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1(토)
 
  • 부모님을 대할 때 늘 큰 빚을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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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 해마다 감나무에 감이 열린다. 

“그러면 에미 집으로 이사를 오너라” 어머니께서 전화를 걸어 하신 말씀이다. 갑작스러운 담임목회 사임으로 당장 거처할 집이 문제였다. 2020년 1월부터 있었던 교인과의 갈등을 7월에 마무리하고 10월 노회 때 시무 사면 처리를 한 후 12월 말까지 사택을 비워주기로 했다. 그동안 거처를 마련해야했다. 그런데 언제나 사택을 주는 교회에서만 부목사 사역을 했기에 어떤 식으로 집 문제를 해결해야할지 막막했다. 아내와 이런저런 논의를 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께서 결단하셨다.

 

어머니는 20여년전 적은 돈으로 전세를 안고 지하1층, 지상 3층, 옥상이 있는 다가구 주택을 구입했다. 큰 교통사고 이후 경제력이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세를 받아 생활하시기 위해서였다. 지하 1층과 1층은 각각 2가구가, 2 · 3층은 전체를 다 쓰는 구조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3층에서 사셨는데 2층을 내보내고 우리 식구를 살게 할려고 하셨다. 그러나 2층 세입자가 작은 금액의 반전세로 살고 있기에 나가지 않겠다고해서 할 수 없이 1층의 한 가구를 이사비를 주어 내보내고 부모님께서 그리로 옮기시고 우리 식구는 3층에 살게 됐다.

 

가까스로 12월 말까지 집 수리를 끝내고 이사했다. 뜻하지 않게 부모님께 얹혀 살면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보게 됐다. 곧이어 허리가 늘 아프신 어머니께서 병원에 가셔서 X-ray를 찍어보니 척추에 금이 가 있었다. 그래서 의료용 시멘트를 주사하는 시술을 받으시게 됐다. 이어 작년 9월에는 계단에 있는 빗물에 넘어져 구르는 바람에 우측 대퇴부가 두 군대 골절됐다. 마침 107회 총회 취재차 출타한 상황이라 아내와 아들이 병원으로 모시고 가 수술을 받으셨다. 그리고 한달 정도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그동안 아버지 간병이 문제였다. 아버지는 1984년 당한 교통사고로 다리 뼈가 으스러져 철심을 박았는데 이후 연로하시자 더 이상 걷지 못하시고 7년째 침대에 누워 대소변을 받아내야했다. 오전에는 간병인이 오지만 저녁에는 없기에 한달 정도를 내가 대소변을 받아내야했다. 이후 어머니가 퇴원하셨는데 그만 올해 3월에 직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셨다. 그리고 두 주 전에는 아버지께서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오늘 보름만에 퇴원하셨다. 의사는 아버지가 점점 더 기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늘 “늙은 부모 모시느라고 아들이 고생이 많다”고 말씀하신다.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듯이 부모님들은 연로해지고 계시다. 8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부모님들의 몸은 연약해질대로 연약해지셨다. 나는 4형제인데 누님들은 다 아랫지방에서 살고 있고, 남동생은 서울에 살지만 직장생활에 메여 있어 그동안도 부모님 가까이 사는 내가 도왔었다. 부모님은 강북구 번동에 사시고 나는 혜화동, 인사동에서 부목사를, 후암동에서 담임목회를 했기에 일이 생기면 수시로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부모님의 병수발이나 일상을 돕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부모님이 연로해지셨음을 알게 됐다. 그동안은 가끔 뵈서 몰랐는데 가까이서 뵈니 일상을 살아가시는 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아는 동네분들에게 인사하면 “아들이 함께 살아 든든하겠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노년을 함께하니 감사한 일이다.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의지가 되니 다행이다. 또한 자식으로서 더더욱 연로해지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짠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제는 같이 살아 늘 대하는 부모님이 언젠가 세상을 떠나신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살피며 나 또한 언젠가 부모님처럼 연로해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은혜이다. 어머니는 언젠가 때가 되면 요양원으로 가겠다고 하시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사시던 집에서 부모님이 눈을 감으셨으면한다. 

 

갑작스러운 목회 중단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부모님의 노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은혜이다. 언젠가 떠나실 부모님과 함께 남은 시간 정을 주고 받으며 사니 감사하다. 어머니의 굽은 등과 마른 몸을 보면 눈물이 난다. 침상에만 계셔서 몸이 굳어지신 아버지를 보면 눈앞이 흐려진다. 그리고 이것이 내 노년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노년을 보낼 때 내 아들들이 함께, 혹은 가까이 살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 또한 나이를 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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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부모님의 노년을 함께 함이 은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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