좋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주 나타나는 단어나 표현이 발견됩니다. 사람마다 특유의 말투(말버릇)나 몸짓이 있듯이 글에도 특유의 '버릇'이 나옵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것이다'라는 종결어미를 자주 씁니다. '~것이다'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글 버릇을 찾아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성이있습니다. 다음으로, 수식어가 많은 문장, 접속사가 많은 문장, 나열이 많은 문장이 나쁜 문장입니다. 자기 글에서 나쁜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글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자기 글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빨리 올라가야 합니다. 자기 글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문제점만 제거해도 글쓰기는 순식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자기 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른다면, 정말 큰 문제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자기 글을 들여다보십시오. 자기가 쓴 글들을 '원수가 보내온 편지'라고 생각하고 여러 차례 읽어보십시오. 버릇이 발견될 때까지 읽으십시오. 2.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찾아라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기자나 작가의 글을 집중적으로 읽으십시오. 글쓰기의 모델을 하나 설정하는 것입니다.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은 반드시 좋아하는 가수가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가 지망생은 필사하고 싶은 선배 소설가가 한둘은 꼭 있습니다. 좋은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그대로 베껴 쓰십시오(필사). 외우면 더 좋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적극 모방해보십시오. 그 과정에서 글쓰기 수준이 몰라보게 향상됩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국내 소설가 대부분이 선배 작가의 소설을 필사하면서 습작기를 거쳤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필자 '모델'은 문인 이외에, 혹은 문인이면서 매체에 자주 기고하는 분들입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분들은 도정일(문학평론가),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고종석(소설가 겸 언론인), 김훈(소설가 겸 언론인). 배병삼(정치학 및 동양학), 한형조(동양철학), 송호근(사회학), 고미숙(문학평론가),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등입니다. 이외에도 좋은 필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3. 새롭지 않으면 쓰지 말라 저널리즘의 생명은 새로움입니다. 새롭지 않으면 뉴스가 아닙니다. 저널리즘이 아니라도 그렇습니다. 모든 글쓰기는 새로워야 합니다. 사실이나 의견에서 새로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표현이라도 새로워야 합니다. 새롭지 않다면 신기하거나(의외성) 흥미로워야 합니다. 새로움, 의외성, 흥미, 이 세가지 중 한 가지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4. 자세히 관찰하라 관찰은 모든 글쓰기의 스타트 라인입니다. 사물이든 사건이든 인물이든자 세히 관찰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글쓰기가 불가능합니다. 관찰이 부정확하면 사실관계가 흔들립니다. 정확히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오감 가운데, 시각이 특히 부정확합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착시 현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상기해보십시오. 관찰은 단지 시각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많이, 그리고 정확히 느끼는 것도 관찰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책읽기, 영화 감상, 미술 감상 등도 관찰입니다. 관찰은 대상에 대한 집중입니다.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선입견을 버리고, 현상학적으로 말하자면 판단을 중지하고) 대상에 몰입했다가, 다시 대상으로 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상상력은 이 관찰 단계에서 나옵니다. 관찰 훈련의 첫 단계는 자기가 본 것으로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입니다. 관찰 대상이 인물이라면, 머리 모양과 색깔, 길이에서부터 이목구비를 거쳐 구두까지 관찰하면서 하나하나 말해보십시오. 컴퓨터나 텔레비전, 화분, 식탁, 자동차 실내 등 늘 마주치는 대상을 하나 정해서 소리 내어 하나하나 관찰해보십시오. 그동안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그것이 발견입니다. 낯익은 것에서 낯선 것을 찾을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최고의 글쓰기 재료입니다. 5. 메모하고, 메모하고 또 메모하라 기억력이 남다르다고 해도, 메모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뛰어난 작가는 물론이고 예술가, 심지어 기업의 CEO들도 메모를 자주 합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메모광입니다. 인간이 하루에 접하는 새로운 정보(자극)는 수십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이켜보십시오. '오늘 내가 새로 느낀 것, 새로 발견한 것'을 떠올려보십시오.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머니 혹은 핸드백에 작은 수첩과 필기구를 반드시 챙기십시오. 수첩과 필기구를 챙기는 습관이 들었다면, 글쓰기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건을 갖춘 것입니다. 저는 화장실에도 연필과 포스트잇을 갖다 놓습니다. 주머니에 메모지와 볼펜이 없으면 산책도 하지 못할 만큼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천 번 새로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글쓰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좋은 글은 메모지에서 나옵니다. 메모지가 '상상력 발전소'입니다. 개성적인 글쓰기를 위한 세부 지침 1. 나로부터 시작하라 저널리즘적 글쓰기, 특히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나'는 차가운 전달자입니다. 스트레이트 기사에는 글쓰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활자매체의 기사는 연성화하고 있습니다. 피처 기사, 칼럼 등은 대단히 주관적이고 개성적인 문체를 구사합니다. 기사작성 연습을 하고 싶다면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서전을 써 보거나, 자기가 자기를 인터뷰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소개하는 글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자기가 사는 마을(아파트)을 취재해 사진과 곁들여 기사를 써보는 것도 훌륭한 저널리즘적 글쓰기입니다. 시나 소설을 쓰기 원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쓰십시오. 문학적 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에서 출발하십시오. 나에 대해, 나의 가족과 친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잘 알고 있는 소재를 글로 쓸 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나'에 대한 글쓰기는 자기 삶을 성찰하는 진지한 계기를 제공합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이 같은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은 글쓰기 말고 거의 없습니다. 2. 반복하지 말라 반복은 강조할 때 말고는 피해야 합니다. 반복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표현의 반복과 내용의 반복이 그것입니다. 같은 단어, 같은 표현을 반복하지 마십시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의어를 쓰십시오. '그녀는 아름다운 숄을 두르고, 아름다운 가방을 들었으며, 아름다운 마을에 산다. 이 문장에서 '아름다운'은 반복될 뿐만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글쓰기의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내용의 반복입니다. 중언부언하지 마십시오. 같은 내용(견해, 정보, 지식......)이 반복되면 독자는 냉정하게, 즉각 눈을 돌립니다. 친구와 이야기할 때를 떠올려보십시오. 어제 한 얘기를 오늘 하면 친구는 즉각 이렇게 나옵니다. "그거, 어제 들은 얘기야."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3. 한 문장에는 하나의 정보만 담아라 이것은 문장을 짧게 쓰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정보, 한문단에도 하나의 정보군을 담는 것입니다. 한 문장에 두 개 이상의 정보를 담는 순간, 문장은 길어집니다. 한 문단에 두 개 이상의 정보군을 담으면, 복잡해지기 때문에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어집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학교, 또는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한 문장, 하나의 정보' 원칙에 따라 글로 써보십시오. 처음에는 대단히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몇 번 고쳐 쓰다보면, 문장을 짧게 쓰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수 있을 것입니다. 4. 접속사를 쓰지 말라 통학 또는 통근 과정을 '한 문장, 하나의 정보' 원칙에 따라 쓰다 보면, 수시로 접속사가 끼어들 것입니다. 접속사 없이 쓰려고 애써보십시오. 최근에 읽은 소설 가운데 접속사가 거의 ('전혀' 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없는 소설이 있습니다. 김훈의 장편소설 <남한산성>인데, 접속사에 유의하며 읽어보십시오. 매우 흥미로운 글읽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접속사는 글 쓰는 이의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연결형, 나열형 접속사를 피하십시오. 5. 나누고 묶어주어라 기사를 쓸 경우,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해야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는 유사한 것끼리 묶어줘야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음식 종류를 소개한다면, 국적별 혹은 재료별, 계절별 등으로 나누어 묶어줍니다. 6. 병치할 때 조심하라 같은 기능을 가진 단어, 구, 절 등이 나란히 놓일 때 자주 오류가 나타납니다. '사과와 큰 배' '철수는 중학생이고 영희는 공부를 잘한다'와 같은 문장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과'라는 단어와 '큰 배'라는 구는 병치하면 안 됩니다. 단어는 단어끼리, 구는 구끼리 병치하십시오. '사과와 배' '작은 사과와 큰 배'가 적확한 표현입니다. 앞의 문장은 '철수는 중학생이고, 영희는 초등학생이다로 써야 합니다. '중학생' (단어)과 '공부를 잘한다' (구)가 나란히 놓이면 대단히 어색합니다. '30-3-30 법칙'을 명심한다 언론인들은 30-3-30 법칙'을 자주 언급합니다. 여기서 30. 3. 30은 각각 30초, 3분, 30분을 일컫습니다. 독자들이 기사를 읽을 때, 처음 30초 동안은 제목이나 부제, 사진, 그래픽 요소, 기사의 도입부 등을 살펴본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처음 30초 안에 기사를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만일 읽기로 마음먹었다면 다음 3분 동안 기사의 도입부를 읽습니다. 그리고 도입부가 흥미롭다면 30분 동안 기사를 끝까지 읽는다는 것입니다. 기자와 편집자는 처음 30초를 3분으로 늘리고, 다시 3분을 30분으로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기사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든 글이 제목과 도입부에서 결정납니다. 시처럼 짧은 글에서도 제목이나 첫 연이 진부하면 독자들은 눈을 돌려버립니다. 소설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보고서나 논문도 마찬가지입니다. '30-3-30 법칙'은 첫 문장에 목숨을 걸라는 저널리즘적 글쓰기의 핵심을 압축하고 있는 법칙입니다. 이문재.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시사저널 취재부장, 문학동네 편집주간을 역임했고, 현재 <시사IN> 편집위원, <문학동네〉 편집위원,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등이 있다(pp.19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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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03
  • 【북토크】 가수 장기하의 깨달음
