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 같은 해변에서 누구는 목숨을 잃고 누구는 살아 있다

뜬금없이 이른 아침에 “이안류”, “다낭 미케비치 이안류”등을 검색했다. 고 박상은 안양샘병원 원장의 죽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지난 11월 5일 주일 베트남 다낭 현지 바닷가에서 일행과 물놀이를 하다가 갑작스런 이안류에 의한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이안류(離岸流)는 한두 시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좁은 표면 해류로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이 해안에 높은 파도를 이루고, 바다로 되돌아가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현상이다. 역조(逆潮), 거꾸로 파도, 립 커런트(영어: rip current 또는 rip)라고 하며 해안에서 바다 방향으로 흐르는 해류로, 역파도, 역물살이라고도 부른다. 폭이 좁고, 물살이 매우 빠르다. 대체적으로 완만한 경사, 넓은 면적을 가진 해변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모래톱이 해안 주변에 많이 만들어져 있으면 이러한 해류가 자주 발생한다.

 

이 해류는 파도의 특징과 연관이 있다. 파도는 수심이 깊으면 빠르고, 반대로 수심이 낮으면 느려지는 특성이 있다. 깊은 바다에서 빠르게 온 파도는 수심이 얕은 해안가 부근에서는 이 파도가 깨진다. 이 깨짐현상은 이안류 발생의 원인인 역류 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대한민국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이안류로 인해서 2009년에는 106명, 2008년에는 150명의 구조가 발생했다. 미국인명구조협회는 이안류 때문에 해마다 100여명이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종종 뉴스에서 해수욕장에서 발생하는 이안류로 인한 사고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이안류는 바다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자연 현상이다.

 

나는 9월 말 아내와 베트남 다낭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으로 숙소에 구비된 수영장과 그 앞쪽 미케비치 해변에서 놀았다. 이 해변은 백사장에서 대략 50미터 앞까지는 수심이 낮았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이 그 지점에서 파도를 맞으면서 놀았다. 나는 수영을 못하기에 그들보다 뒤에서 파도를 맞으며 놀았다. 이후 수영장에서 잠시 놀다 혼자 다시 바닷가로 갔는데 그많던 외국인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2-3명만이 해변가에 있었다. 다시 바다에 들어가 파도를 맞으며 노는데 이상하게 무섭다는 느낌이 들어 곧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비록 내가 머문 숙소의 바닷가는 아니지만 박 원장은 그 미케비치 해변 어딘가에서 의료선교하러간 일행들과 잠시 물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생긴 이안류에 희생이 된 것이다. 이안류에 휘말리면 급속하게 바다쪽으로 200-300미터 끌려가게 되고 이때 당황해서 해변가로 수영을 할려고해도 유속으로 인해 나아갈 수 없어 힘이 빠지고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나도 파도가 그리 높지 않고 수심이 얕은 그 해변에서 더 멀리 나갔더라면 같은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수영을 할줄 모른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진다. 

 

박 원장은 취재 현장에서 한번 본 사이지만 그의 죽음이 계속 떠오르는 것은 내가 갔던 베트남 다낭 미케비치 해변에서 한달 반 후에 사고를 당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 원장은 65세라 아직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이미 많은 일을 이루었다. 반면 나는 아직 할 일이 많아 그때 같은 장소에서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고 살아 남았는지 모른다.

 

살아있는 자에게는 산자로서의 사명과 소명이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떠올리며 내게 주어진 사명의 길을 묵묵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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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살아있는 자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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