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1(토)
 
  • 세월이 흘러 나이는 먹어도 나이값을 못하는 내 자신이 자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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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종종 38년 전 일이 떠오르면 부끄러워한다. 그때는 총신대학 1학년 시절이었다. 어느날 같은 동아리에 있는 유아교육과 오*영을 학교에서 만났는데 “나 이번 학기 성적 장학금 타게됐다”면서 한껏 흥분해 있었다. 그래도 같은 학번 동아리 친구라고 내게 말했던 것이다. 내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그래?”라고 말하고 그냥 지나쳤다. “축하한다”는 말도, “받을만 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부러웠기 때문이다.

 

가끔 뜬금없이 그때 생각이 나면 지금도 부끄럽다. 나에게 축하 받을 기대로 말했을텐데 나는 찬물을 끼얹었다. “나는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데 염장 지르냐?“ 하는 못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마 그때 나도 장학금을 받았다면 서로 축하해 줬을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안해 장학금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친구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하고 심드렁해했다.

 

38년 전 일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졸업 후 본적이 없는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난다면 미안했다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 그 기억에서 놓여날 것 같다. 그런면에서 나는 밴댕이 소갈딱지 인간이다. 그러면 38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나이를 헛먹은 것 같아 부끄럽고 허탈하다. 혹시 밴댕이를 먹으면 “나보다 못한 놈에게 먹혀 억울하다”고 눈을 치켜 뜰 것 같다.

("밴댕이 소갈딱지, 소갈머리"란 밴댕이 내장이 워낙 작아서 속 좁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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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밴댕이 소갈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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