    가수 장기하를 좋아한다. 노래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의 대중적인 첫 노래 “싸구려 커피”, “달이 떠오른다, 가자” 등은 신선했다. 읽을 책들을 검색하다 보니 그가 몇 년 전에 쓴 것이 있어 대출해서 봤다.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첫 장인 ‘안경과 왼손’은 주어진 환경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돌아본 후 감사하는 내용이다. 읽어볼만해 전문을 소개한다. 안경과 왼손 얼마 전 안경을 잃어버렸다. 매우 아끼는 안경이었다. 아니, 아낀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란다. 이삼 년 전 그 안경을 산 이후로는 오직 그것만 써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있을 만한 곳을 전부 다 여러 번씩 싹싹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예전에 썼던 다른 안경을 쓰고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 이삼 일 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마음을 털어버렸다. 그래, 그 안경이랑은 여기 까지였나보지 뭐. 나는 국소성 이긴장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 해괴해 보이는 이름이지만 의미는 간단하다. '국소성'이란 특정 부위에 나타남을, '이'는 이상함을, '긴장'은 말 그대로 긴장을 뜻한다. 한마디로 특정 부위가 이상하게 긴장된다는 얘기다. 이 병명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는 '이'다. '이'자가 들어간 병을 선고받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이런 상황이다. 몸이 안 좋다. 병원을 찾아가 묻는다. "선생님, 저 왜 아픈건가요?" 의사가 답한다. "그러게요. 이상하네요." 그렇다. 내 병은 원인도 치료법도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이다. 이 병이 처음 생긴 것은 대략 십오년 전쯤으로, 군악대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나는 '눈뜨고코베인'이라는 록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었다.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드럼 하나로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연주를 잘하는 사람, 즉 프로 드러머가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외의 진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학교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드럼 연습과 밴드 활동 위주로 생활했다. 그러다보니 군복무를 시작도 하지 않은 채 대학 오 년 차를 맞았고, 더이상은 입대를 미룰 수 없게 되었다. 내 선택은 당연히 군악대였다. 군대에 있는 동안 손발이 녹슬면 큰일 아닌가. 일반 부대는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군악대는 록 연주만 잘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클래식 타악, 특히 행진곡풍의 연주에 능통해야 했다. 자신은 있었다. 이미 연습이라면 많이 해온 터였기 때문이다. 좀 다른 장르의 연주라고 해서 못 해낼 것은 없다고 생각했고, 시험을 대비해 맹연습에 돌입했다. 이삼 개월쯤 지났을 때 복병이 나타났다. 연습만 하려고 하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왼손이 꽉 쥐이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드럼 연주의 기본은 그립이다. 누가 툭 치면 놓쳐버릴 듯 살며시 스틱을 잡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어야 빠르고 정확한 연주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꾸 나도 모르게 스틱을 힘껏 잡게 되고 그것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연습하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스틱을 집어던진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군악대는 포기했다. 치료법도 알 수 없고 상태가 호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프로 드러머의 꿈도 함께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리 절망스러운 단념은 아니었다. 내 생각의 흐름은 이랬다. '하긴 군악대의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연주하는 게, 내가 멋있는 음악을 하는 데는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몰라. 멋있는 음악이라... 그래, 생각해보면 프로 드러머가 되는 것 자체가 멋있는 음악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겠네. 연주로 먹고살려면 돈 되는 음악을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멋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음악 중에 돈 되는 게 하나라도 있나? 그리고 나는 우리 밴드 음악이 제일 멋있는데 그걸로 돈을 벌어본 적도 없잖아? 애초에 음악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였어!' 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프로 연주자가 아닌, 돈은 안 돼도 '멋있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일반 부대에 입대했다. 제대한 후 나는 그 '멋있는' 뮤지션이 되는 일을 실행에 옮겼다.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한 상태에서, 내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이끄는 새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시작한 것이다. 최소한의 돈과 최대한의 시간을 확보해 자유롭게 음악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곡은 군복무중 짬짬이 만들어뒀었다. 물론 큰 인기를 얻으리라는 기대는 전혀 없이 만든 노래들이었다. 눈앞에 있는 관객들만은 확실히 재밌게 해주겠다는 생각이 다였다. 그런데 터졌다. 소위 '대박'이었다. 활동을 시작하고 일 년이 지나기도 전에 전 국민적 히트곡을 보유한 밴드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순조로웠다.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왼손에 힘이 들어가는 증상이 기타를 연주할 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 증상이 신기했던 건 유독 드럼 연주를 할 때만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다른 일을 할 때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물론 기타 연주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군복무중에도 생활관에 비치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들었고, '장기하와 얼굴들' 첫 싱글을 녹음할 때도 기타는 내가 다쳤으며, 밴드 활동 초기에는 공연을 할 때도 절반 정도의 곡에서는 내가 기타를 잡았다. 그런데 급격하게 치솟는 인기를 실감하며 공연을 이어가던 어느 날, 기타를 연주할 때도 왼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기타도 포기했다. 이번 단념은 군악대 때와는 달리 좀 절망스러웠다. 공연에서 기타를 연주하지 않기로 했음은 물론이고, 평소에 혼자 치는 것도 거의 못하게 됐다. 늘 자유자재로 하던 기본적인 플레이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니 짜증이 치밀었다. 자연히 심심풀이로 기타를 잡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중학교 때 이후로 그때까지 줄곧 기타는 나의 가장 좋은 취미 중 하나였다. 집에 있을 때면 침대에 누워 기타를 배에 얹고 아무렇게나 퉁겼다. 그러면서 멜로디를 이리저리 흥얼거리다보면 이따금씩 노래가 만들어지곤 했다. 그런 일상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날아가버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증상이 연주에만 국한돼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일상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곧 타자를 치는 것도, 단추를 잠그는 것도, 왼손을 써야 하는 어떠한 일도 예전만큼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로부터 십 년이 흘렀다. 그런데 그 십 년을 돌이켜보면, 이 병이 내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사실 병에게 엎드려 절하고 싶을 지경이다. 프로 드러머의 길을 포기함으로써 결국 '장기하와 얼굴들'을 시작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타 연주를 포기한 것 역시 내게 두 가지 커다란 선물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새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형을 영입한 것, 둘째는 내가 무대에서 악기 없이 자유롭게 퍼포먼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활동이 내게 가져다준 희열은 말도 안 되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증상도 아주 조금씩 좋아져 이제는 거의 다 나았다. 지금도 약간의 느낌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상에서 그것을 의식하게 되는 일은 드물다. 기타와 드럼도 취미 정도로는 다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연습을 안 했으니 남들 앞에 뽐낼 만한 연주력은 당연히 아니지만, 사실 이제는 그런 능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증상이 가장 심했을 때를 떠 올리면 집에서 혼자 재밌게 연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지금도 이 병의 원인은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듯하고, 물론 나도 아직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이렇게 추측할 뿐이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과도한 것을 강요했고, 몸이 그만두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충분히 쉬게 해주었으며, 그랬더니 시간을 두고 차츰 회복되었다.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그리고 형체가 없긴 하지만 능력도 마찬가지다. 어제까지 당연히 할 수 있었던 일을 오늘 갑자기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무척 괴롭긴 했지만, 결국 다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 능력은 여기까지인가보다, 하고.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러고 나면 그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다른 길이 열리곤 했던 것이다. 안경은 며칠 뒤에 소파 밑에서 찾았다. 전날 술에 취해 소파에서 잠들었고, 안경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는 과정에서 소파 아래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거실에서 잠드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그곳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먼지 구덩이 속에 얌전히 놓인 안경을 발견한 순간, 그야말로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리 많이 아끼는 안경이라 해도, 물건 하나로 그렇게까지 기쁠 수 있다싶었다. 모르긴 해도, 깨끗이 포기했었기 때문일 거다(pp.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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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02
  • 【북토크】 편협한 꼰대가 되지는 말아야 할텐데....
    자기 생각에 갇혀 사는 사람은 편협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하고는 대화도 되지 않는다.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남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개방해야한다. 죽고 사는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럴수도 있구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편협함 공부를 하면서 문득 깨달은 건, 법률 외에 삶의 모든 기준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들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어서 주변사람에게 영향을 받아 생성되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워지기도 한다. 또 삶의 경험이 켜켜이 쌓이면서 조금씩 견고해지고 구체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기준들을 만들어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일은 어쨌거나 사람이 하는 것이란 점에서 언제나 주관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너무 쉽게 각자가 세운 판단 기준이 ‘정답’이라고 착각한다. 사람은 쉽게 타성에 젖으니 자신의 판단 기준과 결론이 절대적인 단 하나의 정답이라 믿으며 자기 우물 안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기준에 정답이란 없기에 자신이 바르고 타당한 기준을 세워가며 나이 먹고 있다는 생각도 사실 편협한 ‘착각’에 가깝다. 나이를 먹는 일이 무서운 건 나도 모르는 새 나의 판단이 바르고 타당한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조직에 잘 적응한다는 것은 곧 그 곳의 기준을 잘 습득해 체화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공동체에서 튀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 공동체의 평가 기준을 답습하기도 하고, 나는 다르다 여기며 살아도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그 밥에 그 나물처럼 사고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쉼 없이 자신의 옳고 그름을 고집하기도 하고 자신의 결핍된 부분을 숨기기 위해 고집스러운 기준으로 타인을 깎아 내리기도 한다. 입만 열면 세상 곳곳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내는 투덜이 스머프 같은 사람이 있었다(입만 열면 남의 흉을 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결이랑은 또 다르다). ‘이건 이래서 구리고, 저건 저래서 구리고’, ‘그런 사고방식이 말이 되느냐. 말은 그렇지만 속내는 이런 것 아니겠느냐’하는 식으로 언제나 자신 밖의 사람과 상황에 대해 평가만 늘어놓는 사람이었다. 초반에는 그가 솔직하고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어떤 것. 누군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 지 밝히는 것은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그 취향과 기준을 고백하는 것이 자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데 저렇게 쿨하게 늘어놓다니!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의 주된 발언이 자기 자신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평가이다 보니 들을수록 의아한 지점이 생겼다. 당신에게 평가할 자격이 있는지, 타인이 당신에게 평가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지, 평가할 자유가 있다고 해도 당신의 평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의 평가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에 대한 인상 또한 '예리하고 유쾌한 사람이다' 라기 보다 ‘어딘가 모르게 편협하다’, ‘편협함을 자랑하는 태도가 참 멍청하다’까지 이어졌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몇몇 단정적인 말들에서 그가 타인에 대한 평가를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었던 까닭을 눈치 첼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자신의 말이 정답이라고 여겨서 가능했던 것 이었다. 자기 말이 정답인 사람 곁에 다른 의견들은 오답처리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 오답이 되 는 대화를 좋아라할 사람은 없다. 그렇게 그는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에서 편협한 사람으로 점차 다르게 기억 됐다. 중학생 때 유독 적이 없었던 한 친구가 떠오른다. 말수가 적어서,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아서, 호불호가 없어서가 아니라 ‘편견’이 없어서 두루두루 모두와 잘 지내는 친구였다. 그는 어떤 친구들에게도 늘 같은 태도로 화답했다. 편견, 그러니까 그 편협함은 끊임없이 나를 위해 타인을 배척하는 수단이 된다. 진정한 세월의 지혜는 오히려 '편견 없음'에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타인을 판단하는 가장 괜찮은 기준은 포용이 아닐까? 타인과 자신에 대해 사람은 언제나 ‘알 수 없음’ 한 줌은 가지고 사니까. 견고한 기준은 편협한 생각의 방증일지도 모른다(pp. 17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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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31
  • 【북토크】 自害가 생존전략이라니....
