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 목사는 탁월한 말쟁이와 글쟁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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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소설집 『강산무진』을 읽었다. 역시 문장 표현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이혼한 전처에 대해 집요하게 풀어썼다.

 

이혼하고 헤어진 아내를 아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는 일은 쑥스럽고 우습다. 전처(前妻)라는 말이 있어서 그 말에 거덜난 인연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전처와 남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내라면 현재의 처를 가리키는 말일 터인데, 현처(現妻)라는 말이 무너질 수도 있는 인연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면 '전처가 내포하는 인연의 고리가 '현처' 보다 가벼운 것도 아니지 싶었지만, 잘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기야 아내에서 타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의 온갖 우여곡절을 인연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었다(p. 330).

 

이러한 문장 표현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 단어에 대해 식상한 견해를 넘어서서 다양하게 둘러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혼한 아내를 전처라고 한다. 여기서 그는 현처를 생각해 냈고, 전처를 가리켜 ‘거널난 인연의 흔적’이라고 했고, 현저를 가리켜 ‘무너질 수도 있는 인연’이라고 했다. 참으로 기막힌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표현은 식상한 단어를 다른 각도로 깊이 생각했다는 것이다.

 

책 제목과 같은 8번째 단편 내용은 이러하다. 한 50 후반의 직장인이 암 판정을 받고 회사와 주식, 집을 처분한다. 그리고 전처에게 남은 위자료 5천만원을 전달하고 아들이 있는 미국으로 치료와 요양을 위해 출국한다. 그런데 전처는 남편의 입사 동기지만 직급이 낮은 직원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교인들과 함께 전남편 배웅을 위해 공항에 찾아오나 남편은 그것을 외면하고 출국한다. 짤막한 줄거리이지만 이것으로 하나의 단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소설가의 능력이다. 혹시 나도 앞으로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다양한 소설을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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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문장력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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