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 교통을 차단해 민폐를 주는 종교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 부활절 퍼레이드는 불교 연등회의 "기독교 버전"인가?

긴 봄비가 내리고 있다. 그동안 메말랐던 대지를 적셔주는 반가운 비다. 이 비는 26일 시작해서 29일까지 내릴 예정이다. 27일 토요일은 사월초파일이었다. 전날부터 비가 내려 연등행사를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해 보니 지난 20일 벌써 했다. 다른 종교 기념일에 관심이 없었기에 생겨진 착각이다.

 

과거 5년간 종로에 있는 승동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으며 매년 벌어지는 초파일 연등행사를 봤다. 가서 행사를 봤다는 것이 아니라 행사로 인해 벌어진 교통 통제의 불편함을 봤다는 것이다. 차선을 통제하고 벌이는 축제로 인해 벌어지는 교통 혼잡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래서 ‘도대체 왜 자기들의 행사를 대중 교통을 통제하면서까지 하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이 그곳에서 5년을 보냈다. 부처가 자기 탄생일이라고 이렇게 민폐를 끼쳐가며 하는 행사를 좋아할까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그리고 역으로 올해 처음 있었던 부활절 퍼레이드를 생각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이르는 말로,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일컫는다. 목사지만 부활절 퍼레이드 행사에 대해 결코 내로남불할 생각은 없다.

 

올해 뜬금없이 한교총에서 4월 9일 주일 부활절 오후 2-4시에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세종대로를 따라 서울광장까지 간 뒤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오는 『2023 부활절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퍼레이드는 언약궤 행렬, 교단 대표 행진, 십자가 조형물 이송 등과 타악기 밴드, 캐릭터 퍼포먼스, 풍물놀이단 공연에 이어  K-POP, 트로트 콘서트로 진행됐다고 한다. 당일 기자는 다른 행사를 취재하느라 현장에 가지는 못했다. 이 행사의 실무대회장을 맡은 소강석 목사는 이 행사를 정례화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해서, 기자는 이 행사의 정례화에 반대한다. 일차적으로, 기독교가 그동안 이런 행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이런식으로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하지 않은 것이지, 못해서 안한 것이 아니다. 이런 구성의 행사를 한다고 해서 예수님의 부활이 축하되는가? 행사의 마지막이 “K-POP, 트로트 콘서트”였다면 “용두사미”아닌가?

 

또한, 거룩한 주일에 각자의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와 행사를 하는데 굳이 서울 한복판에 성도들을 불러모아 이런 행사를 할 필요가 있는가? 합동교단은 주일성수를 위해 별도의 행사를 금하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소강석 목사는 합동 교단 증경총회장이면서도 주일에 트로트 콘서트 등 많은 행사를 하면서 우려를 자아냈다. 이제 곳곳에서 주일에 임직식 등을 하면서 소강석 목사를 핑계되고 있을 지경이다. 그러나 헌법은 주일에는 임직식 등의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교통통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행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예외없이 쌍욕이 나온다.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기독교가 부활절 행사를 한다고 교통 통제를 하면 좋은 소리를 하겠는가?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서민들의 발을 묶어 놓고 하는 기독교 행사가 과연 기독교 전파에 도움이 되겠는가?

 

결국, 『2023 부활절 퍼레이드』는 그 행사를 원하는 “그들”만의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불교 연등행사는 저녁 시간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불빛으로 인해 볼거리라도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잡지만 한낮에 하는 『2023 부활절 퍼레이드』는 공공의 도로를 점거한 그들만의 행사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부활절 퍼레이드는 불교 연등회의 초라한 "기독교 버전"인가? 과연 내년에도 또 할려나? 답은 실무대회장이었던 소강석 목사에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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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연등회와 부활절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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