    나는 상담, 심리 관련 책도 좋아한다.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기회 되는대로 읽고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이 책에서 “자해도 생존방법”이라는 것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오죽하면 살기 위해 자기 몸에 해를 주는 것인가? 길지 않은 인생을 사는데도 참 힘들다. 세상에 불쌍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들과도 더불어 살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고민하게 된다. 자해하는 게 문제라고 말하며 부모님 권유로 상담실에 온 고등학생 내담자를 만났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사소한 일로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고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학교 가는 게 힘들어서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며 적응이 더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안 좋게 말할까 봐 계속 예민한 상태로 있다 보니 피곤하고,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거의 책상에 엎드려 있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온라인에서 만난 학교 밖 친구들과는 관계를 잘 맺고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웃으면서 인기가 많다고 얘기 하다가 이내 걱정하는 얼굴로, 사실 인기가 많은 이유는 친구들을 잃을까 봐 엄청나게 신경을 쓰면서 친구들 비위를 다 맞춰주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왕따니까 밖에서 힘들게 만든 친구들이라도 잃지 않기 위해 친구들이 부르면 거절하지 못하고 모든 모임에 나가고 친구들 말을 들어주고 웃어주느라 에너지가 다 빠진다고 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도 즐거운 것처럼 친구들과 놀고, 막상 집에 오면 허무하고 외로운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혹시나 말실수해서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봐 매번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지 확인 한다고 합니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로 가득 차 있다가 가족들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화를 냅니다. 우울한 기분, 친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공허한 느낌, 불안감이 뒤섞이면서 마음이 터질 것 같은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럴 때 자해를 하게 된다고,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고, 나지막이 말 합니다. 물속에 오래 있을 때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안 쉬어지다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숨이 크게 내쉬어지는 것처럼, 자해하고 나면 숨이 쉬어지고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많은 내담자가 말합니다. 자해는 화가 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자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수단입니다. 아무런 감각이나 감정을 느끼지 못할 때 무언가를 느끼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방법입니다. ‘자해는 나쁘다, 절대 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자해는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생존전략이 됩니다(pp. 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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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31
  • 【북토크】 문학을 통해 배운 것들
    이 책의 저자는 문학을 통해 배운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세상을 바라볼 때 시선의 위치와 방향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야가 달라진다는 것,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일,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는 일, 한 편의 소설을 읽고 내 안의 무언가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일 또한 가능하다는 것,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쓰면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을 꿈꾸면서도 끝내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이 모든 것을 나는 문학을 통해 배웠으며 이 경험이 나를 바꿨다는, 어쩌면 너무나도 문학도 같은 이야기다” 나는 이 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 “재미”에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직접 문학 작품을 다루지는 않는다. 저자는 넥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여러 OTT에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소재로 이 책 한권을 썼다. 물론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도 많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을 갖는다. 나는 이런 글을 쓸 실력이 없어 감탄하면서 봤다. 유홍준 교수는 그의 역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했다. 모르면 보이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이 책의 저자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글도 써보고 싶다. 그럴려면 아들이 가입해 놨지만 안 보고 있는 넥플릭스를 열심히 이용해야 할 것 같다. 할 일이 또 하나 늘었다. 이 또한 새로운 도전이니 기대가 된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서른 줄에 접어든 이후로는 이야기할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피치 못할 이유로 전공을 언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괜히 머쓱해진다. 직업이 작가이기 때문이다. 작가인데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다고 하면 "전공을 살리셨구나!" 같은 말을 듣게 되고 만다. 전공을 살린 것일까? 괜히 골똘해졌다가는 국어학과 국문학의 차이라든가, '과연 어디까지가 문학인가'라는 질문이라든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해서 작가가 되면 전공을 살린 것인가 아닌가 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그런가요?" 하고 대답한 뒤 얼른 소재를 바꾸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국문과가 굶는 과라던데... " 하는 식의 무례한 농담을 듣게 되어버리고 만다. 이 농담을 들을 때면 미소 비슷한 것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재빠른 소재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도 국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작가가 된 것 같지는 않다. 인과관계가 없는 일로 보인다. 학과 공부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거나 쓸모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문학이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고, 그래서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문학 작품을 읽고, 문학을 배우고, 듣고, 공부하며 보낸 20대 초반의 몇 년간, 내가 세상을 보는 법은 달라졌다. 이 시절의 경험이 내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나의 어떤 부분을 바꿨는지를 전부 말하자면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줄여서 말해보자면, 나는 문학을 통해 이런 것들을 배웠다. 세상을 바라볼 때 시선의 위치와 방향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야가 달라진다는 것,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일,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는 일, 한 편의 소설을 읽고 내 안의 무언가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일 또한 가능하다는 것,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쓰면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을 꿈꾸면서도 끝내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이 모든 것을 나는 문학을 통해 배웠으며 이 경험이 나를 바꿨다는, 어쩌면 너무나도 문학도 같은 이야기다(pp. 13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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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28
  • 【북토크】 한 대형 교회의 탄생과 몰락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있고, 별별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우연히 읽게 됐다. 읽다보니 재밌어서 끝까지 보게 됐다. 세계 여러 곳의 버려진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목사 아니랄까봐 그중 교회에 대해 다룬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큰 돈으로 지은 교회가 결국 교인들의 이사로 숫자가 줄자 큰 건물 유지에 실패하고 버려진 이야기다. 얼마전 아랫 지방에서 열린 노회를 취재했다. 교회가 매우 컸다. 그런데 외진 곳이라해서 부목사나 여전도사나 부교역자가 한명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방 작은 동네에 있는 이 큰 교회가 앞으로도 잘 유지가 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인구감소는 절벽이라 지방은 소멸하고 있고 사람들은 먹고 사느라 종교에 관심이 없는데 앞으로 50년 후에도 그 큰 교회가 교회로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적의 도시'는 왜 미국의 살인 수도'가 됐을까-시티감리교교회(GARY CITY METHODIST CHURCH) 미국 인디애나주의 공업 도시 가운데 가장 젊은 도시인 게리Gary는 미시간호 남쪽에 40.46제곱킬로미터쯤 펼쳐진 습지에서 1906년에 태어났다. 시카고에서 고작 64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게리는 유나이티드스테이츠철강 United States Steal Corporaton(Us스틸)이 낳은 도시다. US스틸은 게리에 시간과 에너지, 비용을 쏟아 최첨단 공장을 짓는 대신 공장 노동자를 위한 마을은 눈에 띄게 무성의하게 계획했다. 예를 들어 게리에서는 시민이 아니라 철강 공장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을 조절했기 때문에 가로등이 깜박거리곤 했다. 하지만 게리를 '기적의 도시' 나 '마법 같은 도시', '금세기의 도시'라고 부르며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금세기의 도시'라는 별칭은 게리의 앞날을 어느 정도 예언했다. 게리는 20세기의 우여곡절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렸고, 도시의 운명은 미국 제조업의 호황과 불황에 따라 요동쳤다. 도시 인구는 유럽 에서 이민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짐크로Jim Crow법(공공시설에서 백인과 유색 인종을 분리하는 남부 주들의 법률로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됐다. 옮긴이)이 시행되는 남부에서 아프리카계 시민이 몰려오며 대거 늘어났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는 실업과 소위 백인 탈출white flight(백인 중산층이 도심에서 교외로 탈출하는 현상. 옮긴이) 탓에 인구가 대폭 줄어들었다. 게리의 인구는 1960년에 17만 8000명으로 절정에 달했지만, 오늘날에는 7만 8000명 미만이다. 도시가 이름을 따온 주인공은 엘버트 H. 게리라는 기업 변호사이자 카운티 지방법원 판사다. 그는 US스틸에 융자해준 존 피어폰트 모건의 의견에 따라 기업의 이사회 회장에 임명되며 기업가로 변신했다. 게리는 노동조합과 노동자 권리에 반대하고자 성경을 선택적으로 인용하는 독실한 사람이었다. 자존심이 강하고 유머 감각이라곤 없는 이 도덕주의자는 하얗게 센 머리와 콧수염을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으로 귀족적 분위기를 풍겼다. 신도시에 게리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한 사람도 그였다. 모건이 “물렁뼈 아첨꾼”이라고 맹비난할 만큼 교활한 수완가였던 그는 이사회의 반대를 노련하게 물리쳤다. 사실 이사회는 새 도시에 US스틸 회장 윌리엄 엘리스 코리의 이름을 붙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우체국도 신도시의 명칭을 게리로 정하면 메릴랜드주의 게리와 헷갈릴 것이라며 반대했다. 중서부에서 나고 자란 게리는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가 설립된 후에도 계속 뉴욕에 머물렀지만, 내 마음은 인디애나주 게리에 있다"라고 자주 주장했다. 1920년대에 그는 급증하는 게리 인구에 헌신할 새로운 감리교 교회를 세우는 사업도 열정적으로 후원했다. 교회를 지을 부지를 제공하고 기업 자금 35만 달러를 공사 기금으로 내놓는 안을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4단 건반 어니스트 스키너 파이프 오르간까지 개인적으로 기부했다. 아마 게리는 교회가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고, 예배를 보는 본관 외에도 사회적, 교육적 기능과 상업적 기능을 맡은 별관이 들어선다는 데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이 계획은 진보적인 지역 목사 윌리엄 그랜트 시먼 박사가 주도했다. 인디애나 출신으로 보스턴신학교를 졸업하고 인디애나 그린필드의 드포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시먼은 1916년에 다코타웨슬 리언대학교에서 게리로 왔다. 게리에서 그는 낙천적 성격 덕분에 '서니 짐 Sunny Jim(명랑한 짐. 옮긴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울러 인종적 관용과 더 커다란 통합을 지지하며 큰 목소리를 냈다. 1924년, 그는 큐클럭스클랜(K.K.K)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D.W. 그리피스의 영화 <국가의 탄생>이 "인종적 편견을 일으킨다"며 오르페움 극장에서 상영을 중단해달라고 게리 시장 R. O. 존슨을 압박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해 12월, 누군가가 어느 흑인 남성을 공격한 후 휘발유를 들이붓고 불을 질러서 심각한 화상을 입혔다. 가해자는 끝내 체포되지 않았고, 게리에서는 인종차별적 공격이 급증했다. 시먼은 교회가 게리의 모든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기를 바랐다. 그러나 수많은 백인 신도의 저항과 인종 차별 탓에 모두를 포용하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꺾이고 말았다. 시먼은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작한 팸플릿에서 교회에 관한 자신의 비전을 이렇게 설명 했다. "쇠와 철을 만드는 건장한 노동자, 활발하게 영업하는 상업가, 바쁜 여성, 성장하는 아이들은 주일에 한 시간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매시간 주님의 영향력을 확인하며 그리스도가 살아계신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시내 교회에서 예배 계획과 포괄적인 목회 활동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교회는 일주일 내내 문을 엽니다. 교회는 청년과 노인을 위해 기독교 교육, 건전한 오락, 매력적이고 순수한 여흥 거리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도시의 중심부에 기독교의 우애 정신을 불러옵니다" 게리의 시티감리교교회는 고딕 양식을 완벽하게 부활시킨 장중한 작품이자 중서부 최대의 감리교교회였다.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 회사 로앤드볼렌바허Lowe & Bplenbacher가 인디애나 베드퍼드의 석회암을 사용해서 21개월 만에 완공했다. 1926년 10월 3일에 시먼이 첫 예배를 집전했고, 게리에서는 일주일 동안 밤마다 축하 행사가 열렸다. 목사 관저 뒤로 각종 사무실과 체육관, 극장 홀까지 품은 9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교회에서는 강연과 대담, 연극, 스포츠 행사(정규직 직원 여섯 명 중에는 스포츠 감독도 있었다), 공공 행사, 음악 콘서트, 종파를 초월한 공연과 쇼, 심지어 영화 상영까지 이루어졌다. 그런데 1700명쯤 되는 신도 가운데 일부는 교회 건물이 지나치게 가톨릭적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교회 단지 전체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시먼이 처음에 계산했던 것보다 더 컸다. 유지비 탓에 자금이 계속 부족해졌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졌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도 찾아오게 만들어서 수익을 개선하고자 카페테리아를 만들자는 계획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자기 식당의 손님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주요 감리교 식당의 주인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볼링장을 만드는 계획도 거론된 듯하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어쨌든 교회가 춤과 저속한 언어를 반대했으니 젊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느긋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없는 데다 술도 마실 수 있는 무허가 술집에 드나드는 편을 더 좋아했다. 시먼은 1929년에 결국 신도들에게 쫓겨나서 오하이오주 랭커스터 교구로 옮겼다. 그는 게리를 떠나면서도 이곳에는 "진보와 환대라는 진정 서구적인 정신"이 있다며 게리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밝혔다. 그는 1944년에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 유언에 따라 시먼의 유해는 그 자신이 설립에 힘을 보탰던 게리의 교회에 묻혔다. 전후 종교 부흥기였던 1950년대에 게리의 시티감리교교회는 무려 3000명이나 되는 신도수를 자랑했다. 백인과 중산층이 대다수였던 교회 신도는 게리의 심각한 인종간 불평등을 반영했다. 게리는 당대 미국 복부에서 인종 차별이 가장 극심한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60년대로 접어들자 부유한 백인이 교외로 떠나기 시작했다. 철강 산업에서 해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정리해고가 발생하자 도심 범죄율도 증가했다. 결국 교회 신도 숫자가 점차 줄어들었다. 1973년에 교회의 신도는 겨우 320명뿐이었고, 이 중에서 예배에 꾸준히 나오는 사람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2년 후, 시티 감리교 교회는 문을 닫았다. 인디애나대학교가 교회와 이웃한 홀 일부를 인수했지만, 교회를 대신할 용도를 찾지 못했다. 게리가 "미국의 살인 수도"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얻은 1993년, 교회는 이미 무너져가는 겉껍질로 변해 있었다. 4년 후에는 화재가 건물 전체를 휩쓸었고, 복구를 향한 희망을 완전히 꺾어놓았다. 2000년대로 들어선 후 한동안은 철거가 유일한 답인 듯했지만, 이제는 공원 조성이라는 가능성이 새로 생겨났다. 이 도심 속 에덴은 러스트벨트에서 가장 고통받은 도시, 가까운 과거는 괴로웠고 미래는 불안한 이 지역에 위안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pp. 27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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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28

실시간 책소개 기사

  • 〖독서일지〗 「말의 경쟁력」
    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책이다. 귀가 두 개인 이유(p 68-69) 우리는 평소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택한다. 듣는 일엔 큰 인내가 필요하다 생각하고, 말하는 걸 더 쉽다고 여긴다. 맞다. 본디, 듣기가 열 배 어렵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가장 고민되었던 게, 입과 귀라고 한다. 눈은 한 개만 만들고 보니 거리 측정이 헷갈릴 듯해, 하나를 추가했고, 콧구멍은 한쪽이 막혀도 다른 한쪽으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두 개를 뚫기로 했다고 한다. 남은 건 이제 입과 귀였다. "그래, 콧구멍도 두 개인데, 입이 하나면 부족할 테지. 혼자 있어도 서로 대화를 나누렴. 입은 두 개 만들고 귀는 하나를 만들어줄테니." 신은 처음엔 듣기 좋은 말을 양쪽에서 할 테니, 귀가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너무 만족스러워 세 개로 만들지 않은 걸 후회까지 했단다. 그런데 웬걸, 둘 다 제 입인데도 마냥 싸워대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이를 지켜보던 신은 결국 입을 하나만 남겨두고, 소리를 분산시킬 요량으로 귀를 하나 더 만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 신은 또 하나를 후회하게 되는데, 인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먹고 숨만 쉬게 할 것을. 왜 말을 하게 했을꼬." 어쩌면 신은 지금도 후회 중일지 모른다. 듣기는 빨리하고 말은 더디 하라고 했다. 신이 귀를 두 개로 늘리고, 입을 하나로 줄인 이유를 잊지 말자. 들어야 감동한다(p 72-74) 인디언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가 있다. 먹고 노는 행사일 거라 생각하기 쉽겠지만, 웬걸! '말하기 행사다. 이 행사는 순서대로 말을 하는 게 목적인데, 나머지는 듣기만 가능하고 반론은 불가다! "나는 그때 정말 서운했어." “그 말에 나는 정말 가슴이 아팠어." "왜 그랬던 거냐고 말하고 싶었어." 행사가 시작되면 마음속, 표 내지 못한 상처를 그제야 조심스레 꺼낸다. 꼭 규칙이 아니더라도 반론을 하는 사람은 없다. 내 말이 상대에게 얼마나 상처였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상처 준게 미안해 눈물을 흘리는 인디언들도 있다. 이 행사에 감동만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오직 '듣기'만이 허락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반론이 허락된다면 어땠을까? "야,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너야말로 함부로 말했잖아." 아마 난장판이 될 터다. 하지만, 듣기만 하니 싸울 수가 없다.'내가 언제 저런 말을 한 걸까?" '아, 듣고 나니 생각이 난다.' '미안하다. 듣기 전엔 몰랐어.' 차츰 순서가 지나면 이야기 구성이 바뀐다. 속마음은 줄고 미안함이 더 많아진다. 행사가 진행될수록 서로에 대한 애착심이 커진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말할 때보다 들을 때 더 많이 운다. TV를 보며 울고, 라디오를 들으며 운다. 노래도 부를 때보다, 들으며많이 운다. 가수가 노래를 더 잘해서가 아니다. 온전히 들을 때 전해지는 진한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말은, 듣기보다 한참 다음이다. 듣지 않는 건, 외로움이다. 사실 우리는 누가 들어주지 않아 외롭다고 말하지만, 들으려고 하지 않아서 외로울 때가 더 많다. 집에 TV도 없고 라디오도 없다면, 컴퓨터가 없다면, 삭막해서 견디기 힘들 것이다. 사실 듣기 싫다지만, 내내 들으며 살아온 거다. 멀리 사는 자식이 부모와 영상통화를 한다. 부모를 보는 순간 울컥하고, 부모가 말하는 순간 눈물을 쏟는다. 주름진 얼굴보다 괜찮다는 부모의 말이 가슴을 때린다. 들어야 감동한다. 듣지 않는 탓으로, 많은 감동을 놓치고 사는 거다. 아는 척하지 마라(p 123-124)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아는 척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있는데, 그건 바로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이건 내가 좀 아는데, 그렇게 하면 안 돼." “잘 모르나 본데, 그건 이렇게 했어야지." 한다. 사람에겐 불필요한 본능이 있다. 다름 아닌 통제형 본능인데, 이는 누군가를 말로 지배하려는 욕구에서 시작한다. 스승과 제자 사이도 아닌데, 상대방을 늘 가르치려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의 주장에 끌어들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말의 통제로 얻는 쾌감을 즐기는 거다.. 이들의 무서운 착각은, 상대는 뭐든 나보다 모른다고 여기는거다. 알려줘야 하고, 가르쳐줘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누구도 지배받길 원하지 않는다. 학력이 높다고 해서, 결코 모든 것을 뛰어나게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식품영양학 박사라도 사십 년간 된장찌개를 끓인 어머니보다 맛있게 요리하지 못한다. 박사학위가 있어도 그 지식 또한 배운 분야에 한정될 뿐이다. 공부를 많이 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누구든 지배할 자격이 되는 건, 아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편견을 갖고 있다. 상대는 나보다 모르지 않는다. 판단력과 성찰이 부족하지도 않다. 외려 나보다 편견이 없고, 마음이 따듯한 사람 일 수 있다. 제대로 모르면서 아는 척 말하지 말자. 자칫 실수의 범위를 넘어갈 수 있다. 아는 척으로 잃은 호감은 회복이 어렵다. 싸움은 사과한다지만, 잘난 척으로 잃은 호감은 회복할 방법이 없다. 모른다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행위다. 때론 거절해도 괜찮아(p 186-188) 거절을 못 해 보험을 들어주고 부담스러운 돈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거절을 못 해 힘겹게 일을 도와주러 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거절하지 못하는 버릇이 생기면 생활이 힘들어진다. 아주 사소한 것도 거절하지 못해 절절매다 보면 자괴감에 빠지기도 쉽다. '아 또 거절하지 못했어. '그때 못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거절은 나쁜 게 아니다. 거절은 나쁘다는 인식이 나쁜 것이다. 거절하지 못해 다 들어주는 상황이 지속되면, 나중에는 누군가 '부탁'이라는 말만 꺼내도 지레 겁먹고 피하고 싶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잘' 거절하고 싶다면, 일단 진지하게 최대한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사인을 보내라는 말은 아니다. 들을 때는 상대에게 집중해주되 중립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타이밍이다. 말을 다 듣고 난 후에는 답을 건넨다. 듣는 동안 내가 과연 도움이 가능한 사람인지, 가능한 상황이 되는지 빠르게 결정해야한다. 말할 때는 일단 듣는 자세만 취하되 다 듣고 난 다음엔 곧장 반응해 주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여지를 주게 되어 더 집요해질 수 있다. 자칫 거절하기 더 미안해지는 상황이 된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제안인 듯합니다." "여건이 된다면 도움 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을 내기가 버거운 상태입니다.” "잘 들었습니다만,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론 거절해도 괜찮다. 거절하는 것이 어려워 무리한 부탁임에도 승낙했다가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되면, 오히려 상대뿐만 아니라 나 역시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상대의 처지에 초점을 맞추지 마라. 그가 딱한 상황이라고 내게 없던 능력이 생기거나, 없던 시간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게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나는 그것을 해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거절의 메커니즘(p 189-191)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와의 관계가 염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건, 부탁을 거절해서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인은 부탁해오는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무엇보다 거절의 의사를 전할 때 방황은 금지다. 마치 부탁을 들어줄 듯 우왕좌왕하면 희망고문만 주는 셈이다. 생각해보겠다는 희망고문보다 확실한 거절이 상대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리고 되도록 직접 만나서 거절하는 것이 좋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대면해서 말하기보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곧잘 이용한다. 보는 앞에서 힘든 말도 문자메시지나 메일은 덜 무안해서다. 하지만, 이 방법을 무조건 추천할 수는 없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할 경우, 다시 부탁해오는 경우가 많다. 업무 중 자꾸 문자메시지가 오면, 괜히 불안해진다. 다시 보내온 이메일에 고민이 커진다. 열어보자니 걱정이고 안 열어 보자니 상대가 수신확인을 해볼 것 같다. 직접만나서 거절한 경우에는 상대의 수긍이 빠르다. 당장 조금 불편한 게, 두고두고 불편한 것보다 훨씬 낫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자주 놓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거절의 의사를 전달한 이후도 중요하다. 거절하면, 상대에게 먼저 연락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땐, 특별한 날을 기억해 주는 방법이 있다. 생일과 기념일 등을 축하해주는 것이다. 거절한 직후라면 '부탁은 안 들어주더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면 반대가 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고 연락도 없네." "참 매정한 사람이었네." "내가 언제 인연 끊자고 했나?" 오랜 시간 후, 연락하게 되면 상대는 어떻게라도 문제를 해결했을 확률이 높다. 상대는 내게만 부탁한 게 아닐 테니 말이다. 거절하고 거절당한 얘기는 안 해도 된다. 상대도 분명히 더는 할 마음이 없다. 미안했다느니 하는 말 역시 안 해도 된다. 괜찮다. 나는 따듯한 말로 다시 상대를 대하면 된다. 이전에 명확히 거절했다면, 다시 부탁할 확률은 매우 낮다. 누구도 반복된 거절을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거절해야 하는 이유다. 단, 편히 들어 줄 수 있는 부탁은 흔쾌히 들어주자. 아니라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되, 연락을 주고받자. 거절하더라도 사람은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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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4
  • 〖독서일지〗 「시간 제어」
    어머니가 3시간에 걸쳐 직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병실에 누워 계시는 침대 옆에서 이 글을 정리하고 있다. 어머니 연세 83세. 100세까지만 사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모두 제한된 시간을 살고,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시간에 대한 책인데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그러면 넘어가고 와닿는 부분만 잘 읽고 받아들이면 된다. 호흡한다는 것의 경이로움(p 76-79)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마음챙김을 방해하는 것은 점점 증가하는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 및 오락 매체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은 정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문장을 한 줄 타이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터넷에 접근해 정보를 찾고, 규칙적으로 이메일을 받는다. 전화는 끊임없이 울리고,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뉴스는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배경에서 울리는 음악은 컴퓨터 작업이 막힘없이 흐르듯 보이도록 한다. 같은 시간, 아무도 보지 않는 TV에서는 방송이 이어진다. 오늘날 사람들은 먹으면서 TV를 보고, 조깅하면서 음악을 듣는 데 익숙하다. 사람들이 하는 작업은 계속해서 중단된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하지만 어떤 것에도 오롯이 집중하지는 못한다. 집중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보니 우리의 경험은 덜 집약적이다. 사실 집중력이 분산되기보다는 이 작업에서 저 작업으로 빠르게 옮겨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집중력이 부족해지니 실수가 많아진다. 상사나 연인에게 보내는 이메일은 절대 TV를 보면서 써서는 안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전화 통화를 하다보면 상대방 쪽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나와 하는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채팅이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집중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면 충만한 경험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교수이자 작가인 한스 울리히 굼브레히트Hans Ulrich Gumbrecht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현존의 부재다." 굼브레히트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두 커플의 모습을 관찰한 결과야말로 현존의 부재를 잘 설명하는 씁쓸한 예다." 네 사람의 집중력은 그들의 구체적인 현존에서 분리되어 있다. 이때 현존이란 어떤 일에 정신적으로 집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순간의 구체성에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현존 경험은 몸과 정신, 공간과 시간이 하나로 통합될 때, 즉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진다. 굼브레히트는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를 두고 스포츠 경기라는 사건에 선수로서 참가하든 관객으로서 참가하든 '강하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필드에서 공을 따라 뛰는 22명의 선수뿐만 아니라 월드컵 시합을 보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긴장감 넘치는 페널티 킥에 매료되며 고도의 집중력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직접 스포츠를 하며 몸을 단련하면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아주 높은 현존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스포츠를 할 때 경험하는, 자기 자신과 스스로의 몸이 아주 가까워졌다는 감각은 현존의 순간에 발생한다. 과거의 실수나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은 제쳐 두고 지금 현재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사람만이 뛰어난 운동선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선수들에게 현존 의식을 훈련시킨다. 현존이란 신체, 감각, 생각, 그리고 감정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감각이며 모든 것이 고요할 때 생겨난다. 카르투지오회 신학자이던 발마의 후고 Hugo de Balma는 어떻게 하면 명상으로 지복직관이 가능한지 조언했다. 만약 누군가가 "신이나 천사에 대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생각하지 말고 그저, 숨을 쉬면 된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발마의 후고는 날카롭게 벼려진 지성과 지식만으로는 지복직관을 경험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그저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고차원적인 경험으로 가는 올바른 길이라고 했다. 호흡의 리듬에 신중하게 빠져들고, 고요함에 집중하는 행동은 마음챙김 명상 방법이기도 하다. 호흡이란 영혼이 깃든 육체의 존재를 느끼는 활동이다. 폐가 호흡 운동을 하는 리듬이야말로 순간의 이어짐이기 때문이다. 이완된 호흡을 한 번 할 때 걸리는 시간이 대략 3초 정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 번의 호흡 주기는 우리가 경험하는 순간의 지속과 정확히 일치한다. 오래 사는 진정한 열쇠,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p 127-129) 삶의 덧없음과 불가피한 죽음에 관한 생각은 결국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주제다. 또 다른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각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가 자신의 저서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서 이 주제를 다루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많은 부분을 낭비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충분히 길며, 만약 우리가 낭비 없이 투자하기만 하면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세네카는 1세기경 지금의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태어났고 고대 로마에서 당대 존경받는 지식인으로 꼽혔다. 그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네카가 남긴 가르침은 우리 삶에도 해당하는 부분이 많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세네카는 사람들이 그들의 눈에 중요해 보이는 일들을 하려고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럼에도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사는 모습을 비웃었다. 사람들은 은퇴하고 나면 받을 보상을 기대하며, 그때가 되면 자신의 삶을 돌보리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쉰이 되면 은퇴하고 편하게 살 거야. 환갑이 되면 모든 의무에서 자유로워질 거야." 그 이후의 삶은 누가 보장하는가? 그들이 결정한 대로 삶이 흘러간다고 누가 말하던가? 삶이 끝나야 할 때 삶을 살기 시작하다니, 얼마나 늦은 일인가! 삶의 유한성을 잊다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대부분의 사람은 그만큼 살지도 못하는데 쉰, 예순이 될 때까지 인생의 모든 이상적인 계획을 미뤄 두고 그때부터 삶을 시작하려 하다니! 스토아학파의 도덕적인 가르침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자신의 유한성을 자주 잊어버린다. 말하자면 이런 연구는 세네카가 말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의 유한성을 부정하며 산다는 사실을 굳게 뒷받침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서도 삶의 유한성을 종종 잊는다. 우리가 삶은 짧으며 시간은 점점 빨리 흐른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저 그것을 낭비했기 때문이라고 세네카는 말한다. 시간 낭비란 일요일 오후에 소파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네카는 무조건적인 노동 윤리에 특히 반대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은 물론이고 다른 활동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바람에 우리가 스스로를 진정으로 충족시키고 감정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꾸릴 활동을 할 길이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모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자. 지금 현재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삶이란 우리가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방법만 알고 있다면 긴 것이다. 인지심리학 분야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변화가 많고 감정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며 시간을 보내면, 오래 살 수 있다. 삶의 속도를 제어하려면(p 153-155) 삶의 속도를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 간략한 조언을 남기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짧은 휴식이다. 예를 들어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일을 하다가도 잠시 쉬어야 하는데, 이는 휴식을 취하지 않는 비흡연자에 비해 이득이 된다. 몇 분만이라도 사람, 전화, 이메일, 보고서 작성 마감 시간 등에서 벗어나 바깥공기를 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일과 중에 마치 의식을 수행하듯이 휴식한다면 다시 자기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휴식 시간은 잠재적인 생각을 이끌어 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떤 문제 상황을 생각에서 지워야 그 문제를 해결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다. 이 시간은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다. 쉬는 동안 우리는 어떤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할지 계획을 짤 수 있다. 그러면 아무런 형태도 없이 그저 뭉쳐 있는 덩어리같이 보이던 일이 갑자기 명료해진다. 출장이 잦은 기업인들은 종종 아침에 호텔에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어느 도시에 있는지 모르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오늘 비행기를 타고 어떤 도시에 도착했다가 내일, 모레는 완전히 다른 곳에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사람이 열 시간 뒤에는 만리장성 위를 지나 베이징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앉아 있을 수 있다니 가속화의 기술적 기적이다. 한편 여행객은 비행하는 시간 동안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좌석에 딸린 작은 화면으로 멍하니 재미없는 영화를 보는 대신 자신이 도착할 나라의 문화를 공부해 두는 편이 좋다. 기차를 타고 독일 남부 뮌헨에서부터 북서부 오스나브뤼크로 가는 여행객에게도 여행과 목적지에 집중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일하는 시간과 자유 시간이 겹치는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에는 창의적이고 자주적인 사람들은 더이상 자유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글들이 넘쳐난다. 물론 자유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힘들고 괴롭기만 한 일은 아니다. 자율적으로 일하거나 일하는 시간에 따라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는 더 긴 노동 시간이 더 많은 돈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고 정해진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라면 퇴근하고 난 뒤에는 일할 때 쓰는 휴대전화를 꺼 두고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은 업무 시간에만 읽는 것이 훨씬 건강한 생활이다. 일단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마음껏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 보자. 예를 들어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거나, 무언가를 수집한다거나, 혼자서 혹은 연인이나 배우자와 산책을 갈 수 있다. 매일 한 시간이라도 회사 일이 아니라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아니면 단 15분만이라도 소파에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신의 몸에 집중해 보자. 자세는 어떤가? 아픈 곳은 없는가? 내 몸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해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의 가속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결정할 수 있다.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려고 지나치게 엄격한 행동 지침을 세우는 것은 오히려 비생산적이다. 그러다 보면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시간적 압박을 느끼기 쉽다. 예컨대 '세탁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 빨리 쉬면서 나한테 집중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꼭 해야 하는 일들이 닥쳐올 때 느긋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태도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경우에 따라서는 명상과 편안한 휴식, 맛있는 음식으로 자신을 가꾸며 보낸 주말이 오히려 삶의 리듬을 바꾸는 방법을 배우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보다도 매일 반복되는 노동 환경이라는 현실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이를 배우려면 아주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편안하게 마음먹고 직접 행동해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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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2023-02-23
  • 〖독서일지〗 「영화를 보면 생기는 일」
    긍정심리학의 여러 항목으로 영화를 분석한 책이다. 이전에는 영화를 곧잘 봤는데 요즘은 영화에 통 관심이 없다. 나이를 먹었나보다.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긍정심리학의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긍정심리학, 몰입(p25-32) '몰입flow'은 이제 긍정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긍정심리학자들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오랫동안 주류 심리학계에서 무시 당해왔다. 몰입은 매슬로Maslow와 로저스Rogers의 인본주의 심리학에 병합되었다. 몰입이라는 단어는 적극적인 활동을 동반하는 심리상태를 지칭하기 위해 칙센트미하이 Csikszentmihalyi에 의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그것은 한 개인이 특정한 활동 중에 활발하게 집중, 완전히 몰두, 그리고 성공에 도달하는 것에 완전히 집중하는 정신 상태이다. 몰입은 최고의 강점들이 가장 큰 난관에 부딪혔을 때 발생한다. 쉽게 말해 걱정이나 불안감 그리고 자아의식도 잃어버린 채 지금 하는 일에 완전히 푹 빠진 상태를 몰입이라고 정의한다(Moneta & Csikszentmihalyi, 1996). 행복에 있어서 몰입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몰입은 가장 재미있는 즐거움이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순간의 기분 또는 쾌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쾌락은 무엇일까. 쾌락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원초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게 하는 활동을 말한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육체적인 즐거움이다. 몰입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에는 가장 즐거운 것이 육체적인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육체적인 즐거움은 먹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노는 즐거움, 무언가를 하는 즐거움, 누리는 즐거움 등등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이 육체적인 즐거움을 누릴 때에 참 행복하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이런 일차원적인 행복을 오래 유지하면 좋겠는데 이것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시간이 지나고 횟수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그 즐거움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매일 삼시 세끼 먹으라고 한다면 질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직접적인 즐거움인 일차원적 행복에 너무 빠지다 보면 공허해질 수 있다. 쾌락이 주는 즐거움은 극대화됐다가 시간이 지나갈수록 사라지기 때문에 그 후에 허탈감이 오게 되며 공허하게 되는 이다. 칙센트미하이는 "쾌락을 얻는 경험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러 쾌락과 즐거움이라는 두 가지 정서는 같지 않다. ...쾌락은 정신적 노력 없이도 느낄 수 있지만, 즐거움은 비범한 주의를 기울여야 느낄 수 있다. "(최인수, 2004, p. 99)라고 했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 몰입에 빠질까.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그림 그리기, 음악 듣기, 노래하기, 춤추기, 책 읽기, 글쓰기, 운동하기 등등 몰입에 빠지게 하는 요소들은 정말 다양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전히 몰입에 빠진 적이 언제였는가. 그리고 그때의 기분은 어떠했는가. 또 어떤 일을 할 때 몰입에 빠지게 되는가.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을 지속해서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정서적인 행복을 많이 느낄 수 있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체계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 세계 각국을 다니며 각계각층의 남녀노소 수천 명에게 몰입의 경험들을 수집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가장 큰 만족을 얻을 때는 언제였고, 그때의 기분은 어땠는지를 물어봤다. 몰입을 통해서 정신적인 만족을 얻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집단 활동을 통해서 얻은 만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칙센트미하이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몰입을 경험할 때 동반된다고 주장했다. 1. 확실한 목표가 필요하다. 기대치와 원칙이 확실해야 하며, 목표가 실현 가능해야 하고, 개인의 기량과 능력에 맞아야 한다. 어떤 활동에 깊이 몰입하려면 매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몰입을 잘하는 이유는 전문기술이 필요한 도전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일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전반적인 부분에 어떤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몰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몰입하려면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일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피드백이 없다면 그 일에 몰입 하기 어렵다(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가 뚜렷해서, 행동이 필요에 따라 조절될 수 있다. 발레 같은 경우도 잘했는지, 못했는지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장 근로자들도 실적으로 그 결과가 바로 나온다. 스포츠나 게임 같은 것도 승부가 바로 결정된다. 이렇게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으면 몰입을 더 잘하게 되는 것이다. 3. 과제와 능력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활동이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 않은 수준일 때 최고의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아무리 호기심이 생기는 일이라도 능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몰입은커녕 시작도 하지 못하고 금방 포기하게 된다.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 과제와 능력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몰입이 가능하다. 과제의 수준과 높은 능력이 만나면 최고의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실력이 없는 학생 대부분은 산만하다. 또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성인들도 집중을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쉬운 것부터 몰입도를 높여줬을 때 일상적인 삶에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4. 집념과 집중이 필요하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첫째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고, 둘째로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집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5. 현재의 중요성이다. 몰입 상태에 이르면 현재 하는 일에 푹 빠져 그 활동을 관찰하거나 평가하는 의식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의 고민이나 걱정, 일에 대한 불안감 등도 잊어 버리고 오직 지금에만 집중하게 된다. 강의를 들을 때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에 따라서 너무나도 다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이 강의가 내 삶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듣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듣는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똑같지 않을 것이다. 6. 상황이나 활동에 대해 스스로 통제력을 느끼게 한다. 내가 하는 일과 그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의 결과에 대해 '과연 내가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잘못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과 우려가 마음속에 가득하다면 몰입이 잘 안 될 것이다. 내가 하는 일과 그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몰입이 잘되는 것이다. 직장생활이 힘든 이유 중에는 대인관계나 성과의 문제도 있지만, 통제감 상실에서 오는 문제가 더 많다고 한다. 특히 시간을 통제하지 못할 때 회사 생활이 힘들어진다.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7. 시간 감각의 왜곡이다. 몰입 경험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시간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이 변한다. 몰입하는 순간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는 경험을 누구나 다 해보았을 것이다. 8. 자아의식의 상실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활동에 몰두하고, 의식의 초점은 활동 그 자체로 좁혀진다. 행동과 의식이 하나 되어 일상에 대한 걱정과 좌절을 의식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아지경의 상태를 말한다. 몰입을 경험하는 동안은 자의식도 망각한 채 몰입에 빠지게 된다. 그 이후에는 만족감을 느끼고 자부심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 빠져들면 목표를 달성하기 쉽고, 그 후에는 자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위해서 자기 목적의 자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외적 요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일을 할 때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몰입이 잘되려면 해야 하는 일과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맞물려졌을 때 가능해진다. 만일 사람들이 자기 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업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움 가운데 있어도 내가 어떻게 삶에 몰입하면서 살 수 있을지 찾아가면서 살다 보면 나름대로 만족과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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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1
  • 〖독서일지〗 「마흔이 처음이라」
    50대 중반을 지나는 내게도 읽을 말한 내용이 많았다.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쓰고 읽기"에서 제2의 인생을 찾은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내가 다시 공부를 하는 이유(p 30-33) 어린 시절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사실이다. 첫 줄부터 읽는 사람이 재수없다 할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1학 1년 시절부터 혼자 공부하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재미를 느꼈다. 하나씩 지식을 쌓을 때마다 뭔가 뿌듯함이 있었다. 좋은 대학을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이 잘 나오기는 했지만, 때로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던 시기다. 수능을 망쳤지만, 다시 수험생활을 하기 싫어서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했다.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 상실감이 컸지만, 현실에 순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또 열심히 공부했다. 그 시절 공부는 당연히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많은 스펙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했다.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전공을 살려 작은 설계 회사에 취업했다. 그때부터 12년 동안 발주처 등의 갑질, 임금체불, 높은 업무 강도 등의 이유로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신세 한탄만 했다.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한숨만 나왔다. 학창시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던 지식은 쓸모가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남탓 세상 탓만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많이 마셨다. 사람들을 만나 답답한 속내를 풀면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사람들과 헤어지고 오면 다시 허무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숙취와 함께 다시 우울해졌다. 내 인생의 변화를 가져올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으니 계속 도돌이표의 반복이었다. 계속 누워서 한숨만 쉬는 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살다간 아무래도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았다. 정말 다시 한 번 인생을 바꾸어 보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어린 시절 힘들 때 책에서 답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해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그때의 경험이 다시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3개월 동안 300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그것을 다시 기록하고 정리하여 내 삶에 적용했다. 실제로 실천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이 '지혜'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그 지혜가 나의 인생을 바꾸게 해준 공부의 결과였다. 내가 다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어른이 되어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고 한다. 물론 어린시절에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이제 공부가 끝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이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사회에 나오니 공부할 게 더 많았다. 업무 공부도 해야 했지만, 인생을 헤쳐나가기 위한 공부가 더 필요했다. 그것을 간과하고 배울 생각을 안 했으니 내가 생각한 성공과 거리가 멀어져 가는 것은 당연했다. 한근태 저자가 쓴 《고수의 학습법》에는 어른이 되어 하는 공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공부를 하면 유연해진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고집불통이 된다. 다른 세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옳고 최고인 걸로 착각하게 된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좁아진다" 공감했다.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사람이다. 이제야 공부를 하면서 인생을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 힘든 당신, 책과 글쓰기를 만나서 같이 공부하자. 그것이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고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무기가 될지 모르니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고 느낀다면(p 34-36) 2015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조금씩 쓴 결과 2016년 《모멘텀》, 2017년 《미친 실패력》과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을 출간했다. 책이 나오면 몇 만 부가 팔리고 대박날 줄 알았다. 여기저기서 인터뷰나 강연 요청이 쇄도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자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 인생보단 조금은 바뀌었지만, 대박을 꿈꿨던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뒤로도 계속 글을 썼다. 2020년 초반 《지금 힘든 당신, 책을 만나자!》까지 6권의 책을 더 출간했다. 책 한 권씩을 낼 때마다 조금씩 더 좋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도 달라진 게 없었다. 책도 많이 팔리지 않으니 들어오는 인세도 적었다. 5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제자리 걸음처럼 느껴졌다. 정말 답답해서 이젠 그만 글을 쓰고 현실적인 다른 것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글을 써왔던 기간과 크진 않지만 성과도 있다보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경제적인 문제도 좀 해결해 보자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글쓰기와 병행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글쓰기가 어렵거나 초보인 사람들에게 나의 지식과 경험을 알려주고 글쓰기 연습을 같이 해보는 《닥치고 글쓰기》 과정의 시작이었다. 수강생을 모으고 그들에게 일정의 돈을 받으니 크게 벌지 못하지만 부업으로 시작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내 지식 창업의 첫 발걸음을 내딛고 지금까지 수강생의 적고 많음에 관계 없이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제자리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2년 전 글쓰기를 포기했다면 얻지 못했을 성과이다.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왔지만 가끔 제자리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공무원이나 기술사 등 자신이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몇 번을 도전하지만 떨어지기도 한다. 1년간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자꾸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이다. 그럴 때마다 지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해도 제자리라고 생각하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순간이 오면 이렇게 한번 해보자. 잠시 쉬면서 정말 이 길이 나의 길인지 아닌지 먼저 판단하자. 아니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우자. 이전에 해왔던 과정이 아깝지만 잊어버리자. 내 길이라고 판단하면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제자리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지금까지 해왔던 과정이 있기 때문에 처음보다 분명히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7년째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나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하지만 이제는 죽을 때까지 읽고 쓰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계속 앞만 보고 걸어갈 생각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내 필생의 역작을 남기는 날까지 오늘도 부족하지만 나의 글을 쓴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가보자. 성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p 37-41) '성공'이란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라고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꾼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명예를 가지고 싶어한다. 성공을 하고 싶은 이유는 각기 다르다. 지금까지 남이 맞추어 놓은 기준에 살다 보니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다짐한다. 먹고 살기가 팍팍하고 힘들어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싶어 간절함이 생긴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성공하기 위해 자기계발을 한다. 하지만 진짜 성공을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누구나 성공을 원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목표가 없다 목표 없이 막연하게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부자가 될 거야', '나는 작가가 될 거야'라고 결심한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도 똑같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니 당연히 성공은 먼 나라 이야기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몇 년 내 자산을 얼마나 모을지, 월 천만 원 달성을 언제 할 수 있을지 등등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야 한다. 조급하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한두 번 시도해보고 안 된다고 소리친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나아가야 성공으로 가는 길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언젠가' 병이 있다 책을 내고 싶은데, 언젠가 글을 써야지라고 미룬다. 부자를 원하는데, 언젠가 투자해 봐야겠다고 결심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젠가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질질 끄는 버릇은 반드시 버리고, 지금 하자. 작은 문제가 생겨도 포기한다 진행을 잘하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회피한다. 도망치고 나서 변명할 생각만 한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문제투성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 작은 문제 하나 생겼다고 포기하면 다음 관문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첫 번째다. 무엇인가 하기 위한 결정이 늦다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없다. 일단 마음을 먹었으면 그 준비가 미흡하더라도 저질러야 한다. 책을 내고 싶다면 우선 한 줄이라도 끄적여야 한다.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일천 원이라도 주식에 투자하거나 저축부터 시작해야 한다. 빠른 결정과 실행이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성공을 방해하는 다른 이유도 많지만 위에 소개한 5가지가 일반적이다. 아직 나도 성공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20~30대 시절의 나는 위 5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성공보단 실패가 많았던 인생을 살았다. 독서와 글쓰기를 만나면서 내 인생의 성공 기준도 달라졌다. 위에 소개한 5가지를 반대로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조급함을 버리자. 되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당장 실행하자. 덜 준비되었더라도 시작하자. 이렇게 계속 하면 성공은 당신 눈앞에 와 있을지 모른다.
    • 오피니언
    • 책소개
    2023-02-13
  • 〖독서일지〗 「47가지 심리학 법칙」
    심리학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뒷부분은 임팩트가 약한 편이다. 뇌가 쉬고 있는 상태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디폴트 모드 네트워크(p 102-104) 심리학 포커스 -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뇌를 쉬게 하는 것이 '뇌의 휴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때도 뇌의 특정 부위는 활성화되어 있다. 뇌의 뉴런(뇌신경세포)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능력과 개성을 향상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 뇌 전체가 쉬고 있을 때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심리와 뇌의 활동 관계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적 자기공명 기록법)이다. 이것은 뇌의 혈류량을 조사하여 그 활성도로 뇌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뇌의 움직임은 무언가를 공부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의식적 활동을 하고 있을 때만 활성화된다고 생각했다. 뇌가 아무것도 의식하고 있지 않은 상태일수록 혈류량이 감소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고, 실제로는 증가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아냈다. 특히 대상회 뒤쪽과 전두엽 안쪽의 영역이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워싱턴 대학의 의학자 M. 라이클은 이것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부르며 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 양은 2,000kcal 정도 되는데, 그중에 뇌는 350kcal를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의식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 때의 뇌는 75%에 해당하는 250kcal를 사용한다고 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알기 쉬운데, 신호를 기다리며 파란 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엔진을 켜놓은 상태이다. 움직이기 시작하고 가속하여 일정 속도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아주 많은 연료를 사용하지 않지만, 멈춘 상태에서 공회전하고 있는 상태는 반대로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사고의 휴식 상태이면서 동시에 뇌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부분이 생긴다. 그리고 명상을 하는 등의 '마인드 풀니스'가 뇌의 네트워크를 더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떤 경우에는 목욕을 하다가 갑자기 번뜩 기발한 생각이 나는 경험이 있다. 이것은 창조성의 심리로서 ‘아하 효과’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는 바로 디폴트 모드 상태이다. 사람이 가진 고도의 창조 사고는 전두연합야의 활성도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그 활성도가 디폴트 모드 상태에서 촉진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매일 숲이나 강가를 산책하는데, 이런 산책으로 일상 중에서 디폴트 모드를 만드는 것도 추천한다. '지속할 수 있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의 생산성도 오를 것이다. '자제심'이 인생의 성공을 결정한다 (p 121-125) 심리학 포커스 - 인생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을 알고 있다면, 누구나 고민하지 않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 성공 요인에 대한 연구가 '마시멜로 실험'이다. 유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수십 년간을 추적 조사하여 알아낸 것이 바로 '자제심'의 중요한 역할이다. '자제심'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며 인생을 좌우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얻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 '마시멜로 실험'에서 알게 된 '자제심의 효과 자제심을 실험하는 심리학의 실험으로 스탠포드 대학 W. 미쉘의 '마시멜로 실험'이 유명하다. 이것은 마시멜로를 준 아이에게 15분간 먹지 않고 기다리면 두 배를 주겠다고 설정하여, 4세 아이의 자제심과 추적 조사에 의한 장래의 성공과의 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참을 수 있었던 아이들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였으며, 이후의 추적 조사 결과, 자제심이 높았던 아이들은 성인 이후에도 높은 대학 진학률과 경제적 여유 등 인생의 성공을 얻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학 진학 적성 시험(SAT: 1,000점 만점)의 점수에서는 무려 210점이나 차이가 났다. 그뿐만 아니라, 두뇌 활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제심이 강한 아이의 경우는 뇌의 관자놀이 부분에 있는 ‘하전두회’의 활성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아기의 자제심이야 말로 인생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이 마시멜로 실험은 한정적이라고 주장하는 연구가 많이 등장했다. 뉴욕 대학의 T. 왓츠가 검증한 것에 따르면, 자제심보다 경제적인 빈부차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자제심 성공'이라고 하는 결과와 원인을 연결하는 인과 스키마가 부분적으로밖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가정에서는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먹는 것은 빨리 먹는 것이 좋다'처럼 행동을 서두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현재 지향 바이어스'가 높은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논쟁에는 사람의 발달 요인이 사회적인 것인가, 유아기의 자제심의 능력인가, 뇌의 하전두회의 힘인가, 이렇게 3가지 요인이 관계되어 있다. 현재에는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마시멜로 실험에서는 자제심을 기르는 방법과 실행 방법도 알 수 있다. 단순히 의지력이 있기 때문이 참을 수 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하며 노력했다는 점이다. 바로 먹은 아이는 마시멜로를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참아낼 수 있던 아이는 눈을 손으로 비비거나, 모자를 얼굴에 대는 등 시각적 자극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의지력만으로 참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이런 노력을 통하여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누구라도 가능해진다. 마시멜로 실험에서도 자제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런 '방법'을 알려주니, 참을 수 있는 비율이 3배 이상이나 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욕구를 컨트롤하는 원리가 있다. 즉, 과자가 눈 앞에 있으면 욕구를 의식 해버리기 때문에 ‘숨기는’ 단순한 행동이 포인트이다. 어느 회사에서는 휴식 시간에 자유롭게 과자를 먹을 수 있도록 사무실 입구에 있는 선반에 놓았다. 그리고 약 1년 후, 과자를 자주 먹던 사원들에게 성인병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선반에 있는 과자를 보이지 않도록 서랍이 있는 장에 넣어두니, 성인병이 발생할 확률이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것은 자제심을 강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다만, 선반 안에 넣어두는 행동의 '노력'을 한 결과이다. 이러한 노력의 응용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할 때, 혹은 다이어트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면 습관 행동을 개선하는 데 특히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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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2023-02-12
  • 〖독서일지〗 「그렇게 죽지 않는다」
    방송작가가 쓴 책으로 죽음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어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그 중에 부모 자식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연명치료 안 하겠어요" 8년 전, 이 책을 쓰기로 계획한 그해에 집필했더라면 나는 연명치료가 얼마나 혹독한 결과로 나타나는지 신이 나게 썼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어영부영하는 사이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히는 사례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고령의 환자가 입원하면 병원은 보호자에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나눠 준다. 2018년부터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한번은 친한 피디에게 요즘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니, 보건복지부에서 협찬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데 말기암 환자들이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는 뭐 그런 이야기라고 했다. 그 다큐멘터리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번은 친하지 않은 어떤 피디도 그런 다큐를 제작한다고 했다. 금 모으기 운동을 하는 민족답게 연명의료 거부 캠페인의 효과는 빨리 나타났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책의 소중한 한 챕터가 날아갔다. 엄현숙 요양원 대표에게 나는 다소 풀이 죽어서 물어봤다. “요즘은 연명치료 거의 안 하시죠?" 별 기대 없이 던진 내 질문에 엄현숙 대표는 파르르 떨면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바로 그 연명치료 거부 문제예요. 작가님도 아시는구나?" 모른다. 나는 그에게 바짝 몸을 기울인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순자 씨는 폐암이다. 아마도 폐암일 것이다. 조직검사를 안 해서 단정할 수는 없다. 의사는 상당히 진행된 폐암일 거라고 했고 가족에게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다. 자식들은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어머니를 엄 대표의 요양원에 보냈다. 일흔 살이 막 넘어서요. 양원에 온 순자 씨는 요양원 생활에 잘 적응해 5년째를 맞이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감기에 걸렸다. 약국의 감기약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엄 대표는 보호자로 지정된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기 걸리셨는데 상태가 좀 안 좋아서요. 폐렴으로 번지면 위독해지니까 병원에 모시고 갈게요. 모셔 가도 되죠? 그리로 오실래요?" "아니요. 그냥 안 모시고 갔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연명치료안 하기로 했거든요? "이건 연명치료가 아니라 그냥 치료예요." "......" 입소자가 치료를 요하는 상황에 처하면 요양원은 입소자를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병원비를 댈 의무까지 있는 건 아니다. 병원비는 자식들이 내야 한다. 연명치료를 안 하겠다는 자식들에게 엄 대표는 사정을 설명하면서 사정한다. 이건 연명치료가 아니라 사는 데 필요한 치료며, 과잉 진료가 아니라 지금 매우 필요한 진료며, 어머니는 폐암이지만 이 정도의 의료적 케어는 당연히 받아야 하며, 이것은 심폐소생술이나 기도삽관이 아닌 감기 증상으로 인한 고열을 내리고 기침을 멎게 해 줄 종합병원 차원의 진료가 필요한 사례일 뿐이라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것이다(참고로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말하는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이 네 가지를 말한다). 그러나 순자 씨 자식들의 뜻은 변함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연명치료 거부라는 사회적 캠페인이 든든한 뒷배로 작용하고 있었다. "엄마도 말씀하셨고, 저희 뜻도 같아서 병원 진료를 안 보고 싶어요. 그렇게 해 주세요." 그렇게 해 달라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방치해 달라는 다른 말이었다. 10일 후 순자 씨는 운명을 달리했다. 자식들의 말이 맞았는지 모른다. 병원에 가서 종합병원 차원의 치료를 받았다고 한들 10일이 100일이 됐을까. 만약 100일을 살았다 한들 그 나머지 90일이 순자 씨 삶에서 어떤 의미일까. 그 90일이 없다고 순자 씨가 억울해하거나 속상해하거나 한이 맺힐까. 자식들의 꿈에 나타나 내 감기약 내놓으라고 생떼를 필까? 폐암으로 추정되는 70대 중반의 요양원 입소자의 권리는 어디까지인가? 우리는 어느 조건에서도 존중받아야 할 삶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아마도 누군가 나에게 100일 후에 죽나 10일 후에 죽나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니냐고 말하면, 어디 나랑 같이 죽어 보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왜장의 몸을 껴안고 작렬히 강으로 몸을 던진 그 누구냐, 그 이쁜, 그 기생. 아,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그 기생처럼 말이다. 순자 씨의 일이 있고 난 후 엄 대표가 연명치료 거부를 핑계로 부모의 치료를 거부하는 자식들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변했다. 그녀는 우선 엄살을 핀다. “병원에 안 데려가면 내가 노인학대하는 요양원 원장이 된다, 그럼 나 잡혀 간다......." 이게 안 먹히면 다음 방법이 있다. 이건 좀 치사한데 일단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가야 합니다" 하고 뚝! 전화를 끊는 것이다. 자식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듣지 않고 바로 119를 부르거나 앰뷸런스를 부른다. 통보는 했으니 오든지 말든지! 대부분의 자식들은 병원으로 와서 병원비를 내고 간다. 가는길에 엄 대표를 향해 "우린 연명치료 안 하니까 다음에는 모시고 오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는 자식이 없지는 않다.(p 162-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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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0
  • 〖독서일지〗 「행복한 인생 만들기」
    소망의 성취 과정 과학자의 예리한 안목으로 26년 동안 소망이 이루어진 과정을 분석해 보니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었다. 첫째, 그 소망들은 내가 바라던 때가 아닌 '적당한 때'에 이루어진 점. 둘째, 특정 시기에 하나씩 이루어진 점. 셋째, 적어도 2~3년 정도의 인고의 시간 후에 이루어진 점. 마지막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어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소망은 2~3년의 인내를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소망의 신이 보낸 힘든 사건을 강한 정신력으로 잘 이겨내면, 적당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인생의 오랫동안 이루어진 소망을 정리한 이후 소망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단지, 현재의 소망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 소망은 적당한때에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는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확실한 '믿음'을 갖고 계속 행동해 가면 된다. - 48p 자신감 인생길에서 많은 사건, 어떤 상황, 주위 사람들은 우리의 자신감을 요동치게 만든다. 무엇보다 우리의 내면에는 세상의 어떤 일들도 잘 해낼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 있다는 진리를 믿어 보자. 그 진리를 믿는 정도에 따라 자신감의 크기는 달라진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 주위에 내 능력을 깎아 내리는 사람을 두지 않는 것, 스스로에 대해 절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나만의 인생 속도대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 생각들은 자신감을 지탱하게 만든다.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말을 조심하라. "나는 더 이상은 안 되나 봐. 더 이상은 불가능해” 같은 부정적인 말은 금물이다. “아직은 때가 오지 않았나 보다. 노력이 좀 더 필요하네.” 긍정적인 말로 나를 응원하자. 자신의 무한한 능력을 믿으면, 자신이 바라는 일을 성취할 수 있다! - 54p 여유로운 마음 갖기 여유로운 마음은 저절로 생기진 않는다. 나의 경우, 다음과 같은 마음의 태도를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했을 때 가능했다. 1) 남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고, 인생을 나만의 속도대로 살아간다. 2) 내 인생에 펼쳐진 모든 일들을 용기 있게 직면하고, 원하는 결과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3) 원하는 목표를 위해 집중해서 몰입하여 일한다. 4) 성공적인 삶을 디자인하고, 바라는 삶을 위해 결심한 일을 적극적으로 행동해 간다. 5) 평소의 생활에서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비상시를 위해 매달 일부를 저축한다. 6) 재정 현황을 매주 정리해서 정확히 파악하고,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며 살아간다. 7) 자신이 수행한 일들을 정리 후 분석하고 언제나 개선할 점을 찾고 실행한다. 8) 일하는 곳이나 집은 언제나 청소를 깨끗이 하며 정리 정돈을 잘해 둔다. 9)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건강을 관리한다. 10) 원인을 만들지 않은 일(노력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도 바라지 않는다. - 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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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6
  • 〖독서일지〗 「매면 매이고 풀면 풀린다」
    『매면 매이고 풀면 풀린다』는 책을 저자 최성관 목사님에게서 선물 받고 며칠 걸려 정독했다. 10년 전에 발간된 책으로 저자의 삶과 경험이 녹아진 책이다. 이 책 표지에 “내 인생을 갉아먹는 사단의 견고한 진에 대한 보고서”라는 글이 있듯이 아버지와 학교 선생 그리고 담임목사에 의해 자신의 인생에 올무와 덫이 있었음을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있는 쓴뿌리와 견고한 진을 발견한다. 사실 발견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의 원인을 발견해야 그것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있어 쓴뿌리와 견고한 진은 권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했다. 사람에게 권위자는 1차적으로 부모이며 특히 아버지이다. 자라서 학교에 입학해서는 선생이다. 그리고 교회를 다니면 목사이다. 이들과의 관계가 원만했다면 권위자에게서 주어지는 복을 받지만 그렇지 않을 때 어려움과 상처를 겪는다. 저자는 이들과의 어긋난 관계에 매여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자신의 문제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상처를 준 그들을 용서하며 회복과 치유의 길로 나아간다. 그리고 이 과정을 개인 차원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교회, 사회, 국가로 확대한다. 모든 곳에서 “매면 매이고, 불편 풀린다”는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필자도 과거에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이런 어려움이 있었고, 학교 선생의 폭력으로 인한 반감이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 담임목사와의 관계에서는 별일이 없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는데 이때 매면 모든 것이 매여버린다. 그 안에서 갈등과 상처를 경험한다. 그러나 용서를 하면 풀리게 된다. 풀면 풀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리는 죽는 순간까지 적용해야한다. 필자는 최근 어떤 일로 마음이 상해 거기에 “매였다”. 다행히 이 책 내용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이 원리가 늘 살아가면서 적용해야하는 원리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이 원리를 적용해 매일려는 순간에 매이지 않았다. 당신도 이 원리를 적용해 보기 바란다. 이런 저런 쓴뿌리와 사단의 견고한 진에 매여 있는 특히 부모나 선생, 목사 등 권위자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일독을 강추한다. “매면 매이고 풀면 풀린다” 마 18:18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ESV]마 18:18 Truly, I say to you, whatever you bind on earth shall be bound in heaven, and whatever you loose on earth shall be loosed in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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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0
  • 【신간】 리더여, 스파크가 되라 - 권순웅 저
    불꽃같은 리더십의 비밀을 알게 하는 책! 스파크가 되라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적 리더십을 취하라는 것이며 이성과 지성만으로는 하나님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하나님을 믿고 보아야만 하나님을 알 수 있고, 하나님은 우리의 결론이며, 믿음의 결론으로 시작할 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모든 삶을 이해할 수 있음을 진하게 전해준다. 저자 권순웅 ㆍ 미션스쿨 계성중·고등학교에서 신앙 입문 ㆍ 영남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며 신앙적 방향과 민족과 이웃에 대한 고뇌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ㆍ 새술교회(주다산교회 전신) 30평 상가교회 개척 ㆍ 주다산교회 천막교회(화성)를 거쳐 동탄에 교회를 건축 ㆍ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초빙교수로 후학 양성 ㆍ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합동) 서기를 거쳐 제107회기 총회장으로 섬김 ㆍ 주다산교회 30주년 기념으로 『예수의 비행기』 출간 목차 - 저자 서문 - PART 1. 리더십의 기초 : 불꽃 사명의 기초 1장 미네르바의 올빼미와 엘리야의 까마귀 2장 구경꾼 성도와 주인공 성도 3장 두려워하는 마음과 건강한마음 4장 견고한 진과 하나님의 능력 5장 악한 목자와 선한 목자 - PART 2. 스파크로 본 인물연구 1 : 불꽃 사명의 믿음 1장. 예배자, 아벨 2장. 동행자, 에녹 3장. 사명자, 노아 4장. 믿음의 소유자, 아브라함 5장. 웃는 자, 이삭 - PART 3. 스파크로 본 인물연구 2 : 불꽃 사명의 행함 1장. 하나님과 씨름하는 자, 야곱 2장. 꿈꾸는 자, 요셉 3장. 온유한 자, 모세 4장. 용기 있는 자, 여호수아 5장. 충성된 자, 갈렙 페이지: 240쪽 정가: 18,000원 출판사: 익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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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04
  • 【신간】 『함께 사막의 노래 부르러 가요 우리』
    사막의 영성, 올바른 제자의 도를 걷기 원하시는 분, 거대한 성인 도시를 떠나 주님 원하시는 길을 따르도록 가르치기 원하시는 목회자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사막과 같은 25년 간의 선교지에서 배운 경험들과 15년 전 주신 환상을 통해 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부, 왜 우리는 소돔, 고모라같은 도시를 떠나야 하는가? 2부, 사막 여행길 떠나는 자의 준비 자세(22 topics) 3부, 사막의 이론( 22topics) 4부, 사막에서 얻을 수 있는 보화(20topics) 5부, 선교지에서 깨달은 사막의 영성(20topics) 6부, 사막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방법 암말기 환자 깅깅 자매를 살피며 쓴 단편소설 총 200 여 페이지로, 각 장 마다 관련 성경구절을 교인들이 그룹별로 주제를 가지고 나누고 말씀을 붙잡고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시인 김동욱 선교사로 현재 필리핀의 온도이 빌리지에서 온도이 태풍에 폐허가 된 곳에 교회를 세워 28년 째 자비량 사역을 하고 있다. 구입 문의: 김동욱 선교사(010-5799-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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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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